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스페셜올림픽' 의혹.. 비서 특혜 채용과 건물 구입
2013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세계대회 조직위원회는 지난 2011년 11월 비서진 2명을 채용했다. 당시 조직위원장이었던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 대표의 이미지 관리와 의전을 담당하는 전담 직원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자격 기준은 까다로왔다. 연봉 4,585만 원을 받는 가급 비서관에 응시하려면 비서관련 학과의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1년 이상 비서로 일한 경험이 있거나, 12년 이상 대기업 임원급 또는 국회의원의 비서로 근무한 경험이 필요했다.
연봉 3,309만 원의 다급 수행비서는 학사 학위를 취득 후 4년 이상 경력을 쌓았거나, 7년 이상 비서로 근무한 경우 또는 7급 이상 공무원으로 2년 이상 차량의전과 신변보호 업무 경력이 있어야 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 대표의 보좌진, 2013스페셜올림픽조직위 비서진으로 비공개 채용돼
응시 기준에 비해 채용절차는 단순했다. 공개 모집 절차 없이 비공개 방식으로 채용자를 정했다. 게다가 면접 시험도 생략했다. 서류전형만으로 채용 여부를 결정한 것. 원서접수와 서류전형은 단 하루만에 일사천리로 끝났다.
이같은 채용방식을 거쳐 입사한 사람은 최 모씨와 조 모씨. 가급 비서관으로 채용된 최 씨는 국회의원 비서로 12년 2개월 동안 일한 경력이 있었고, 다급 수행비서로 채용된 조 씨는 국회의원 비서로 일한 경력이 7년 4개월이었다.
조직위가 위원장의 비서 채용조건으로 내세웠던 12년과 7년의 국회의원 비서 경력은 사실상 최 씨와 조 씨를 채용하기 위해 만든 맞춤형 조건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들이 보좌했던 국회의원은 나경원 원내대표였다. 이들은 지난 2004년부터 나경원 대표가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해 의원직을 상실할 때까지 나 의원을 보좌했다.
국회의원 보좌진은 의원이 직을 잃는 순간 당연 퇴직된다. 즉 스페셜올림픽조직위는 비정상적인 채용방식을 통해 나 대표의 보궐 선거 출마로 실업자 신세가 된 이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준 것이다.
나경원 대표의 지시가 아니었다면 이같은 특혜가 가능했을까?
나경원 대표는 “면접도 공모절차도 없이 비서진을 뽑은 게 정당한 절차를 밟은 것이냐”는 뉴스타파 취재진의 질문에 “발달장애인들을 위해 한 나의 모든 노력을 폄훼하고 왜곡하는 것에 대해 분노한다”고 답했다.
스페셜올림픽조직위원회가 나경원 대표측에게 제공한 이권은 또 있었다. 조직위가 스페셜올림픽을 마치고 남은 돈을 나경원 대표가 회장으로 있던 민간단체에 몰아준 것.
뉴스타파가 입수한 스페셜올림픽조직위의 공식보고서를 보면 국민체육진흥기금 115억 원과 강원도비 45억 원, 체육복권 수익 38억 원, 옥외광고물 수입 33억 원 등 모두 232억 원이 스페셜올림픽조직위에 지원됐다.
이는 조직위가 거둬들인 총수입 392억 원의 60%를 차지했다.
총 입장권 판매 수량 9만 5,034 장 가운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구입한 수량은 8만 7,731장으로 92%나 됐다.
이같은 정부의 지원은 지난 2011년 7월 제정된 ‘2013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세계대회 지원법’이라는 특별법이 있어 가능했다.
특별법은 조직위가 해산할 때 잔여재산은 ‘공익법인의설립운영에관한법률’ 제 13조를 준용해 처리하도록 규정했다.
이 조항은 ‘공익법인의 남은 재산은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귀속한 뒤 이를 공익사업에 사용하거나 유사한 목적을 가진 공익법인에 증여 또는 무상대부’하도록 했다.
그러나 나경원 당시 조직위원장은 법에서 정한 공익법인이 아니라 비영리법인에게 잔여재산을 줄 수 있도록 정관을 만들어 문체부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자신이 회장으로 있던 스페셜올림픽코리아라는 민간 단체에 합법적으로 돈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나경원 위원장은 또 정관을 만들 때 국비지원금 산정 기준에서 체육복권 수익과 옥외광고물 수입을 제외하는 꼼수를 부렸다.
이 결과 정부 지원금은 실제 지원한 232억 원이 아닌 160억 원으로 축소됐고, 조직위가 거둬들인 전체 수입에서 정부 지원금이 차지하는 비율 즉 기금 조성비율이 60%에서 41%로 깎였다. 이 때문에 국고로 환수해야할 금액도 줄었다.
조직위가 해산되기 한 달 전인 통장 잔고는 62억 원. 이를 모두 잔여 재산으로 산정할 경우 기금조성 비율이 60%인 경우 37억 원을 국고로 환수할 수 있지만, 기금조성 비율이 41%로 줄면서 환수 규모는 최대 25억 원으로 축소됐다.
하지만 이 마저도 제대로 환수되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강원도가 환수한 잔여재산은 5억 원 남짓.
2013년 5월 20일 현재 기준으로 작성된 조직위 문건에는 62억 원의 현금을 조직위 해산단 운영 등에 12억 원, 대회유산 즉 레거시 사업에 44억 원, 청산단 운영에 5억 원을 쓰겠다고 돼 있었다.
레거시 사업비용 44억원은 당시 나경원 대표가 회장을 맡고 있던 스페셜올림픽코리아라는 한 민간단체에 이전됐다. 하지만 레거시 사업은 실체가 없었다.
문체부 관계자는 “스페셜올림픽코리아가 레거시 사업에 돈을 쓰지 않고 건물을 사는데 사용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스페셜올림픽코리아는 지난해 서울 강남에 68억짜리 6층 사옥을 구입하면서 레거시사업으로 배정받은 44억 원과 문체부의 법인화 지원금 10억 원을 매입 자금에 보탰다.
국민의 세금이 나경원 대표가 회장을 맡았던 민간 단체의 사옥 매입 자금으로 사용된 것이다.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 나경원 대표가 지난 2014년 국회 예결위원 시절 스페셜올림픽코리아의 법인화 지원금이라는 꼬리표를 달아 10억 원의 예산을 배정해줬다”며 “이 때문에 다른 장애인 단체가 지원받을 수 있는 기회가 박탈됐다”고 주장했다.
스페셜올림픽코리아는 나경원 대표가 사실상 사유화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벌어진 단체다.
나 대표는 지난 2011년 5월부터 이 단체의 대표를 맡았다. 그러나 국회의원의 겸임 및 영리업무 종사 금지에 따라 2016년 6월 회장직에서 물러날 수 밖에 없게 되자 자신의 딸 김 모양을 당연직 이사로 앉혔다.
당연직 이사는 문체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김 모양은 승인을 받지 않고 3년 넘게 활동했다. 또 스페셜올림픽코리아는 김 양이 스페셜올림픽 선수 자격을 갖춰 당연직 이사로 선임했다고 해명했으나 스페셜올림픽코리아 내부 규정에는 선수출신은 당연직 이사가 아닌 이사로만 선임할 수 있다.
이처럼 김양의 당연직 이사 선임 과정에서 절차와 규정을 깡그리 무시되면서 나경원 대표의 스페셜올림픽코리아 사유화 논란이 가열됐다.
안진걸 민생연구소 소장은 “국고로 환수되야할 세금이 사옥 매입자금으로 무단 사용된 것은 국고를 유용하고 국고에 큰 손실을 끼친 중대 범죄행위”라며 “관련 내용을 정리에 조만간 검찰에 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타파 황일송 ilso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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