헌재 "아동 성범죄자의 신상정보 공개, 헌법상 기본권 침해하지 않는다"
[경향신문] ㆍ‘성폭력처벌법 합헌’ 결정…“출입국 신고 등 불가피”
아동·청소년을 추행해 유죄 판결이나 약식명령을 받은 사람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도록 한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조항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8일 아동·청소년 강제추행죄로 유죄 판결을 확정받으면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되는 성폭력처벌법 조항이 위헌이라며 ㄱ씨가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ㄱ씨는 아동·청소년 강제추행죄로 2017년 1월 벌금 400만원과 40시간 성폭력프로그램 이수 명령이 최종 확정됐다. 이 죄로 유죄 판결이나 약식명령이 최종 확정되면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가 된다. 대상자는 6개월 이상 국외 체류 시 관할 경찰서에 체류 국가, 기간 등을 신고해야 한다. 경찰과 연 1회 직접 대면해 등록정보 진위와 변경 사실도 알려야 한다.
ㄱ씨 측은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 조항과 출입국 신고, 대면확인 조항 등 성폭력처벌법 조항들이 개인정보와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냈다.
ㄱ씨 측은 “사안마다 재범의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고 유죄가 확정된 자에게 불복절차 없이 일률적으로 신상정보 등록 의무를 부과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했다. ㄱ씨 측은 “출입국 사실을 특별히 관리할 필요가 없음에도 거주 이전의 자유, 해외여행·해외 이주의 자유를 침해한다. 대면확인 조항도 재범의 위험성에 관한 고려 없이 일률적으로 적용해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고 했다.
헌재는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 조항이 성범죄를 억제하고, 재범 발생 때 신상정보를 활용해 수사 효율성을 도모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재범 위험성을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다고도 봤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개별 사안에서 불법성의 경중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어도 아동·청소년을 강제추행하는 성범죄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며 “현재 사용되는 재범의 위험성 평가 도구로는 성범죄자의 재범 가능성을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어서 신상정보 등록 의무 조항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헌재는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 조항으로 인한 기본권의 제한 범위가 제한적인 반면, 이를 통해 달성되는 공익은 매우 크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출입국 신고 의무도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를 막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했다.
김기영·이석태·이영진 재판관은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은 “재범 위험성 심사 절차를 두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로 규정하는 것은 입법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정도의 한도를 넘어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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