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문 대통령 북한에 너무 물러..아베가 말 좀 해달라"

서승욱 2019. 11. 10.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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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K 이와타 해설위원 문예춘추 기고문에서
아베와 문대통령,트럼프간 대화 줄줄이 소개
"문 대통령 징용 발언,뉴욕 회담부터 바뀌어"
"대법원이 합리적 판단"→"어려운 상황"으로
"한미훈련은 낭비,안하겠다"트럼프 발언도
조국사태, 아베 "문제가 많은데"한숨 쉬어
막걸리 선물 이낙연에 "내가 좋아하는 것"

“개별 노동자가 소송을 한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관여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대법원이 적절한 판단을 할 것이다.”(2017년 9월 블라디보스톡 한·일 정상회담)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 기자단]
“대법원이 심의중이지만, 합리적인 판단을 할 것으로 믿고 있다.”(2018년 1월 평창 한·일정상회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2월 평창 블리스힐스테이트에서 평창올림픽 개막식 참가차 방한한 아베 신조 일본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정권에서의 사법 개입이 밝혀져 어려운 상황이 됐지만, 노력하고 싶다.”(2018년 9월 뉴욕 한·일정상회담)
지난해 9월 유엔 총회 참석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미국 뉴욕 파커 호텔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NHK의 현직 해설위원 겸 정치부 기자인 이와타 아키코(岩田明子)가 8일 발매된 월간지 ‘문예춘추’12월호에 기고한 글 ‘아베 신조 VS 문재인, 격돌의 900일’에서 소개한 문재인 대통령의 징용문제 관련 발언이다.
NHK 이와타 아키코 해설위원이 문예춘추 12월호에 기고한 '아베신조 VS 문재인 격돌 900일'. 서승욱 특파원
모두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한 발언으로 소개됐다.

이와타는 2000년대 초반 관방 부장관 시절부터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를 담당해왔다. 그래서 "일본내에서 아베 총리 취재에 가장 정통한 기자"로 평가받고 있다.

블라디보스톡 회담에 이어 평창 회담, 그 이후에도 대법원 판결에 대해 '낙관적'으로 말해온 문 대통령의 발언이 2018년 뉴욕 회담에서부터 뉘앙스가 달라져, 아베 총리가 징용문제에 불안해하기 시작했다는 게 이와타 위원의 분석이었다.

이처럼 이와타의 글속엔 양국 외교에서 가장 민감한 정상간의 대화, 특히 문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여부를 떠나 줄줄이 소개됐다.

문 대통령이 2017년 취임직후 통화에서 역사문제에 대해 “신중하게 다루면서 언제라도 함께 상의하겠다. 셔틀외교를 통해 적절하게 관리하자”라고 했고, 처음엔 문 대통령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던 아베 총리가 “의외로 대화가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을 품게 됐다는 일화도 실렸다.

그러나 뉴욕 정상회담 직후 일본기업에 배상을 명령한 대법원 판결이 2018년 10월에 나오면서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에게서 등을 돌리게 됐다는 것이다.

2017년 8월 북한이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뒤 한·미·일 정상간에 이뤄진 대화 내용도 소개됐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지난 5월 26일 골프 라운딩 도중 셀카를 찍었다. [일본 총리관저 트위터]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에게 너무 무르다. 북한이 대화를 요청하는 상황을 만들 필요가 있다. 신조가 문 대통령에게 말 좀 해달라"고 했고, 이에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이 북한에 대화를 요청하는 듯한 발언은 삼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이 “압력이 아닌 대화의 기회를 만들어야 할 때”라고 답변하면서 미·일과 한국 사이에 틈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내용이었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 뒤 아베 총리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아베 총리가 북·일평양선언을 중시하는 자세라고 전했더니 김정은 위원장도 일본과의 대화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다. 나도 북·일간 중재역할은 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 남북정상회담 설명을 위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 정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예년 수준이라면 한·미군사훈련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했지만 정작 그해 9월 유엔총회에서 북한의 대표가 전혀 다른 연설을 하는 것을 본 아베 총리가 북한에 대한 한국의 영향력에 의구심을 갖게 됐다는 내용도 있다.

이와타의 글 속엔 ‘당시 아베의 머리 속을 스친 것은~’,’당시 아베가 떠올린 것은~’이라며 아베 총리의 머릿속을 꿰뚫는 듯한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또 아베 총리와 다른 정상들간의 대화는 마치 누가 읽어준 듯 생동감 있게 묘사돼 있다.

한국의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 보호협정)종료 결정 직후인 지난 8월말 프랑스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한·미 훈련은 중단해야 한다. 그건 낭비다. 북한에 미사일 발사의 구실을 주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는 대목도 그 중 하나다.

지난 8월말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리고 있는 G7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둘째)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가 25일 미·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정상회담에 배석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오른쪽)가 양국 무역 실무협상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최근 문 대통령이 조국 법무장관을 임명을 강행하자 아베 총리가 “여러가지로 문제가 있는데…”라며 한숨을 쉬었고, 지난달 24일 이낙연 총리에게서 막걸리 선물을 받은 아베 총리가 “감사하다. 막걸리는 내가 좋아한다"고 말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막걸리 선물에 대한 답변은 일본 맥주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는 한국에 대한 '강렬한 빈정거림'을 담은 표현이었다고 이와타는 썼다.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에 대해 이와타 위원은 ^일본에서 수출된 탄소섬유가 한국기업을 통해 중국에 우회수출됐고^한국기업에 의한 전략물자의 무허가수출, 북한에의 환적 등이 확인됐으며^한국 정부가 발표한 무허가 수출 적발 리스트엔 화학무기로 전용 가능한 재료가 이란이나 시리아로 향한 경우도 포함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도쿄=서승욱·윤설영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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