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빈군 어머니 "숨진 아이와 입 맞췄을 때 마른 입술..뭔가 이상했다"

권지담 2019. 11. 12.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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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박 있던 단원고 학생 고 임경빈군 어머니 전인숙씨 인터뷰
익사 아니라 응급조처 받았다 생각하게 된 계기
두 장의 사체검안서 수없이 의문 제기해도 외면
이번에 검찰 특별수사단은 꼭 진실 밝혀야
세월호 참사 당일 응급처치로 맥박 등 바이털사인(활력징후)이 돌아왔지만 헬기로 이송되지 못하고 끝내 목숨을 잃은 고 임경빈(단원고)군의 어머니 전인숙씨가 12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구 적금로에 있는 ‘단원고4·16기억교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안산/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제발 그만하라”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엄마는 그만둘 수가 없었다. 아들 경빈(당시 18살)이 세상을 떠난 뒤 5년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진실’은 무엇 하나 선명하지 않았다. 두장의 사체검안서, 엇갈린 사망 시각. 마지막으로 확인했던 순간 아이의 상태.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로 숨진 임경빈군의 어머니 전인숙(47)씨를 끝없이 붙든 의문이었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던 엄마의 그 물음이 실마리가 되어, 침몰할 것 같았던 세월호의 진실 가운데 일부는 지난달 31일 다시 세상으로 길어 올려졌다.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참사 당일 맥박이 되돌아온 경빈군을 해경이 헬기가 아닌 배로 4시간41분 만에 병원까지 이송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속이 울렁거리고 숨이 안 쉬어졌어요. 이틀 전 영상을 이미 봤는데도 못 견디겠더라고요. 그대로 (회견장에) 앉아 있다간 쓰러질 것 같아서 빠져나왔어요.” 12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단원고4·16기억교실’ 2학년 4반 교실에서 <한겨레>와 만난 전씨는 여전히 가슴이 갑갑한 듯 크게 숨을 내쉬었다. 첫째 분단 둘째 줄, 아들의 자리를 천천히 둘러보는 전씨의 눈가가 곧 촉촉해졌다. 걸상에 걸린 책가방은 아직 주인을 기다리는 듯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 응급처치로 맥박 등 바이털사인(활력징후)이 돌아왔지만 헬기로 이송되지 못하고 끝내 목숨을 잃은 고 임경빈(단원고)군의 어머니 전인숙씨가 12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구 적금로에 있는 ‘단원고4·16기억교실’ 2학년 4반 임경빈군의 자리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며 경빈군의 이름이 적힌 방명록을 쓰다듬고 있다. 안산/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참사 당일 병원에서 아들을 처음 봤을 때부터 전씨의 마음속엔 무수한 의문이 떠올랐다. “제발 심폐소생술 좀 해주세요!” 정신 나간 사람처럼 의료진에게 호소하던 중에도 무언가 이상했다. ‘만지지 말라, 들어오지 말라’는 의사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숨진 아이를 부둥켜안은 채 입을 맞췄을 때, 아들의 입술은 차갑고 물기 없이 말라 있었다. “참사 당일 현장에서, ‘입에 물이 없으면 인공호흡을 한 거고, 입술이 까맣게 변했으면 저체온증’이라고 들었어요. 아들이 익사한 게 아니라 (숨지기 전) 응급처치를 받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의심이 굳어진 건 열흘 뒤다. 2014년 4월26일, 발인을 위해 목포한국병원에서 받은 사체검안서를 병원 쪽에 냈지만 “이대로는 못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사망 시각을 하나로 통합해서 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제야 검안서를 제대로 보게 된 전씨는 두장의 검안서에 적힌 경빈군의 사망 시각이 제각각이라는 걸 알게 됐다. ‘오후 6시36분, 밤 10시10분’. 그해 5월 전씨 부부가 직접 목포한국병원을 찾아가서야 경빈군의 최종 검안서의 사망 시각이 ‘밤 10시10분’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여전히 알 수가 없었어요. 오후 6시36분이 아이를 처음 바다 위에서 건진 시간인지, 배 위에서 구급대원들이 정한 사망 시간인지….”

세월호 참사 당일 응급처치로 맥박 등 바이털사인(활력징후)이 돌아왔지만 헬기로 이송되지 못하고 끝내 목숨을 잃은 고 임경빈(단원고)군의 어머니 전인숙씨가 12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구 적금로에 있는 ‘단원고4·16기억교실’ 2학년 4반 임경빈군의 자리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며 경빈군의 이름이 적힌 방명록을 쓰다듬고 있다. 안산/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후 전씨는 검찰과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1기 특조위)에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했다. 의혹은 풀리지 않았다. 검찰에 증거보존 신청을 해 참사 당일 3009함 채증 영상과 해경 상황일지, 경빈군의 사진 등을 받았지만 자료 속 시간과 위치들이 제각각이었다. 특조위가 모진 정치적 방해 속에 해체되는 것도 지켜봐야 했다. 그렇게 5년여가 지난 올해 10월29일에 이르러서야 경빈군의 엄마 아빠는 아들의 구조·수색 과정이 담긴 영상을 보게 됐다.

“정말 숨이 탁 막혔어요. 아빠랑 둘이 말도 할 수 없었어요. 경빈이한테 너무 미안한 거예요. 도대체 저런 상황까지 만들면서 뭘 숨기려고 했을까. 사람의 생명을 가지고 그런 식으로….” 전씨는 “영상이 밝혀진 건 아이들이 우리한테 보내는 신호라고 생각했다”며 울먹였다. “아이들이 얼마나 억울했을까요. 진상규명을 해달라고, 우리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얼마나 이야기하고 싶었으면….”

지난 6일 검찰이 세월호 특별수사단(특수단)을 꾸린다는 소식에 전씨는 “반가운 마음보다 당황스러운 마음이 먼저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 속보를 통해 특수단 구성 소식을 들었다.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말 한마디 없이 특수단이 설치된다는 것이 어이가 없더군요. 해경 채증 영상이 나오지 않았으면 끝까지 (수사를) 안 하려고 했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전씨는 “검찰과 기무사, 국정원이 연루된 사건을 검찰이 수사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면서도 검찰에 당부했다. “참사 당일 왜 구조를 하지 않았고 왜 배가 침몰했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꼭 진상규명을 해야 합니다.”

안산/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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