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상가, 다시 세계의 기운이 모일까 [정동길 옆 사진관]
[경향신문]

한국 최초의 주상복합단지 세운상가(世運商街)는 말 그대로 ‘세계의 기운이 모였던 곳’이다. 그 세계는 전자 시계였다. 한국 현대 건축의 선구자 김수근이 설계 초안을 마련해 1968년 준공됐다. TG삼보컴퓨터, 한글과 컴퓨터, 코맥스가 둥지를 틀었던 곳이다. 용산의 청과물시장이 가락동으로 옮겨가고 빈자리를 전자제품 상가들이 메우기 전까지는, 그러니까 1987년 용산전자상가가 문을 열기 전까지는 한국 최대의 전자상업단지였던 것이다.

종묘 입구에서 시작해본다면 크게 4개의 단지가 남북으로 뻗어 있다. 종로에서 시작된 세운상가, 청계상가, 삼풍상가 및 풍전호텔, 신성상가 및 진양프라자로 이어지는 주상복합건물은 퇴계로로 이어진다. 첫 번째 단지인 세운상가는 옥상에 근사한 전망대가 있어 북쪽으로는 종묘를 내려다보고 그 주위로는 낙후된 도심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청계천을 건너 구름다리로 이어지는 청계상가에는 젊은 직장인들에게 인기 있는 카페와 상점들이 입점해 있다. 호텔이 들어선 세 번째 단지는 리모델링됐으며, 마지막 단지인 진양프라자는 무척 낙후된 모습이다.

하지만 새로 조성된 용산전자상가에 패권을 빼앗기며 쇠락의 길을 걸었다. 2009년 전면 철거될 처지였다. 공원으로 만들고 주위에 고층빌딩을 세운다는 것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구상이었다. 다음 시정을 맡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4년 세운상가를 철거하지 않고 리모델링하는 ‘보존형 개발’을 결정했다. 이른바 ‘다시 세운 프로젝트’다. 지난 2017년 9월 1단계 사업을 마쳤다.

미완의 프로젝트라서 그런지 아직 어수선하다. 카페, 음식점, 서점 등 젊은 감각의 상점들이 이미 입점해 있는 상가들의 스산한 분위기를 더해주는 형국이다. 하지만 대형마트, 백화점 등 획일적인 소비 공간과 다른 건축구조를 갖고 있어 찾아다니는 재미가 있다. 진양상가까지 이어지는 공중보행로가 연결되고 기존의 인쇄업 기반을 활용한 창작인쇄산업이라는 서울시의 청사진이 실현된다면 또 다시 세계의 기운이 모일지도 모를 일이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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