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상체 물 잠긴 흔적 없는데 사인은 익사"..세월호 또다른 '경빈군' 있었나

CBS노컷뉴스 김재완‧차민지 기자 2019. 11. 18.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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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임경빈 군 이어 네번째 발견된 희생자 고 권오천군 형 인터뷰
"다리 부었지만 상체 물에 잠긴 흔적이 없는데 '익사'..구조과정 의문"
'부실구조' 정황 짙어지지만 해경지휘부 '묵묵부답'..사참위도 조사 中
檢 특수단 수사로 5년 전 가라앉았던 '진실' 인양될까, 유가족 주목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문화제에서 세월호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몸 전체가 물에 가라 앉았다고 보긴 어려운 상태였어요. 하체는 물에 오래 있었는지 많이 부어있었지만 상체 쪽은 그런 흔적이 전혀 없었으니까…그런데 사인은 '익사'였어요"

세월호 희생자 고(故) 권오천 군의 형 권오현(32)씨가 힙겹게 다시 '그날의 기억'에 대해 입을 열었다. 오천 군은 최근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의 발표로 '구조지연' 의혹이 불거진 고(故) 임경빈 군 발견 약 1시간 뒤에 발견된 네 번째 희생자다.

참사 당일 경빈 군이 맥박이 있는 상태로 발견됐지만 헬기가 아닌 배로 이송돼 숨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당시 해경의 구조활동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이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의혹이 유가족의 입에서 나온 것이다.

◇ '익사'라는데 물 속에서 나온 것 같지 않아…다리엔 발버둥 친 흔적

지난 14일 오현씨는 CBS노컷뉴스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참사 당일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온 오천 군을 목포의 한 병원에서 맞이했던 순간을 어렵게 회상했다. 사참위의 '고(故) 임경빈 군 관련 구조지연 의혹' 발표 후 언론을 통해서는 처음 입을 연 것이다.

그는 "병원 측 전화를 받고 도착했을 때가 밤 9~10시였는데 병원 영안실에서 오천이를 보자마자 슬픔 속에서도 '어 뭐지?', '물 속에 있다가 나온 거 같지 않은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스쳤다"며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구체적으로 "처음 봤을 땐 정신이 나갈 것 같은 슬픔에 다른 생각을 못 했다. 그런데 몇 번 자세하게 보니 아이의 상태가 전신이 물에 장시간, 그러니까 5~6시간 동안 있다가 나온 것 같지가 않았다"며 "물론 하체는 물에 오래있었는지 많이 부어있었지만 얼굴이나 상체는 부은 흔적이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해경의 발표에 따르면 오천군은 참사 당일 오후 6시 36분쯤 세월호 침몰 발견 지점서 약 10m 떨어진 해상에서 구명조끼를 입은 채 발견됐다. 오천 군의 사인은 물에 빠져 숨졌다는 뜻의 '익사'로 기록됐다.

하지만 그때까지 오천 군도 경빈 군처럼 생존 가능성이 있었거나 최소 '하체 근육이 부을 정도'로 물 위에서 발버둥 치며 도움을 요청하다가 구조를 받지 못해 죽어갔을 수 있다는 게 오현씨가 줄곧 품어왔던 의심이다.

그는 "(동생이) 구명조끼를 입고 있는 상태에서 (살기 위해) 계속 발차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발을 보면 퉁퉁하게 불어올랐지만 손은 안 그렇다. 하체는 물에 잠겨있었을 수 있는데 상체는 물에 안 들어갔다는 확신이 든다"고 말했다.

◇ 檢에 요청한 자료에도 동생 관련 '영상'은 빠져…사참위도 조사에 '속도'

권오현씨가 검찰에 요청해 받은 고(故) 권오천군 발견 당시 기록 일부.
오천 군의 발견 및 수습 과정 전반을 들여다볼 수 있는 '영상자료'가 빠진 것도 의아한 점이다.

동생의 시신을 수습한 뒤 오현씨와 가족들은 오천 군의 몸에 차마 칼을 댈 수 없어 부검은 포기했다. 하지만 당시 구조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심을 도무지 떨쳐버릴 수 없었고, 결국 경빈 군의 어머니 전인숙씨와 함께 검찰에 진정을 냈다. 당시 희생자들의 발견 및 구조조치 전반을 알고 싶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그해 12월 오현씨가 검찰로부터 받은 자료에는 경빈 군 관련 영상만 남아있을 뿐 정작 오천 군의 발견 및 조치 영상은 누락됐다. 오천 군에 대해서는 팽목항에 시신이 도착 후 촬영한 사진 몇 장과 발견시간 및 장소 등이 몇 줄 적힌 기록만 제공됐다.

영상이 실수로 누락됐는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지 여부는 아직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오현씨는 최근 사참위를 통해 오천 군 관련 영상자료 존재 및 확보 여부를 재요청한 상태다.

그는 이번 사참위의 발표를 통해 '부실구조 의혹'이 조금씩 실체를 드러나고 있는 상황 속에 자신도 힘을 보태야겠다는 생각에 아픈 기억들을 다시 꺼내고 있다고 한다.

오현씨는 "발표 후 몰려드는 연락에 도저히 정신적으로 견디기가 어려워 해외로 나갔다가 얼마 전 들어왔다"면서 "힘들어도 경빈이와 비슷하게 발견된 게 오천이 하나뿐이고, 어떻게든 규명돼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사참위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소위원회 또한, 역시 오천군의 사망 처리 과정 및 해경의 사고 당일 구조활동 전반을 조사안건으로 올리고 당시 상황 전반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 구조 책임진 당시 해경지휘부 '묵묵부답'…檢수사로 진실 인양될까

故김시연 양의 어머니 윤경희씨와 故임경빈 군의 어머니 전인숙씨가 13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박하얀 기자)
이처럼 해경의 당시 구조 및 수색 작업을 두고 '부실의혹'이 날로 커지고 있지만, 정작 해당 사태에 1차 책임이 있는 당시 해경 지도부는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은 채 '묵묵부답' 혹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당시 현장에 있던 김석균 전 해경청장과 김문홍 전 목포해경서장 등에게 해명을 듣기 위해 취재진은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최근 사참위는 고(故) 임경빈군 사건과 관련해 김 전 청장 등 해경 지휘부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해당 사건을 검찰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에 수사의뢰했다. 유가족들 또한, 지난 15일 이들에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며 고발장을 제출한 상태다.

5년 넘게 세월호와 함께 가라 앉았던 '그날의 진실'이 뒤늦게 일부 모습을 드러낸 가운데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진상규명'의 기회를 쥔 검찰 수사에 다시금 유가족의 시선이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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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재완‧차민지 기자] canbestar30@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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