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취중잡담] 노화방지 항암 효과 있는 특이한 땅콩 하나로 인생이 달라졌습니다

박유연 기자 2019. 11. 20.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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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업체 취업해 경북 영양 파견

홀로 새싹땅콩 재배법 개발

정부 자금 지원 받아 창업, 결혼까지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젊은 세대가 스타트업 창업에 뛰어 들며 한국 경제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성장을 돕기 위해 스타트업 CEO 인터뷰 시리즈 ‘스타트업 취중잡담’을 게재합니다. 솔직한 속내를 들을 수 있게 취중진담 형식으로 인터뷰했습니다. 그들의 성장기와 고민을 통해 한국 경제 미래를 함께 탐색해 보시죠.

3000만원 행정안전부 자금을 지원받아 월 400만원 수입을 올리는 청년이 있습니다. ‘새싹땅콩’ 재배업체 신아푸드의 이강우 대표를 만났습니다. 경북 영양군에서 창업해 그곳에서 결혼까지 한 청년입니다.

◇항산화성분 증폭시킨 새싹땅콩

땅콩에는 항산화성분이 들어있다. 몸속 활성 산소를 제거해 노화 방지, 면역력 증대, 항암 등 효능이 있다. 항산화성분이 많을수록 좋은데, 땅콩을 발아시켜 싹을 틔우면 항산화성분을 늘릴 수 있다. "영양분이 들어간 용액에 땅콩을 넣고 온도와 불빛 등을 조절하면 땅콩의 싹을 효율적으로 틔울 수 있습니다. 콩나물과 모양이 비슷하죠."신아푸드는 발아 과정을 연구해 항산화성분 함유율을 크게 높인 새싹땅콩을 개발했다.

새싹 땅콩을 설명하고 있는 이강우 대표 / 신아푸드 제공

-어떤 원리인가요.

"발아 씨앗은 물 같은 서식 환경에 스트레스를 받고 거기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항산화 같은 영양성분이 생깁니다. 땅콩이 담기는 용액에 다양한 성분을 주입해서 스트레스 환경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씨앗의 항산화 성분 함유율을 증폭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어떤 성분을 얼마나 주입할지 연구를 계속해서 항산화 성분 함유율을 계속 높여가고 있습니다."

두 가지 형태로 판매하고 있다. 싹이 나온 그대로 포장한 생물 형태와, 말려서 건조시킨 건채 형태다. 나물처럼 무치는 등 다양하게 조리할 수 있다. 건조시킨 후 티백으로 포장한 차(茶), 즙으로 짠 액기스 등 다른 상품 출시도 계획하고 있다.

새싹땅콩을 들고 포즈를 취한 이강우 대표 / 신아푸드 제공

◇도시청년시골파견제 사업으로 창업

원래는 농업이나 농촌에 관심이 없었다.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도 안산에서 쭉 자랐다.

대학에서 생명화학공학을 전공한 것이 계기가 됐다. "반찬으로 채소를 좋아하기도 했는데요. 공부하면서 농업 자체의 매력을 알게 됐습니다. 농업은 인간 최초의 산업입니다. 기술이 변화해도 키워서 열매를 맺는 업의 본질 자체는 바뀌지 않죠. 농법을 개선하거나, 보다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만드는 일이 하고 싶어졌습니다."

재학중 지도교수와 창업에 도전했다. 농업에 IT기술을 접목해 농법을 개선하는 스타트업이었다. 하지만 자금 문제 때문에 실현하지 못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장류 등을 만드는 식품 기업에 들어갔다. 신제품 개발 사업부에 배치됐다. 본사는 서울이지만 신제품 개발 사업부는 경북 영양에 있었다. 다양한 재료로 여러 실험을 할 수 있도록 농촌에 사무실을 둔 것이다. "영양이 고추가 유명한데요. 고추잎으로 차를 만드는 등 여러 제품 개발에 참여했습니다."

그러다 접한 게 새싹땅콩이다. "여러 형태로 신제품 할만한 것을 찾다가, 새싹땅콩이 발아과정이 까다롭지 않다는 걸 알고, 한 번 키워봤더니 효율이 좋은 거에요.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새싹땅콩 / 신아푸드 제공

회사에 사업화 보고를 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장류 중심의 제품 라인업과 어울리지 않다는 이유였다.

실망했지만 홀로 연구를 이어갔다. "회사 프로젝트로 채택은 안됐으니 일과시간에 할 수는 없고요. 퇴근 시간에 멈추지 않고 실험을 계속 했습니다. 발아율을 높일 수 있게 공정을 개선하고, 항산화 성분을 높일 수 있도록 발아 환경을 조성하는 등 다양한 실험을 했습니다."

그 사이 지금 아내가 된 여자친구를 만났다.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갑자기 서울 본사로 발령이 났다. 여자친구와 새싹땅콩 때문에 본사 업무에 집중할 수 없었다. "여자친구에게 서울 가자고 얘기했는데요. 영양에서만 살던 친구라 서울 살이를 무서워 하더라구요. 거기에 새싹땅콩을 사업화 못한 게 두고두고 아쉬움이 되기도 했구요. 영양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기로 했습니다."

영양에서 창업을 결심하고 행정안전부가 하는 ‘도시청년시골파견제 사업’에 도전했다. 시골에서 청년이 창업 하면 창업자 1인당 3000만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함께하는 창업자가 많을수록 유리하다. 한 회사에 최대 5명의 창업자까지 지원한다. 5명이 공동창업하면 1인당 3000만원씩 총 1억5000만원의 창업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사업계획서 심사와 PPT 면접 등을 거쳐 지원 기업을 선정한다. "열심히 준비해서 지원했더니 뽑아주시더라구요. 뛸듯이 기뻤습니다. 저같은 청년에게 정부가 소중한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해 하고 있습니다."

이강우 대표 부부 / 신아푸드 제공

◇각 가정에서 직접 새싹땅콩 재배 꿈

그렇게 지난 1월 창업에 성공했다. 새싹땅콩의 항산화 성분이 호응을 얻으면서 한 달 400만원 매출을 올리고 있다. 기대했던 수준으로, 계속 늘고 있다.

연구를 멈추지 않는다. 새싹땅콩의 항산화 성분을 1만배 올리는 게 목표다. "꾸준히 실험하면 곧 가능해지리라 기대합니다." 여자친구와는 결혼식을 앞두고 있다.

-앞으로 비전이 뭔가요.

"궁극적으로 각 가정에서 직접 새싹땅콩을 발아시켜 드시도록 하는 게 꿈입니다. 가정용 재배기를 통해 땅콩을 직접 발아시켜서 드시는 거죠. 재배기, 재배용액 뿐 아니라 땅콩까지 모두 공급할 수 있도록 재배기 개발, 땅콩 재배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원재료부터 재배기까지 일관 공급 체계를 갖추는 거죠."

-땅콩 외에 다른 작물은 안하나요.

"오로지 땅콩만 할 생각입니다. 가끔 전문 지식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듭니다.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땅콩에 있어선 최고 전문가가 되고 싶습니다. 인근에 있는 안동대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데요. 박사과정까지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어떤 기업가가 되고 싶나요.

"젊은 도시 사람이 시골에 왔다는 자체가 경쟁력이 되고 있습니다. 다들 좋게 봐주시고 도와주시려고 합니다. 많은 분이 저를 먼저 알아봐주십니다. 지역에서 보다 많은 청년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가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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