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유상철 감독 "이제 조금 무서워지네, 그래도 어려운 고비 많이 넘겨왔잖아"

박찬준 2019. 11. 20.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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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귀를 의심했다.

지난달 19일 오후 걸려온 한 축구인의 전화. "유상철 감독이 많이 아프다." 불과 일주일 전 통화에서도 "팀이 괜찮아지고 있어. 강등은 안당할 것 같다"며 웃던 그 유 감독이었다. 그 주에 있던 K리그 감독 모임에 참석한 또 다른 축구인이 "유 감독의 몸이 좋지 않아 보인다"고 했지만, 워낙 건강하던 그이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갑자기 19일 성남과의 경기 후 펑펑 울던 인천 선수들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유 감독에게 전화를 시도했다. 받지 않았다. 그 사이 많은 축구인들에게 전화가 왔다. 모두 유 감독의 몸상태에 대해 물었다. 평소 기자가 유 감독과 가장 가까웠던만큼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서 였다. 오후 8시경 유 감독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아니죠?"라는 물음에 "다 알고 전화한거 아냐?"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사실이었다. 췌장암 말기.

유 감독은 경기 몇일 전 몸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처음에는 가벼운 소화불량 정도로 생각했다. 황달기가 눈에 띄게 나타나자 구단 트레이너가 유 감독을 병원으로 데려갔다. 유 감독의 상태를 본 의사는 "빨리 큰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큰 병원 진단 결과,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자신의 어머니를 지독히도 괴롭혔던, 바로 그 병이었다. 유 감독은 "어이 없는 웃음 밖에 안나더라. 그런데 그 순간 '우리 인천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부터 들었다"고 했다.

유 감독은 자신을 영입한 '후배' 이천수 전력강화실장과 전달수 대표이사 등 구단 일부 고위층에게만 이 사실을 알렸다. 선수들에게는 철저히 함구했다. 심지어 아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경기에만 집중했다. 몸상태는 갈수록 나빠졌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경기 당일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했다. 전반 끝나고 탈이 났다. 작전 지시하던 유 감독의 몸상태에 갑가지 이상이 왔다. 결국 이 실장과 전 대표가 설명을 해야 했다. 선수들 모두 놀랐다. 하지만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전반 다소 부진했던 선수단은 후반 확 달라졌다. 무고사의 그림같은 결승골이 터졌고, 결국 1대0으로 이겼다. 선수들은 하나둘씩 눈물을 흘렸다. 유 감독은 "강등권 탈출의 한이 터져나왔다"고 설명했지만, 사실은 유 감독에 대한 걱정과 그간 잘하지 못했던 후회의 눈물이었다. 유 감독은 "선수들이 참 고맙더라"고 했다.

유 감독은 경기 후 곧바로 병원에 입원했다. 아내에게도 자신의 상태를 설명했다. 그제서야 암에 걸렸다는 무서운 현실이 밀려온 듯 했다. 울먹이는 기자에게 "괜찮을거야"라고 안심시켰지만 불안한 마음까지 숨기지는 못했다. 결국 유 감독도 울먹였다. 유 감독은 이내 다시 힘을 주며 "올 시즌은 마무리짓고 싶다"고 했다. "하루라도 빨리 치료받는게 낫지 않겠나"는 기자의 설득에 유 감독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축구인 가오가 있지. 인천 잔류 시키겠다고 약속했는데."

유 감독은 이 실장에게도 이같은 뜻을 전했다. 다음 날 다시 이 실장과 전 대표가 모인 가운데, 회의가 이어졌고 결국 유 감독의 뜻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유 감독은 대신 췌장암 사실은 감춰달라고 했다. 투병 중인 어머니를 위해서였다. 인천은 일파만파 퍼지는 소문을 잠재우기 위해 당일 전 대표의 이름으로 '유 감독이 황달치료를 받고 있다'고 발표문을 냈다. 유 감독은 이후 4일간 황달 집중 치료를 받았다. 그 사이 다시 한번 조직 검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같았다. 역시 췌장암 말기. 유 감독은 "기적은 없었네. 그래도 다행히 몸이 나쁘지 않아. 빨리 애들한테 가야지. 돌아간다고 약속했는데"라고 애써 웃었다.

오랜기간 그와 인연을 이어왔지만, 유 감독은 생각보다 훨씬 강한 사람이었다. 묵묵히 자기가 정해놓은 길을 걸었다. 유 감독은 팀에 복귀했고, 벤치에도 앉았다. 10월 27일 극적인 무승부를 거둔 수원전(1대1 무) 이후 "역시 현장에 가니까 몸이 더 좋아지는 것 같다"고 웃었다. 유 감독은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몸상태는 하루가 달랐다. 어떤 날은 버틸만 했지만, 어떤 날은 완전히 나락에 빠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잘 안넘어가는 밥도 꿋꿋이 삼켰다. 어떤 상대에도 물러섬이 없던 그다운 방법이었다. 훈련도 빠지지 않으려고 했다. 전 훈련을 다 나갈수는 없지만, 가급적 현장에서 선수들과 뛰었다.

유 감독은 19일 스스로 자신의 투병 사실을 세상에 공개했다.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해 췌장암 말기라는 내용을 전했다. 꼭 한달만이었다. 유 감독은 전날 막내를 불러 췌장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어머니는, 아버지께 전달을 부탁했다. 차마 자기 입으로 말할 수는 없었다. 가뜩이나 갈수록 상태가 나빠지는 어머니였다. 모든 가족에게 자신의 투병 사실을 전한 유 감독에게 남은 것은 팬이었다. 자신의 입으로 직접 말하고 싶었다. 축구선수로 모든 영광을 누렸던 만큼, 그게 도리였다. 또 하나, 지금 껏 그런 것처럼 약속을 지키겠다는 다짐이었다. "팬들에게 약속한데로 인천을 꼭 잔류시키고, 나 역시 병마와 싸워 이겨내겠다."

유 감독은 발표 후 바로 기자에게 전화를 했다. 그는 "발표를 하긴 했는데, 이제 나도 조금씩 무서워진다. 어제, 오늘이 다르다"고 했다. 이미 다른 장기로도 전이가 된 상황이다. 이 후 긴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다. 물어보고 싶은 것은 많았는데, 그럴 수 없었다. 평소 항상 당당하고, 밝은 유 감독의 목소리를 기억하기에 더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유 감독은 그래도 희망의 끈은 놓지 않았다. "내일도 치료 잘 받고, 훈련 잘할꺼야. 지금까지 어려운 고비 많았는데 잘 넘겼잖아. 걱정마. 퇴원하면 한잔 하자." 가장 힘든 도전 앞에 선 유 감독, 그를 다시 한번 믿어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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