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영토분쟁]<59>스웨덴-핀란드, 바위섬 위 8번 꺾이는 국경 그린 이유는?

한국일보인턴 2 입력 2019. 11. 16. 05:02 수정 2019. 11. 1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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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케트 섬은 발트해 북쪽 스웨덴과 핀란드 사이의 보트니아 만 어귀에 있는 작은 바위섬이다.

길이 350m 너비 150m 가량의, 사람이 살지 않는 이 작은 섬을 지키고 있는 것은 130여년 전 지어진 등대다.

섬이 스웨덴과 핀란드 국경으로 분할된 것은 1809년 양국이 맺은 프레드릭스함 조약에 의해서다.

이때 양국은 프레드릭스함 조약을 통해 스웨덴과 핀란드 사이, 보트니아 만 어귀에 위치한 메르케트 섬을 일직선으로 가르는 국경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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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너머 지은 등대 문제… 특이한 국경선 그어 분쟁 해결

북유럽 스웨덴과 핀란드가 특이한 국경선을 그어 분쟁을 해결한 메르케트 섬. 그래픽=김문중 기자

메르케트 섬은 발트해 북쪽 스웨덴과 핀란드 사이의 보트니아 만 어귀에 있는 작은 바위섬이다. 길이 350m 너비 150m 가량의, 사람이 살지 않는 이 작은 섬을 지키고 있는 것은 130여년 전 지어진 등대다. 메르케트 섬은 국경선으로 나뉜 섬 중에 가장 작은 섬이자, 이 등대로 인해 가장 기이한 형태의 내부 국경을 갖고 있다.

섬이 스웨덴과 핀란드 국경으로 분할된 것은 1809년 양국이 맺은 프레드릭스함 조약에 의해서다. 1808년~1809년 벌어진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패한 스웨덴은 지금의 핀란드 영토를 러시아에 할양했다. 당시 자국 영토 동쪽 3분의 1에 해당하는 크기였다. 러시아는 이렇게 획득한 지역에 핀란드 대공국을 수립해 자치권을 부여, 러시아의 제후국으로 삼았다. 이때 양국은 프레드릭스함 조약을 통해 스웨덴과 핀란드 사이, 보트니아 만 어귀에 위치한 메르케트 섬을 일직선으로 가르는 국경선을 그었다.

1885년 러시아는 메르케트 섬에 등대를 건설했다. 1873년 한 해에만 배 8척이 섬 인근에서 가라앉았을 정도로 험한 섬 해안 지형 때문이었다. 문제는 이때 러시아가 자국 영토가 아닌 섬의 서쪽, 즉 스웨덴 영토 내에 등대를 건설했다는 점이다. 이것이 의도적이었는지 우연이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당시만 해도 스웨덴 측은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는데, 1809년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패배한 기억 때문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사실상의 국경 침범은 1917년 핀란드가 완전히 독립을 하고서도 이어졌다. 결국 1981년에야 양국은 문제 해결에 합의했는데, 이때 양국이 고안한 해법 덕분에 지금의 특이한 국경이 탄생했다. 등대의 소유권을 스웨덴에 넘기거나 등대를 옮겨 세우는 대신 국경을 다시 긋기로 합의한 것이다. 등대를 핀란드 땅으로 넘기되, 대신 등대만큼의 영토 일부를 스웨덴에 넘기는 방식이었다. 이때 국경선이 바다에 닿는 부분이 바뀌면 어업권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해안까지는 원래의 국경선을 유지하고 섬 내부에서 국경선을 꺾으면서 역S자형 혹은 Z자형 국경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영토 조정 이후 핀란드가 등대를 더 잘 관리하리란 예측과 달리 1977년 이미 자동화된 등대는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은 채 방치되어 갔다. 등대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바위로 가득한 해안지형과 잦은 폭풍우로 인해 섬을 방문하는 일은 여전히 위험했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비석도 울타리도 아닌 바위 위 구멍 열 개가 국경표시를 대신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폭풍우나 해빙이 표식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방치되던 등대를 안타까워하던 ‘핀란드등대협회(Finnish Lighthouse Society)’가 2007년부터 매해 여름 메르케트 섬을 방문, 등대 보수 작업과 함께 관광객 투어를 진행하며 잊혀져 가는 등대를 지키고 있다.

이미령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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