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에 잇단 일가족 자살.. 손 내밀어야 주는 '복지'
◆결손가정·생활고·복지 사각지대 공통점
21일 인천 계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인천시 계양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A(49·여)씨와 A씨의 아들(24), 딸(20), 딸의 친구(19)는 국립과학수사원 부검 결과 가스 질식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되고 있다.
A씨는 몇년 전 남편과 이혼 후 자녀 둘을 데리고 생활했다. 실직한 후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간 긴급복지 지원금으로 매달 95만원을 지원받았지만, 이후에는 월 24만원 주거급여가 소득의 전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센터에서 불우이웃 구호품·후원금 등을 받기도 했지만 고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일가족의 극단적 선택은 공통으로 한부모 가정에서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렸으나 적절한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지원을 받다가 중단되는 등 복지 사각지대에서 발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인천 A씨의 경우 관리비와 전기·가스·수도요금 체납이 없어 위기가구로 걸러지지 않았다. 긴급지원이 끝난 뒤 생계급여를 받을 수 있었지만 부양의무자 기준이 문제였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A씨가 생계급여를 받으려면 부양의무자가 경제능력이 없어야 하는데 A씨는 부양의무자인 이혼한 전남편과 친정부모 재산을 조사하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며 좀 더 두고 보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관악구 탈북 모자 아사 사건에서도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하러 간 이들에게 남편과의 이혼확인서를 요구해 결국 도움을 받지 못했다.
전문가 및 관련 단체는 극단적 선택을 막기 위해 정부와 지역사회가 함께 협력해 경제적 위기에 처한 가정의 고립을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익중 이화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이들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경제적 어려움과 관계의 빈곤이 동시에 작용한 것”이라며 “우리나라 복지제도는 신청주의인데, 공과금 체납 등 여러 지표에서 위험도가 높은 가정뿐만 아니라 관계가 완전히 끊어져 고립된 사람들을 찾아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범중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는 “빈곤계층 발굴을 위해 공과금 미납부자 등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명확히 한계가 있다”며 “지역사회에서 차상위 계층이나 빈곤계층 목록을 갖고 있는데, 지금 공무원 인력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사회복지관, 종합복지관 등 다양한 단체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서 이중, 삼중으로 확인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북구 네 모녀’를 애도하기 위해 이날 서울 성북구에 시민 분향소를 마련한 ‘성북 네 모녀 추모위원회’는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정부 정책에도 빈곤층의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며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고, 불안정한 영세 자영업자와 노동자의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혜정·이강진 기자 hjnam@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윗집男 칼부림에 1살 지능된 아내”…현장 떠난 경찰은 “내가 찔렸어야 했나” [사건 속으로]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이 나이에 부끄럽지만” 중년 배우, 언론에 편지…내용 보니 ‘뭉클’
- “39만원으로 결혼해요”…건배는 콜라·식사는 햄버거?
- “송지은이 간병인이냐”…박위 동생 “형수가 ○○해줬다” 축사에 갑론을박
- “식대 8만원이래서 축의금 10만원 냈는데 뭐가 잘못됐나요?” [일상톡톡 플러스]
- “북한과 전쟁 나면 참전하겠습니까?”…국민 대답은? [수민이가 궁금해요]
- “홍기야, 제발 가만 있어”…성매매 의혹 최민환 옹호에 팬들 ‘원성’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