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하루도 당신 생각 안한 적 없어"..50대 청년주택 관리인 '스토킹' 시도

이진한 2019. 11. 22.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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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아파트 관리인으로부터 받은 문자내용. 일방적으로 보낸 물품을 환불하라고 하자 이 관리인은 처음에는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더니 이튿날 즉각 "사랑한다"며 태도를 바꿨다. [사진 출처 = 피해자 휴대전화 캡쳐]
서울 서대문구 소재 LH 청년주택에 사는 여성 L씨(27)는 최근 일주일간 분통이 터지는 일을 경험했다. 지난주 가명 택배로 받은 유자차 발송인이 9월에 퇴사한 50대 아파트 관리인이라는 점을 알고 나서다. L씨는 "관심이 있어서 보냈다는 말에 거절 의사를 밝혔다"며 "처음에는 '딸 같아서 그랬다'며 본인도 불쾌하다더니 다음 날 문자로 '사랑한다. 하루도 당신 생각 안한 적 없다'고 해 화가 났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경찰에 신고했지만 고소 요건이 안 맞는다고 하고, LH는 보조키 설치 지원을 못한다고 해 내 돈으로 달아야 했다"고 호소했다.

오피스텔 등 1인 거주 문화가 확산되면서 거주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늘어 사회적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정부가 청년 주거안정을 위해 내세운 대표 정책 중 하나인 기숙사형 청년주택에서도 미흡한 개인정보보호 조치로 '스토킹' 피해가 발생하는 일이 벌어졌다. 피해자는 사건 발생 과정뿐만 아니라 사후처리과정에서도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가 부족하다고 분노했다.

22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L씨는 지난 12일에 'X미카엘'이라는 가명의 인물에게 유자차 택배를 받았다며 피해사례를 밝혔다. 그는 "발송자를 알아보니 9월 한 달 동안 외주업체에서 아파트 관리인으로 일하던 사람이었다"며 "개인정보를 관리하던 사람이 이를 이용해서 이래도 되냐고 따지니까 반품하겠다고 해 처음에는 해결된 줄 알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주일이 지나도 회수하지 않아 다시 물어보니 하루 간격으로 불쾌하다는 메시지와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소름이 끼쳤다"고 속내를 밝혔다.

L씨는 현행 개인정보 보호법이 해당 관리인을 확실하게 처벌할 수 없다는 점 등 제도적 빈틈을 보인 데에도 분노했다. 그는 "경찰에서 개인용도로 사용한 것과 상관없이 업무 중 취득했기 때문에 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설명을 들었다"며 "관리인을 협박죄나 불안감 조성 등의 이유로 고소 가능한지도 물었지만 요 며칠 문자온 것만으로는 지속성이 없어 성립 요건이 안 돼 고소가 어렵다는 말에 화가 났다"며 하소연했다. 이어 "어떻게 경범죄를 적용한다고 해도 기껏해야 벌금 10만원 정도 수준이라 오히려 앙심을 품을 수 있다고 해 난감하다"고 덧붙였다.

청년주택 사업을 관장하는 LH의 미흡한 대처도 문제로 꼽혔다. L씨가 거주하는 LH 기숙사형 청년주택은 신혼부부·청년 주거 지원을 위해 기존 주택을 매입하고 생활편의시설 등을 설치한 후 기숙사와 유사하게 운영하는 거주 시스템이다. 지난 8월 입주자 모집 당시 안전을 위해 관리인이 24시간 상주하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웠지만 정작 관리 업무는 외주업체에 일임하면서 빈틈을 보였다. 그는 "LH와 관리업체에 보조키를 달아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했다"며 "처음에는 계약상 원상복구 내용이 있어서 보조키 다는 것도 안 된다는 걸 설득해 자비로 설치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LH 측은 문제가 된 직원은 위탁업체가 채용했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LH 관계자는 매일경제 취재가 계속되자 "위탁업체인 대원종합관리 등에 직원교육이나 보안각서 받는 등의 절차를 강화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라고 입장을 밝혔다. 보조키 설치를 거부한 점에 대해서는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시설이다 보니 운영 규정에 대한 넓은 이해가 필요하다"며 "요청이 들어올 경우 월세보증금 등 조건이 비슷한 곳으로 동·호수를 변경하는 안을 생각 중"이라고 해명했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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