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W 블루 '루나' 장경호, 카나비 사건으로 2년의 침묵을 깨다 "더이상 나 같은 경우 없었으면"
그러나 모든 선수들이 서진혁 같은 마무리를 맞는 것은 아니다. LoL 뿐만 아니라 여러 종목에서 불공정한 계약과 부당한 처우를 받아온 선수들은 많았고, 그 중 한 명이 '루나' 장경호였다. 장경호는 APEX 시즌4 로스터 제출 마감 기한이 지난 2017년 8월 8일, 소속팀인 LW 블루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다. 이미 로스터 제출이 끝나 다른 팀으로 이적할 수 없었던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한채 프로 커리어를 이어가지 못했다.
로스터 마감 뒤 예고 없이 방출 통보를 받은 부당한 일을 겪었음에도 장경호가 지금껏 침묵했던 이유는 주변 e스포츠 업계 사람들이 좋지 않게 볼 수 있다는 말에 겁을 먹었기 때문이었다. 한국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는 물론이거니와 외신을 통해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들려주지 않았다.
서진혁을 둘러싼 일명 '카나비 사건'을 보고 장경호가 인터뷰에 응한 이유는 e스포츠 관계자들이 선수들을 보호하는데 힘써줬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자신이, 그리고 서진혁이 겪었듯 "어린 선수들을 데리고 돈장난을 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는 마음으로 2년 이상 털어놓지 못했던 이야기를 어렵사리 꺼낸 장경호. 그로부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또한 한국 e스포츠 판에서 선수들이 어떤 대우를 받았으면 좋겠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로스터 제출 마감 후 방출 통보를 당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을까요
LW 블루와 레드 모두 급여나 스폰서가 없었어요. 장비와 식사를 사비로 해결할 때가 많았습니다. 작성한 계약서도 지영훈 감독이 잃어버릴 수도 있으니 달라고 해서 다 수거했어요. 그 분은 부인하고 있지만 확신하고 있고, 다른 선수들도 기억하고 있을 거예요.
게다가 상금도 팀과 나누게 되어 있었는데, 지영훈 감독은 항상 상금으로 운영비로 쓴 다음 상금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선수들에게 거짓말을 했어요. 상금을 들어올 날짜보다 늦게 받거나 받지 못한 선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쭉 버티면서 생활을 하다 IEM을 우승했는데, 우승 후에도 생활은 나아지지 않고 스폰서도 생기지 않았어요. 추가 소득이 없으니 모아뒀거나 벌었던 것을 죄다 생활비로 써야 했습니다. 성적을 내는데 스폰서도 없는 것은 아니다 싶어 월급을 조금이라도 챙겨달라고 LW 블루 선수들과 지 감독과 이야기를 했어요.
다른 애들은 선수 경험이 없고 제가 주장이라 목소리를 많이 냈는데 지 감독이 50만원을 준다는 것을 100만원 정도로 올려줬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지 감독은 두 팀을 운영하느라 힘들다며 고려는 해보겠다고 하더라고요. 선수들이 1년 이상의 시간을 투자해 팀을 끌고 왔고 성적을 못 낸 것도 아닌데 말이죠.
계속 소득이 없는데 집에는 손 벌리고 싶지 않고 정신적으로도 힘들어서 우울증이 왔어요. '파인' 김도현은 그 때 팀을 나가고 싶어했는데, 지 감독이 김도현을 서브 힐러로 투입하더니 절 스크림에 아예 끼워주지 않았어요. 어차피 스크림을 안 한다면 휴가라도 달라고 했는데 지 감독은 그럴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뉴욕과 계약을 하고 팀복 사이즈를 물어보는 등 준비를 했어요. 저 역시 계약서 작성을 했습니다. 숙소를 옮겼을 땐 잘 곳도 없어서 애들과 같이 모텔에서 자고, 밥도 모두 사비로 사먹었어요. 그렇게 생활을 하다가 로스터 제출 마감 다음날 새벽에 담배를 피우자며 데리고 나가서 방출 통보를 받았습니다. 사전에 아무런 이야기가 없어서 어이가 없었고, 팀원들도 왜 갑자기 제가 나가느냐고 의아해 하더라고요.
지 감독이 계약서 두 장 모두 가져간 후 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변호사한테 물어볼 수 없었어요. 방출 후에도 계약서를 돌려받지 못했고, 지 감독은 자신이 그런 적이 없다고 발뺌만 했어요. 증거가 없으니 전 아무 것도 하지 못했고, 지 감독은 어떤 처벌 없이 커뮤니티에서 비판만 당하고 끝났죠.
다른 곳에서 도움을 주겠다고 나선 곳은 없었나요
솔직히 OGN은 대회를 주최하는 곳이라 나설 수 없다는 건 알겠는데 블리자드에서 나서서 도움을 줬으면 좋았겠죠. 어떤 연락도, 조치도 없었어요. 그렇다고 제가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문의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요.
부당한 일을 겪었던 선수로서 이번 '카나비 사건'을 보면서 심경이 복잡하셨을 것 같아요
라이엇 코리아가 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다고 국민청원이 올라가고 서명한 사람의 수가 20만명이 넘어가는 것을 봤어요. 불공정한 일을 당하고 주변에서 도움을 주는 걸 보니까 부러웠어요. 나 때엔 저런 일이 없었는데 말야, 하면서요. 이미 지난 일이긴 하지만 많이 속상하기도 했습니다.
'카나비 사건'의 경우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개입한 덕에 잘 해결된 경우지만, 그 이전에도 장경호 선수를 비롯해 부당한 처우를 받거나 불공정한 계약을 맺은 선수들이 있었습니다. 선수로서 한국 e스포츠가 어떤 모습으로 변해갔으면 하나요
저는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어하는 친구들에게 프로게이머란 직업을 추천하지 않았어요. 남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많이 힘든 일이고, 카나비 사건 같은 경우가 굉장히 많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린 선수들을 데리고 돈장난 하는 일은 없어져야 해요.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을 주변에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선수가 부당한 일을 당할 때 팬들이 목소리를 내주는 것도 도움이 될까요
오히려 쉬쉬하고 있는 쪽이 당사자한테는 독이라고 생각해요. 주변에서 목소리를 내주시면 큰 힘이 됩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 과거의 힘겨웠던 일을 다시 언급하고 목소리를 내기로 결심하신 계기가 무엇인가요
예전에 말하지 않았던 내용도 있는데, 언젠가는 한 번 속시원하게 털어놓고 싶었습니다. 지금까지 함구했던 이유는 주변 e스포츠 업계 사람들이 좋게 보지 않을거라는 말에 겁을 먹고 혼자 앓았기 때문입니다. 여담이지만 오버워치 어느 중국 팀에선 한국 선수에게 140만원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팀이 있다고 해요. 이유를 물었더니 한국에선 이 정도 돈도 안줘서 다들 가기 때문이라고 하더라고요. 리그를 여는 게임사나 주변 관계자들이 제대로 관리를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리그를 열고 방관하지 말고 팀 관리에 힘써주세요. 제발 선수들을 보호하는데 힘을 써주셨으면 해서 인터뷰에 응하게 되었습니다.
이한빛 기자 mond@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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