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준영 판결문 살펴보니..하루 세번 밥먹듯 불법 '촬영·유포'

김채린 2019. 12. 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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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0시 24분, 새벽 0시 56분, 오후 2시 15분.

그날, 가수 정준영의 이른바 '황금폰'은 바빴습니다. 자신이 촬영한 한 여성의 사진과 동영상을 부지런히 카카오톡 대화방에 유포했습니다. 2015년 11월 26일 하루에만 세 번. 하루 세끼 밥 먹듯이, 가수 최종훈과 용준형 등 지인들에게 촬영물을 공급했습니다.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피해자는 당시 정준영의 촬영 사실을 알았지만, 자신의 사진과 영상이 카카오톡 대화방에 떠돌아다니게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정준영, 불법촬영·유포가 '취미'였나

KBS가 입수한 정준영 일당의 '집단 성폭행' 등 사건 판결문은 모두 67쪽. 판결문의 맨 끝을 보면, 불법촬영과 유포 혐의로도 기소된 정준영의 범행 내역이 고스란히 표로 정리돼 있습니다. 모두 1심 재판부가 유죄로 인정한 내용입니다. 그 내역을 일단 시간순으로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단 촬영 일자와 장소, 내용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구체적으로 옮기지 않았습니다.

(촬영일자, 촬영장소, 촬영내용, 유포일시, 유포대상 순)

△ 2015년 11월 / 서울 강남의 한 유흥주점 / 피해자A의 몸 특정 부위를 만지는 동영상(동의하고 촬영했으나 유포 동의한 바 없음) / 같은날 새벽 0시 24분 / 용준형(가수)

△ 2015년 11월 / 서울 강남의 한 유흥주점 / 피해자A의 몸 특정 부위 사진(동의하고 촬영했으나 유포 동의한 바 없음) / 같은날 새벽 0시 56분 / 김○○(클럽 버닝썬 직원·정준영과 함께 기소, 징역 5년 선고)
※ 동일한 사진을 같은날 오후 2시 15분 김○○·최종훈(가수·정준영과 함께 기소, 징역 5년 선고)·권○○(유명 걸그룹 가수 친오빠·정준영과 함께 기소, 징역 4년 선고)·박○○·허○(정준영과 함께 기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 등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도 유포함.

△ 2015년 11월 / 서울 강남의 한 유흥주점 / 피해자A의 몸 특정 부위 사진(동의하고 촬영했으나 유포 동의한 바 없음) / 같은날 오후 2시 15분 / 김○○·최종훈·권○○·박○○·허○ 단체 대화방

△ 2015년 12월 / 정준영 집 / 피해자 뒷모습 사진(동의없이 촬영) / 2016년 12월 1일 새벽 3시 35분 / 김○○

△ 2015년 12월 / 정준영 집 / 피해자C 사진(동의없이 촬영) / 2015년 12월 9일 오후 2시 51분 / 김○○

△ 2015년 12월 / 타이완의 한 호텔 / 정준영과 피해자D 성관계 동영상(동의없이 촬영) / 2015년 12월 11일 새벽 2시 6분 / 이승현(가수 승리)·유인석(유리홀딩스 대표)·김○○·최종훈·권○○·박○○·허○ 단체 대화방

△ 2016년 2월 / 서울 강남구 / 정준영과 피해자E 성행위 동영상(동의없이 촬영) / 2016년 2월 28일 새벽 1시 7분 / 이종현(가수)

△ 2016년 4월 / 장소 알 수 없음 / 잠들어 있는 피해자F 사진(동의없이 촬영) / 2016년 4월 21일 오후 6시 35분 / 김○○·최종훈·권○○·박○○·허○ 단체 대화방

△ 2016년 5월 / 중국 출발 항공기 안 / 의자에 앉아 있는 승무원 특정 신체 부위 사진(동의없이 촬영) / 2016년 5월 6일 오후 2시 40분 / 정○○·이○○·김◇◇ 단체 대화방
※ 같은 사진을 같은 시각 이종현·김○○·김□□·박○○·허○ 단체 대화방에도 유포함.

△ 2016년 5월 / 정준영 집 / 정준영과 피해자G 성행위 동영상(동의없이 촬영) / 2016년 5월 26일 오전 10시 20분 / 이종현·김○○·김□□·박○○·허○ ·김▽▽ 단체 대화방

△ 2016년 6월 / 정준영 집 / 피해자H의 뒷모습 사진(동의없이 촬영) / 2016년 6월 19일 오후 5시 26분 / 이종현·김○○·김□□·박○○·허○ ·김▽▽ 단체 대화방

△ 2016년 6월 / 일본 소재 호텔 / 피해자I가 탈의 사진(동의없이 촬영) / 2016년 6월 23일 오전 5시 51분 / 이종현·김○○·김□□·박○○·허○ ·김▽▽ 단체 대화방

정준영이 2019년 3월 12일 오후 6시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기자들의 질문을 피해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불법촬영·유포, 시간 장소 안가렸다

다 읽어보니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불법촬영·유포 사실만으로도 그의 범행이 얼마나 일상적이고 심각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정준영은 2015년 12월부터 이듬해 6월 사이, 서로 다른 단체대화방 5곳, 개인 대화방 3곳을 거쳐 모두 14명에게 자신이 찍은 사진이나 영상을 유포했습니다.

같은 사람이 2번 이상 피해를 당했을 수도 있지만, 피해자가 적어도 10명 안팎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는 외국인도 2명 포함돼 있었습니다.

범행은 자신의 집, 유흥주점, 비행기 안, 외국의 호텔 등 장소를 가리지 않았습니다. 하루에 많게는 3번이나 촬영과 유포를 감행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위 내용들은 어디까지나 검찰이 기소한 내용에 한정돼 있습니다. 정준영이 이외에 또 불법촬영·유포를 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을 때 그는 이미 이른바 '황금폰'을 초기화한 뒤였습니다.


정준영은 불법촬영·유포 혐의에, 만취해 정신을 잃은 여성을 최종훈과 집단 성폭행한 혐의까지 더해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정준영 일당이 피해자들을 "단순한 성적 쾌락의 도구"로 인식했고, 문제의 카카오톡 대화방에 그들의 "심하게 왜곡된 성의식"이 드러난다고 질타했습니다. 특히 카카오톡 대화방에 자신의 사진과 영상이 유포된 것을 나중에 알게 된 피해자들이 느꼈을 고통의 정도는 "짐작하기조차 어려울 만큼 극심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선고 후 정준영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한참 동안 눈물을 흘렸습니다. 반성인지, 억울함일지, 후회일지, 모두들 '성범죄자' 정준영이 흘린 눈물의 의미를 짐작하기 바빴습니다. 공개 재판 때마다 피해자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던 정준영. 그 말의 무게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불법촬영과 유포를 밥 먹듯 했던 자신의 일상을 그는 더 무겁게 되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김채린 기자 (di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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