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제록스 인수 제안 거절.."우리를 과소평가했다"

이민정 입력 2019. 11. 18. 07:08 수정 2019. 11. 18.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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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복사기·프린터 업체인 제록스가 PC·프린트 제조사 HP 인수하겠다고 나섰지만 거절당했다.

17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와 경제매체 CNBC 등에 따르면 HP 이사회는 제록스의 인수 제안을 만장일치로 거절했다. 제록스가 HP의 가치를 과소평가했다는 판단에서다.

HP 이사회는 제록스 측에 보낸 편지에서 "지난해 6월 이후 제록스의 연간 매출액이 102억 달러에서 92억 달러로 감소한 점에 주목한다"며 "이는 우리에게 제록스의 사업, 그리고 미래 전망의 궤도와 관련해 심각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고 밝혔다.

앞서 제록스는 자신보다 몸값이 세 배나 큰 HP를 상대로 인수·합병을 제의했다. HP를 주당 22달러, 총 335억 달러(약 38조원)에 인수하겠다는 제안이다. 인수 금액의 77%는 현금으로, 나머지 23%는 제록스의 주식으로 치르는 방안이었다.

특히 제록스 주식 10.6%를 보유하고 있는 칼 아이컨 아이칸 엔터프라이즈 회장은 최근 HP 주식 12억 달러어치를 매입하며 양사 합병을 적극적으로 요구해왔다. 기업사냥꾼으로 불리는 아이컨은 자신이 양사 주식을 보유했다며 양사 합병이 비용 절감은 물론 프린터 옵션에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가져다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제록스는 프린터·복사기 업계가 위기에 직면하자 인수·합병을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HP는 지난달 2022년 말까지 7000∼9000명을 감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금융정보 업체 팩트셋은 전 세계의 HP 직원 5만5000 명의 약 16%에 해당한다는 수치로 추정했다. 연간 10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구조조정 계획의 하나다.

하지만 HP의 시가 총액 가치는 290억 달러(약 33조7000억원)로 제록스의 3배나 넘어 인수가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HP 이사회도 제록스가 자신들의 가치를 과소평가함으로써 주주에게도 최대 이익을 안겨줄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다만 향후 조건이 달라질 경우 합병 가능성은 여전히 열어놨다.

HP는 편지에서 "우리는 통합의 잠재적 이익을 인정한다"며 "우리는 제록스와의 잠재적 합병을 통해 HP의 주주들에게 창출될 가치가 있는지 더 검토하는 것에 열려 있다"고 밝혔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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