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치품 돌려달라' 했다가 부산구치소 직원들에게 폭행당한 50대

조아현 기자 2019. 12. 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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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구치소 "안경 영치에 불만..자해시도해 생명 보호한 것"
경찰 수사 착수.."공무집행 경위 면밀히 살펴봐야"
지난 11월 16일 부산구치소에서 나온 A씨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찍은 사진. 왼쪽 사진에서는 A씨의 목에 붉은 자국이 관찰되고 몸통에도 멍자국이 남아있다. A씨는 병원에서 왼쪽 늑골 골절과 다발성 타박상 등 전치 4주 진단을 받았다. (A씨 제공)© 뉴스1

(부산=뉴스1) 조아현 기자 = 구치소 입소 과정에서 안경이 '현란하다'는 이유로 돌려받지 못한 50대 남성이 이의를 제기했다가 CCTV 사각지대로 끌려가 부당한 폭행을 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6일 부산 사상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11월 16일 오후 부산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구치소에서 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112신고가 접수됐다.

A씨는 하루 전날인 15일 오후 3시30분쯤 벌금을 내지 못해 부산구치소에 입소했고 소지품 영치 과정에서 교도관으로부터 안경을 돌려받지 못했다.

안경이 현란하다는 이유였다. A씨는 가족들이 다른 안경을 넣어줄 때까지만이라도 안경을 착용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영치물품을 검사하던 교도관 B씨는 자신의 '재량권'에 따라 줄 수도 안 줄수도 있다고 말했고 A씨는 '규정이 아닌 재량권에 의해 주지 않는다는 것은 월권이 아닌가'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A씨는 이때부터 공무집행에 대한 업무방해라는 이유로 신입 대기실 의자에서 기동순찰팀원들에 의해 제압당한 뒤 CCTV가 찍히지 않는 사각지대로 끌려갔다.

이 과정에서 A씨는 40여분동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과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양쪽 손목을 쇠사슬에 묶여 독방에 입감되는 과정에서 두들겨 맞고 목을 졸리는 등 폭행을 당했다는 것이다.

A씨는 "기동순찰팀원들은 장갑을 낀 채 엄지와 중지로만 목을 졸랐고 이때문에 상처가 조금만 남고 손자국이나 흔적이 거의 남지가 않았다"고 말했다.

A씨는 입소할 때 공황장애와 허리디스크 증세를 이야기했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병력을 이야기하고 갈비뼈가 부러진 것 같다고 호소했지만 '너는 죽어도 우리가 책임진다' '엄살 부리지 마라''(수용자가)자해를 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하면 된다'는 말이 되돌아왔다고 증언했다.

지난 11월 16일 부산구치소에서 나온 A씨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찍은 사진. 왼쪽 사진은 손목에 타박상을 입은 자국. 오른쪽 사진에서는 가슴 부위에 사퍼런 멍이 관찰된다. A씨는 병원에서 왼쪽 늑골 골절과 다발성 타박상 등 전치 4주 진단을 받았다. (A씨 제공)© 뉴스1

간신히 가족의 도움으로 벌금을 납부한 A씨는 다음날 낮 12시쯤 출소한 뒤 택시를 타고 응급실로 향했다.

병원은 진단서를 통해 A씨의 왼쪽 10번 늑골이 골절됐고 외상성 혈흉, 혈종이 발견된다는 소견을 전했다. 또 양측 손목과 옆구리 등 다발성 타박상을 포함해 전치 4주 진단을 내렸다.

A씨는 이같은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강조했다. 구치소에 있는 미결수들은 교도관의 지시명령 불이행이나 업무방해 적용을 받을 경우 재판에서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저 참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징벌사유 조사 기간이라는 이유로 면회가 금지된 상태에서 상처가 아물 때까지 독방에 갇혀있다 보면 회유를 당하거나 하소연할 의욕마저 상실한다고도 했다.

A씨는 "법무부에서 반드시 전수조사를 해서 이같은 행태를 고쳐야 한다"며 "부당한 처우와 이의를 제기했다는 이유만으로 이같은 폭력을 당해야 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A씨가 부산구치소에 입소할 당시 '현란하다'는 이유로 돌려받지 못한 안경.(A씨 제공)© 뉴스1

법무부에서 공개한 영지금품 관리지침에 나와있는 '수용자 1인 영치품 소지 및 보관허가 기준'에 따르면 안경 다리의 경우 금속 재질도 허용하고 귀걸이 끝부분이 플라스틱 재질로 덮개처리 되어 있으면 가능하다. 금속안경 다리는 두께만 5㎜ 이내로 제한할 뿐 색상에 대한 규정은 없다.

다만 플라스틱으로 된 안경테 색상을 단일 색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검정색과 갈색이 섞여있는 A씨의 안경을 과연 수용자간 위화감을 줄 우려가 있는 물품으로 보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경찰은 현재 부산구치소에서 제출한 자료와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토대로 독직폭행 혐의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는 "(보호장비를 사용해서)수용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있었는지에 대한 문제"라며 "'형의 집행 및 수용자 처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호장비를 사용할 때도 수용자의 신체 상해가 남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이 부분을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관련 규정에는 보호장비를 사용하는 경우 수용자의 나이, 건강상태, 수용생활 태도 등을 고려하고 보호장비를 사용한 경우 의무관은 그의 건강상태를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부산구치소는 답변서를 통해 "A씨가 안경을 영치해야 한다는 사실에 불만을 품고 극도로 흥분해 담당 근무자의 지시에 따르지 않고 근무자에게 폭언과 욕설을 하면서 난동을 피웠다"며 "순찰팀원의 몸을 밀치고 신입대기실 나무의자와 벽면에 머리를 들이박는 등 자해를 시도해 신체와 생명을 적극 보호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입소 다음날 건강한 모습으로 출소했고 폭행을 당해 갈비뼈가 부러져 고통을 호소했다거나 의무실로 옮겨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에대해 A씨는 "의자에서 곧바로 기동팀원 3명에게 둘러쌓여 엎드려 제압을 당했기 때문에 벽면에 닿을 수도 없었고 자해를 전혀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구치소 측의 허위주장"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공무집행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추가로 최대한 자료를 확보해서 대상자를 특정하고 사실 관계를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A씨가 구치소에서 폭행당한 경위를 설명하면서 그린 그림.© 뉴스1

choah45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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