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홍콩..알리바바는 왜 지금 홍콩 증시로 갔나

베이징/김남희 특파원 2019. 11. 27.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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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가 26일 홍콩 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2014년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상장에 이은 두 번째 상장이다.

이날 알리바바 주가는 공모가(176홍콩달러·약 2만6000원)보다 6.59% 오른 187.6홍콩달러로 거래가 끝났다. 알리바바 시가총액은 4조100억 홍콩달러(약 603조 원)로, 홍콩 증시 시총 1위를 지켜온 중국 IT(정보기술) 기업 텐센트(3조2057억 홍콩달러)를 단숨에 앞섰다. 알리바바는 이번 홍콩 기업공개(IPO)에서 5억7500만 주를 새로 발행해 1012억 홍콩달러(약 15조2000억 원)를 조달했다고 밝혔다. 홍콩 증시에선 2010년 보험사 AIA 상장(1590억 홍콩달러 조달) 다음으로 가장 큰 규모의 IPO다.

중국과 홍콩에선 알리바바가 ‘집’으로 돌아온 것을 반겼다. 알리바바는 2012년 홍콩 증권거래소 상장폐지 후 7년 만에 홍콩 증시에 귀환했다. 알리바바는 올해 6월 홍콩 증권거래소에 상장 신청을 한 후 당초 8월 말 거래를 시작하려고 했다. 그러나 6월 초 홍콩 정부의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에 반대해 시작된 시위가 반중(反中) 폭력 시위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상장을 연기했다. 도시 전체가 혼란에 빠지고 경제가 휘청이면서 아시아 금융 허브로서 홍콩의 위상이 흔들린 영향이 컸다.

홍콩 시위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정치·경제적 불안 요인은 가시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알리바바가 더 기다리지 않고 2차 홍콩 상장을 강행한 이유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장융 알리바바그룹 회장이 26일 홍콩 증권거래소 상장 기념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알리바바

① 중국 정부의 입김

지금 이 시점에 알리바바가 홍콩에 상장한 것은 중국 정부가 원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런 해석엔 알리바바 공동 창업자인 마윈 알리바바 전 회장이 중국 공산당원이란 배경이 깔려 있다.

중국 정부는 알리바바가 2014년 중국이 아닌 미국 증시에 상장한 것을 내심 못마땅해했다. 더군다나 최근 전 세계 언론을 통해 중국 정부의 홍콩 시위대 강경 진압을 비판하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중국 정부는 이미지 전환이 필요했다. 알리바바는 중국 정부 입장에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최적의 대상이었다. 중국 정부는 중국 대표 기업 알리바바의 홍콩 증시 상장을 통해 아시아의 금융 중심지로서 홍콩은 건재하다는 메시지와 ‘홍콩은 중국의 홍콩이다’라는 메시지를 동시에 보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실제 알리바바의 홍콩 IPO에 투자금이 몰리면서 중국 정부는 기대했던 효과를 어느 정도 거뒀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중국 본토의 투자자가 홍콩에 상장된 알리바바 주식을 위안화로 직접 살 수 있게 되면 중국 본토와 홍콩의 자본시장은 더 촘촘히 연결된다. 중국 본토인은 후강퉁(중국 상하이와 홍콩), 선강퉁(중국 선전과 홍콩)처럼 중국 본토와 홍콩 증시의 교차 매매 제도를 통해 홍콩 증시의 대표 지수인 항성지수에 포함된 일부 주식을 살 수 있다. 알리바바는 차등의결권 제도를 택하고 있어 당장은 항성지수에 편입될 자격이 없다. 상하이 증권거래소와 선전 증권거래소는 알리바바 주식 교차 매매가 가능해지려면 먼저 홍콩 증권거래소에 약 7개월 거래가 이뤄지고 거래량 등의 다른 조건도 충족돼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항저우의 알리바바 본사. /김남희 특파원

② 미·중 무역 전쟁 위험 분산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26일 "알리바바의 홍콩 상장은 미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미국 정부의 표적이 되지 않기 위해 더 많은 중국 기업이 홍콩 증시나 중국 본토 증시에 상장하려는 흐름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미국 정부가 중국 기술 기업에 적대적인 조치를 잇따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기업이 본국 증시로 돌아가거나 두 국가에서 이중상장을 택하는 것은 자연스런 결정이란 것이다.

올해 9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을 상장폐지시키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미 미국이 화웨이 등 중국 기술 기업에 제재를 가한 상황에서 양국 관계가 더 나빠질 경우 중국 기업이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이번 홍콩 상장을 통해 알리바바 주식은 뉴욕과 홍콩 두 곳을 번갈아 가며 거의 하루종일 거래가 가능해졌다. 알리바바는 투자자 군을 다양화하고 회사 성장을 위한 투자에 투입할 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됐다.

알리바바 공동 창업자 마윈 전 회장이 알리바바가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2014년 9월 19일 상장식에서 거래 시작 종을 치고 있다. /알리바바

③ 차등의결권 금지 푼 홍콩 증권거래소

마윈 전 회장의 뒤를 이어 알리바바그룹을 이끌고 있는 장융 알리바바 회장은 홍콩 상장 기념식에서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홍콩의 개혁 덕분에 우리가 5년 전에 했던 (결정에 따른) 후회를 만회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가 말한 홍콩의 개혁은 지난해 홍콩 증권거래소가 그전까지 금지했던 차등의결권 제도를 전격 허용한 것을 말한다. 차등의결권은 주식 한 개에 의결권 한 표를 주는 게 아니라, 특정 주식에는 더 많은 표의 의결권을 주는 제도다. 특정 주식은 대개 회사 창업자나 대주주가 가진 주식이다. 차등의결권은 경영진이나 대주주가 기업 지배권을 강화하고 경영권을 방어하는 수단이 된다.

알리바바는 2007년 홍콩 증시에 상장했다가 세계 금융 위기를 겪으며 2012년 상장폐지했다. 알리바바는 이듬해 홍콩 재상장을 추진했다. 그러나 홍콩 증권거래소는 차등의결권을 허용하지 않는 규정을 들어 알리바바의 IPO 신청에 퇴짜를 놨고 알리바바의 홍콩 재상장은 무산됐다. 결국 알리바바는 2014년 차등의결권이 허용되는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당시 알리바바는 뉴욕 IPO를 통해 250억 달러를 조달하며 세계 최대 IPO 기록을 세웠다.

홍콩 증권거래소는 알리바바 같은 거물을 다시 놓치지 않기 위해 지난해 4월 규정을 바꿔 차등의결권을 허용했다. 중국 스마트기기 제조사 샤오미와 음식 배달 서비스 업체 메이퇀뎬핑 등이 차등의결권이 인정되는 주식을 발행하며 홍콩 증시에 상장했다. 알리바바 역시 홍콩에서 차등의결권이 허용된 만큼 더 미루지 않고 홍콩 상장을 밀어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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