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내려라" "물 빼라"..배 기우는데 현장엔 엉뚱한 지시
[앵커]
당시에 교신 기록을 보면 현장 상황과는 전혀 맞지 않는 황당한 지시들이 현장에 내려졌습니다. 세월호가 기울어 닻에 접근할 수도 없는데 "닻을 내리라"고 했고, 배가 70도나 기울었는데 '배수 작업'을 지시했습니다.
김민관 기자입니다.
[기자]
사고 발생 30분.
세월호가 40도 가까이 기웁니다.
복원력을 잃고 가라앉기 시작한 겁니다.
선체가 한쪽으로 쏠려 닻에 접근조차 할 수 없는 급박한 상황.
그런데 해경 본청은 목포 해경에 '닻을 놓을 수 있는지'를 물어봅니다.
기우는 속도가 점점 빨라집니다.
배 안에 갇힌 학생들은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구조를 기다렸습니다.
[아, 내리고 싶어. 진짜 진심이야.]
이 순간 해경이 얼마나 안일하게 판단했는지가 검찰의 신문조사에 그대로 기록돼 있습니다.
유연식 당시 서해해경 상황담당관은 "무언가를 붙잡고 있으면 다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배가 거의 눕듯이 기운 상황, 이번엔 김수현 당시 서해청장이 "배가 가라앉지 않도록 배수작업을 실시하라"고 TRS로 지시를 내립니다.
물이 빠르게 차올라 배수작업은 아무 소용이 없던 상황이었습니다.
유연식 상황담당관은 "(청장이) 사고현장을 보지 못해 이런 지시가 내려온 것 같다"고 답한 것으로 조서에 적혀 있습니다.
김 전 청장은 2015년 청문회에서 이에 대해 엉뚱한 답을 하기도 했습니다.
[김수현/당시 서해청장 : 배를 세워서 침몰하는 걸 막고자 하는 제 마음의 지시였다고 생각을 합니다.]
배수작업 지시가 내려진 7분 뒤.
해경은 "배가 80도 가까이 기울었다"는 보고를 끝으로 세월호를 모두 빠져나간 것으로 TRS 기록에 남아 있습니다.
[앵커]
말씀드린 대로 관련 소식은 좀 더 정리해서 내일과 모레 연속 보도해 드리겠습니다.
(영상디자인 : 최수진)
◆ 관련 리포트
세월호 그날, 구조보다 '보고용 숫자'만 신경 쓴 해경지휘부
→ 기사 바로가기 : http://news.jtbc.joins.com/html/630/NB11913630.html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문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 비판한 탁현민의 해명
- 민원인에 카톡으로 "마음에 든다"..처벌 면한 이유
- 50대 남편, 30대 베트남 아내 한국 생활 3달만에..
- "고양이 때문에 원룸 화재"..속 타는 주인, 왜?
- '사회생활 만렙' 장성규가 알려주는 승진비법 꿀팁
- [단독] 명태균 "국가산단 필요하다고 하라…사모한테 부탁하기 위한 것" | JTBC뉴스
- 투표함에 잇단 방화 '충격'…미 대선 앞두고 벌어지는 일 | JTBC뉴스
- 기아의 완벽한 '결말'…우승에 취한 밤, 감독도 '삐끼삐끼' | JTBC뉴스
- "마음 아파도 매년 올 거예요"…참사 현장 찾은 추모객들 | JTBC뉴스
- 뉴스에서만 보던 일이…금 20돈 발견한 경비원이 한 행동 | JTBC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