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개 구충제로 암 치료하던 '안핑거' 숨져.."펜벤다졸 때문 아냐"

박지혜 2019. 11. 1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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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암 투병 중 개 구충제로 알려진 펜벤다졸을 복용하며 후기를 전한 유튜버 안핑거가 최근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안핑거의 딸은 지난 14일 유튜브 채널의 커뮤니티를 통해 “부친께서는 13일 수요일 14시 27분경 사망하셨다”라며 “원인은 암이 아닌 뇌경색과 그로 인한 음식물 섭취 장애로 음식물이 폐로 들어가게 되어호흡부진으로 인한 폐 손상이 가장 큰 사인으로 확인됐다”라고 밝혔다.

그는 “아버지는 6년 전 심근경색이 발생해 혈관약을 계속 복용했지만, 최근 몇 달간 녹즙과 비타민을 먹으면서 증상이 개선돼 약을 중단했다”며 “혈관을 생각하지 않고 음식 조절을 하지 않은 채 암 치료에만 전념한 게 화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본인이 힘들어도 다른 암환자와 소통하고 응원 댓글을 읽으며 힘을 내셨다”며 “암 환자들이 희망을 잃지 말고 꼭 완치하기를 기도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말기 직장암 환자였던 안핑거는 지난 9월 20일부터 유튜브 영상을 통해 펜벤다졸을 복용하며 일주일마다 혈액검사를 받은 결과 간과 염증 수치에 변화가 있었다고 전한 바 있다. 이에 유튜브 채널 구독자가 2만7000여 명까지 늘어나는 등 많은 관심이 쏠렸다.

유족은 안핑거의 사망이 펜벤다졸 복용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유튜브 ‘안핑거’ 채널 캡처
펜벤다졸은 지난 9월 폐암 말기인 한 미국인이 복용 후 완치를 주장했다는 외국 보도 내용이 국내에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식품의약안전처는 앞서 지난달 28일 펜벤다졸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복용 자제를 권고했다. 그럼에도 관심이 식지 않자 대한의사협회도 재차 복용 자제를 강조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는 국민건강보호위원회 지난 7일 보도자료를 통해 펜벤다졸을 항암 치료 목적으로 복용하는 것에 대해 “현재까지 사람을 대상으로 항암 효과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없으며 안정성도 확인되지 않았다”라며 “복용을 권장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협회는 “펜벤다졸은 기생충 감염 치료에 대한 효과 외에도 세포 내에서 세포의 골격, 운동, 분열에 관여하는 미세소관을 억제해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라며 “하지만 그 근거를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아닌 세포 실험과 동물 시험으로 나온 결과”라고 지적했다.

협회는 “펜벤다졸이 일부 동물 실험에서 효과가 있었다 해도 사람에게서 같은 효과를 보인다는 보장은 없다”면서 “사람을 대상으로 약을 사용하기 위해선 엄격한 임상 시험을 통해 효능과 안정성이 확인돼야 하지만, 현재까지 사람에게 펜벤다졸의 항암 효과를 확인한 임상시험은 발표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또 부작용에 대해 “펜벤다졸은 동물에서 구토, 설사, 알레르기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며, 고용량 복용 시 독성 간염이 발생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라며 “더욱이 항암제와 함께 복용할 경우 약제 간의 상호작용으로 항암제의 효과를 떨어트리거나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이러한 부작용 역시 사람을 대상으로 확인된 적이 없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협회는 “암 환자와 그 가족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펜벤다졸을 복용하겠다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현재로서는 펜벤다졸을 복용하고 암이 나았다는 사례의 경우 효과가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개인 경험에 의한 사례 보고이므로 근거가 미약한 주장”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현재까지 사람을 대상으로 항암 효과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없고 안전성도 확인되지 않은 펜벤다졸의 복용을 권장할 수 없다”면서 “향후 엄격한 임상시험을 통해 그 효능과 안전성이 검증돼야 하며, 복용을 고려하는 환자라면 반드시 담당 주치의와 상담하길 권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박지혜 (nonam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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