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체제 '대변혁'..일반고 살아날까

서현아 기자 2019. 11. 7.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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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저녁뉴스]

유나영 아나운서

수월성 교육을 명분으로 도입됐던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가 일제히 사라지면서 현행 고등학교 체제도 큰 변화를 맞게 됐습니다. 교육부 출입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서현아 기자 안녕하세요?

서현아 기자

안녕하세요.

유나영 아나운서

외고가 도입된 게 1992년이니까 33년만이고요, 자사고는 2001년 도입된 이후 약 24년 만에 완전히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상당히 파격적인 변화인데,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달라집니까.

서현아 기자

쉽게 말해 외고와 국제고, 자사고와 일반고의 선발 방식이 똑같이 바뀝니다. 다만 평준화 지역이냐 비평준화 지역이느냐에 따라 차이는 좀 있습니다. 

서울 대원외고를 예로 들면, 지금은 서울 전체에서 지원을 받아 학교가 별도의 시험을 거쳐 신입생을 뽑고 있는데요. 서울은 평준화 지역이니까요, 2025년부턴 교육감이 학생을 배정하게 됩니다. 

다만 서울의 경우 고교선택제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이 1-2단계에서 각각 진학하고 싶은 학교를 두 곳씩 골라서 추첨을 하게 되죠. 이 과정에서 대원외고를 하나의 선택지로 고를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전국 단위 자사고인 민족사관고등학교의 경우에도 강원도 지역의 배정원칙을 따릅니다. 강원도는 비평준화 지역이죠. 따라서 학교장이 일부 선발권을 가질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전국 단위에서 지원을 받는 것이 아니라 해당 학군, 그러니까 강원도 안에서만 지원을 받게 됩니다. 

지금은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학비가 천차만별인데 일반고와 마찬가지로 무상교육으로 바뀝니다. 다만 일반고가 된 뒤에도 지금 명칭, 그러니까 '외국어고' 같은 이름은 그대로 쓸 수 있고, 학교장 재량에 따라 특성화된 교육 과정도 똑같이 운영할 수 있습니다.

유나영 아나운서 

당초 정부의 계획은 설립 목표에 맞지 않는 학교 위주로 단계적 폐지를 검토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외고와 자사고의 완전 폐지 쪽으로 방향을 바꿨는데요. 이렇게 전격적인 변화가 이뤄진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서현아 기자

일단 시간과 비용의 문제가 있습니다. 점진적으로 바꾸려고 봤더니, 지역별로 기준이 달라 혼란이 극심했고요, 평가에서 탈락해서 먼저 일반고로 전환하게 된 학교들이 소송을 제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을 매년 반복하다보면 사회적 비용이 크고, 학교 현장도 불안하겠지요. 

그러니까 이왕에 대통령 공약이라면 교육부가 책임을 지고 법을 바꿔서 한꺼번에 전환해라, 대신에 준비할 시간은 좀 충분히 주지 않겠느냐, 이런 요구가 시도교육청과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가 됐습니다. 

여기에 이른바 '조국 사태' 이후 교육의 불공정을 해소하라는 요구가 매우 높아졌죠.정부가 중학생들이 쓰는 사교육비 통계를 내 보니까, 일반고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사교육 참여율은 70%가 안 됐는데, 외고에 가려는 학생들은 82.4%가 사교육을 받고 있었고, 교육비도 일반고를 준비하는 학생들보다 20만을 더 쓰고 있었습니다. 

학교에 들어가고 난 뒤에도, 교육비에 차이가 컸는데요. 일반고에 다니는 학생들과 전국 단위 자사고 학생 교육비가 4배 이상 차이가 났습니다.

이런 부모의 경제적 능력이 고등학교 서열화를 거쳐, 대학 입시로까지 이어진다는 사례가 여러 통계로 증명이 되면서, 외고와 자사고의 일괄 폐지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됐습니다.

유나영 아나운서

외고와 자사고가 도입된 이유가 평준화 정책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었는데요. 이런 학교들이 사라진다면, 수월성 교육은 포기하는 겁니까.

서현아 기자

교육부의 표현을 빌리면, 학교 별로 나눠서 하는 수월성 교육에서 모든 학생을 위한 맞춤형 교육으로 수월성 교육의 방향이 바뀝니다. 

예를 들면, 지금은 어떤 학교에 가든 공통수학, 수1- 수2로 가는 학교 시간표를 맞출 수 밖에 없는데요.

앞으로는 어떤 학교에 다니든, 뛰어난 학생은 단계를 뛰어넘어 수1이나 수2를 들을 수 있고, 수학이 어려운 학생들은 기초수학을 듣도록 한다는 겁니다. 즉 같은 학교에서도 학생들 수준에 맞춰 다른 교육을 하겠다는 거죠. 

이런 교육이 가능하려면 일반고의 교육과정을 전체적으로 바꾸고 시설을 확충해야 하는데요. 교육부는 앞으로 5년 동안 약 2조원을 투입해서, 각 학교의 특성화 사업을 지원합니다. 과학이나 어학, 예술 등에 집중하는 '교과 특성화 학교'가 대폭 늘어나고요. 

교육 여건이 열악한 학교들은 무선 통신망을 구축해 온라인 교육을 하고, 대학과 지역사회의 자원도 활용해 학생들이 더 다양한 수업을 듣게 할 계획입니다. 

유나영 아나운서

모든 교육정책이 그렇듯, 이번 고교서열화 해소 방안도 취지는 좋지만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실입니다. 고등학교 유형은 통합했지만, 강남의 8학군이 부활되는 것이 아니냐, 이런 지적도 있다면서요?

서현아 기자

네 과제가 산적합니다. 외고와 자사고가 사라지면, 사교육 기회가 풍부하고 시설이 좋은 지역으로 학생들이 몰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꾸준히 나옵니다. 교육 환경이 열악한 지역을 중심으로 특구를 지정하고, 순회교사제를 운영하겠다는게 교육부 구상인데,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고, 꾸준한 지원이 중요합니다.

사실 이번 정책은 시행되기까지 잡음이 끊이지 않았는데요. 당초 교육부가 계획한 점진적 전환에서 일괄전환으로 바뀌는 과정을 정치권과 여당이 주도한 측면이 있고, 시도교육감과 합의가 안 돼서 발표 일정이 연기되기도 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충분한 합의와 설득의 과정, 안정적인 지원이 절실하고요.

자사고 없애면, 과학고와 영재고로 풍선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으니까 이들 학교의 선발 방식도 사교육을 줄이는 방향으로 바꿔야 하겠습니다.

유나영 아나운서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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