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전입신고 안 돼요"..집주인들의 '양도세' 꼼수

이준희 2019. 12. 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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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요즘 서울에서 집값 좀 오른 지역에선 집주인들이 세입자의 전입 신고를 막는 일이 늘고 있습니다.

그래도 전입 신고를 하겠다고 하면 집주인이 "나도 동거인으로 올려 달라"고 요구를 한다고 합니다.

안 살아도 살고 있는 거처럼 해다라는 건데 다 세금 때문입니다.

이준희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전용면적 84㎡가 5년 새, 7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뛴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직장인 A씨는 이 동네에서 한 달째 월셋집을 찾고 있지만,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집주인들이 '전입신고'를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A씨] "한 70%는 다 '전입신고가 안 된다'라고 했었던 것 같아요. '집주인이 실거주 안 하지만 여기 전입신고되어 있다'라고 말하는 거죠."

전입신고를 안 하면 대신 월세를 좀 깎아주겠다는 집주인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전입신고를 하겠다고 하자 집주인 이름을 같이 올려달라는 요구까지 중개업소를 통해 전달받기도 했습니다.

[A부동산] "집주인분이 동거인으로 전입을 해주실 수는 있어요. 독립세대주는 아니고. (누가 물으면) '우리랑 같이 거주한다' 뭐 이런 식으로…"

근처 중개업소를 찾아가보니 실제로 그런 매물이 있었습니다.

[B부동산] "임대인(집주인)이 세금 신고를 안 하려고 거주한 것처럼 하고 싶어서… 거주요건 때문에 그렇죠."

인터넷 부동산 카페에도 '집주인이 전입신고를 못 하게 한다'거나 '세대원으로 등록하려 한다'는 글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옵니다.

집주인들이 이렇게 전입신고를 꺼리는 이유는 내년부터 실거주 요건을 채우지 못하면 양도세가 큰 폭으로 뛰기 때문입니다.

서울에서 1주택자가 9억 원 넘는 아파트를 10년간 보유하면 양도소득세의 80%를 감면받을 수 있지만, 다음 달부터는 여기에 2년간 실제 거주라는 요건도 채워야 합니다.

실제 살 생각 없이 투자 목적으로 집을 사는 갭투자자를 겨냥한 겁니다.

가령, 집값이 7억 원에서 10년 만에 14억 원이 됐다면, 올해까지는 살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팔 때 세금이 680만 원이지만, 실거주를 안 했다면 내년엔 6천1백만 원으로 9배가 됩니다.

게다가 국회에 계류 중인 전·월세 신고제가 통과되면 이런 전입신고 꼼수마저 쓸 수 없어 미리 손쓰려는 집주인들도 있습니다.

세입자 입장에선 전입신고를 못 하면 전세 대출이나 월세 세액 공제를 못 받고, 집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보증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지만, 집주인들의 요구를 뿌리치기가 쉽지 않습니다.

[허병구/공인중개사] "전세 매물이 귀한 상황에서 임대인 우위 시장이기 때문에 임대인들이 이렇게 다소 무리한 요구를 해도 임차인이 거절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위장전입은 최대 징역 3년에 처해질 수 있지만 실제 처벌받는 경우는 드물어 1주택 갭투자자 등의 위장전입을 막지 못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준희입니다.

(영상취재 : 이향진 / 영상편집 : 정소민)

이준희 기자 (letswin@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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