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제시카는 외동딸, 일리노이 시카고~" 영화 '기생충' 속 이 노래, 북미서 흥한 이유

김지혜 기자 2019. 11. 1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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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영화 <기생충>에서 박 사장(이선균)네 초인종을 누르기 직전 ‘제시카 요약송’을 부르는 기정(박소담)과 기우(최우식).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제시카는 외동딸, 일리노이 시카고, 과 선배는 김진모, 그는 네 사촌~.”

어쩌다가 이 노래가 이리 됐을까. 지난달 11일 북미에서 개봉한 영화 <기생충>에서 기정(박소담)이 부른 일명 ‘제시카송’이 해외 영화광들이 모인 인터넷 공간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간)까지 총 1127만 달러 수입을 돌파하며 올해 북미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거둔 외국어 영화로 등극한 <기생충>답게, 영화가 몰고 온 화제성 역시 심상찮다.

‘제시카송’은 <기생충>에서 기정과 기우(최우식) 남매가 박사장(이선균) 집 초인종을 누르기 직전, 자신들이 만든 허구의 인물 ‘제시카’의 프로필을 외우기 위해 ‘독도는 우리땅’을 개사해 부른 노래다. 단 6초에 불과한 ‘제시카송’이 최근 해외 인터넷을 강타한 유명 ‘밈(Meme·유머 콘텐츠)’이 된 것은, 영화를 본 뒤 이 노래에 대한 심각한 ‘중독 증세’를 호소한 북미의 관객 반응에서 비롯했다.

가사를 영어로 번역한 문구 “Jessica, only child, Illinois, Chicago”가 쓰인 티셔츠·머그컵 등이 온라인 쇼핑몰에서 팔리기 시작했다. teespring.com 갈무리

9일 버즈피드는 <‘기생충’을 봐야 할 15가지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여러모로 놀라운 영화지만, 단연 최고는 기정이 제시카 정체성을 기억하기 위해 부른 노래”라며 트위터에 올라온 관련 게시물 15개를 소개했다. 누리꾼들은 이 노래가 다가올 아카데미 영화상의 ‘베스트 오리지널 송’ 부문을 차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곡을 EDM 버전으로 편곡한 리믹스 버전과 창작 안무까지 내놓고 있다. 급기야 가사를 영어로 번역한 문구 “Jessica, Only child, Illinois, Chicago”가 쓰인 티셔츠·머그컵 등이 온라인 쇼핑몰에서 팔리기 시작했다.

<기생충>의 북미 배급사 네온은 8일 배우 박소담이 직접 노래를 가르쳐주는 영상과 함께 휴대폰 벨소리로 곡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링크까지 게시하는 등 선풍적 인기에 화답하고 나섰다. 더불어 원곡인 ‘독도는 우리땅’에 대한 관심까지 함께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호주의 영화 배급사 매드맨 필름은 “ 이 곡의 원곡인 ‘독도는 우리땅’은 한국과 일본의 영토 분쟁을 다룬 한국의 유명한 노래로, 한국 학생들이 암기를 할 때에도 주로 사용된다”고 소개했다.

북미 개봉 당시 단 3개 상영관에서 시작한 <기생충>은 개봉 5주차인 8일부터는 604개의 상영관을 확보하며 10일까지 1127만8000달러 수입을 돌파했다. 올해 북미서 개봉한 외국어 영화 중 최고 성적이다. 미국 언론들은 현지 영화 배급사들 의견을 인용하며 <기생충>의 최종 성적이 2000만 달러를 넘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와중에 불어닥친 ‘제시카송’ 열풍은 북미에서 흥행과 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아 챈 <기생충>의 현재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기생충>은 마블과 같은 할리우드 프랜차이즈 영화처럼 ‘대흥행’을 구가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 애호가들 사이에서 ‘꼭 봐야만 하는’ 유의미한 영화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포브스는 “<기생충>의 상영관당 평균 관객수(북미 기준)는 향후 <어벤져스:엔드게임>을 앞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은 현상은 다른 경험을 하기 위해 극장을 기꺼이 찾는 관객들의 존재, ‘제시카송’을 더 듣고자 하는 관객의 ‘허기’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기생충>은 내년 2월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외국어 영화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은 3일 제23회 할리우드 필름 어워드에서 할리우드 필름 메이커상을 거머쥐며 ‘오스카’에 대한 대중의 기대감을 높였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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