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홍콩 경찰, 맨손 청년에 탕탕탕.. 시민들 "살인자" 분노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2019. 11. 12. 04: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홍콩 사태 격화]
- 피격 청년 위독.. 최악 치닫는 홍콩
학생·노동계 총파업 등 '3파 투쟁'
시위대, 親中남성 몸 불지르기도
람 행정장관 "폭도들에 굴복안해"
홍콩증시 2.6%, 상하이 1.8% 급락

홍콩 시위 현장에서 경찰이 11일 시위대에 실탄을 발사해 21세 남성이 위독한 상태다. 발포 과정이 동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전파되며 시위가 격화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폭력과 혼란을 막고 질서를 회복하는 것은 홍콩의 가장 중요한 임무"라며 홍콩 정부의 강경 대처를 주문한 지 일주일 만이다.

동영상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홍콩 사이완호(西灣河)에서 한 경찰이 시위자와 몸싸움을 벌이던 중 2~3m 거리에 있던 또 다른 시위자가 다가오자 1m 앞에서 그를 향해 권총을 발사했다. 이 남성은 신장과 간 등을 크게 다쳐 집중 치료를 받고 있다. 동영상에서는 경찰이 다른 시위대와 몸싸움하는 과정에서 총성 2발이 더 들린다.

시진핑 강력진압 지시 일주일 만에… 홍콩경찰, 실탄 3발 발사 - 11일 오전 홍콩 사이완호 지역에서 홍콩 경찰이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은 시위 참가자에게 총을 겨누고 있다(왼쪽 사진). 한 영상제작사가 소셜미디어로 중계한 영상에는 경찰이 한 시위 참가자가 자신을 향해 접근하자 실탄을 발사했고, 남성은 배를 감싸 쥐며 도로 위에 쓰러졌다(오른쪽 사진). 이 21세 남성은 위중한 상태로 알려졌다. /유튜브
배 움켜쥐고 쓰러진 청년… 시민들, 경찰에 격렬 항의 - 홍콩 사이완호 전철역 인근에서 11일 오전 검은색 옷을 입은 시위 참가자가 경찰에게 실탄을 맞고 쓰러져 있다. 이 남성은 무기를 들지 않은 맨손으로 경찰에게 다가가다 복부에 총을 맞았고, 이후 주변에 있던 시위대와 시민들이 몰려와 실탄 발사에 대해 경찰에게 격렬하게 항의하고 있다. /유튜브

6월 시위가 시작된 이후 경찰 실탄에 시위대가 맞은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10월 1일과 4일에도 18세와 14세 소년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았다. 당시엔 시위자가 쇠파이프를 들거나 경찰을 집단 공격하는 과정이었지만, 이번에 총에 맞은 남성은 무기를 들고 있지 않아 논란이 될 전망이다.

이날 흥분한 시민 수천 명이 거리로 나와 "경찰은 살인자"라고 항의하며 시위를 벌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병원 당국을 인용해 이날 시위로 오후 4시까지 64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이날 홍콩 증시는 전 거래일보다 2.6%, 상하이 증시는 1.8% 하락했다.

지난 6월 시작된 홍콩 시위 사태가 11월 들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날 홍콩과기대 등 홍콩 주요 대학은 '전쟁터'로 변했다. 학생과 노동계가 총파업(罷工), 동맹 휴업(罷課), 영업 중단(罷市) 등 이른바 '3파(三罷) 투쟁'에 나섰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학교 앞 도로에 물건으로 바리케이드를 쌓고 화염병을 던졌다. 이에 맞서 경찰은 대학 캠퍼스 안까지 최루탄과 고무탄을 쏘며 진압에 나섰다.

불붙은 親中남성 - 11일 홍콩 시위대와 언쟁을 벌이던 한 중년 남성의 옷에 불이 붙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한 시위 참가자의 소행이라고 전했다. /트위터

시위대는 홍콩과기대 2학년 알렉스 차우(周梓樂·22)씨의 사망 원인을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다. 차우씨는 지난 4일 오전 1시 홍콩 동부 정관오 지역의 한 주차장 건물 3층에서 2층으로 떨어져 치료받다가 8일 숨졌다. 시위와 관련해 숨진 첫 사망자다. 당시 이 일대에서는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해 경찰이 주차장 건물에 최루탄을 발사했다. 경찰은 당시 진압과 차우씨의 죽음은 관련 없다는 입장이지만 9일 열린 애도 집회에는 10만명(집회 측 추산)이 참석해 경찰의 폭력 진압을 비판했다.

◇공산당 지도부는 진압 처벌 강조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이날 저녁 기자회견을 열고 "폭력 수위를 올려 소위 '정치적 요구'를 관철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생각을 하는 사람이 아직 있다면, 분명히 말하지만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폭도들에게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홍콩 정부는 시위대의 불법행위에 강경 대응하고 있다. 이는 중국 중앙정부의 방침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4일 상하이에서 캐리 람 행정장관을 만나 "법에 따라 폭력을 진압하고 처벌하는 것이야말로 대다수 홍콩 시민의 복지를 수호하는 것이다. (이 원칙을) 흔들리지 말고 견지하라"고 말했다.

람 장관은 이틀 뒤인 6일 베이징에서 홍콩·마카오 업무를 담당하는 한정(韓正) 부총리를 만났다. 한 부총리는 "홍콩에서 폭동 제압과 질서 회복은 홍콩 행정, 입법, 사법기관의 공동 책임"이라고 했다. 지난 8일 홍콩 경찰은 5월 홍콩 입법회(의회) 안에서 범죄인 인도법 수정안을 심사하려던 친중계 여당 의원들과 몸싸움을 벌인 혐의로 에디 추(朱凱廸) 등 야당 의원 3명을 체포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압박에 시위대가 반발하며 홍콩 상황은 연일 악화하고 있다. 11일에는 홍콩 시위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시위대를 비판하는 남성의 몸에 휘발성 액체를 붓고 불을 붙이는 영상이 공개됐다. 이 남성은 전신에 2도 화상을 입고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 편집장인 후시진은 이날 트위터에 "홍콩 폭력 시위대가 이슬람국가(IS) 멤버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테러리스트라는 것이다. 최근에는 홍콩 경찰들이 시위에 참가한 10대 여성을 경찰서로 끌고 들어가 집단 성폭행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사태가 수습되지 않자 홍콩 내 친중 진영에서는 람 행정장관이 일종의 계엄령인 '긴급법'을 추가 발동해, 시위 금지 등의 조치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홍콩 야당 진영에서는 야당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 상황에서 홍콩 정부가 혼란을 구실로 11월 24일로 예정된 구의원 선거를 취소시키기 위해 사태를 고의로 악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