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의장이 꺼낸 '1+1+α'案, 국내여론 벽 넘고 日호응 끌어낼까
피해자 반응 미지수..대리인 "납득 어렵다..미리 통지했어야"
문의장 "모두에게 비난받을 수 있다..하지만 나의 책무"
(도쿄=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문희상 국회의장이 5일 내놓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한 '1+1+α(알파)' 방안이 한일 양국에서 여론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본을 방문 중인 문 의장은 이날 도쿄(東京) 와세다(早稻田)대에서 '제2의 김대중-오부치 선언, 문재인-아베 선언을 기대합니다'라는 제목의 특강을 통해 한국·일본 기업과 양국 국민의 자발적 기부로 기금을 마련해 징용 피해자 배상을 대신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문 의장 측에 따르면 문 의장은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전범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 이후 양국 관계가 1년 넘게 경색되는 상황을 보며 나름의 해법을 고민해왔다고 한다.
2004년부터 4년간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지낸 '지일파'이자 내년 4월 임기 만료를 앞둔 국회의장으로서 정부 채널에서 한 걸음 떨어진 의회 채널을 통해 '엉킨 실타래의 한쪽 실 끝'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이날 발표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문 의장의 '1+1+α(알파)' 방안은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한일 양국 기업과 국민의 자발적 성금으로 대신 부담하는 게 골자다.
일본 측이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종결됐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으며 평행선을 달리는 만큼 한국기업과 양국 국민도 참여한다는 '명분'을 주며 태도 변화를 이끌려는 '고육지책'으로도 풀이된다.
다소 논란이 있을 수는 있지만, 판결 이후 벌어진 논란이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배제, 한국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선언 등 정부 간 갈등에 이어 일본 여행 급감 등 국민감정으로까지 번지는 상황을 서둘러 타개해야 한다는 판단으로도 보인다.
다만, 문 의장의 구상은 일단 국내 여론의 벽을 넘는게 선결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징용 피해자 측이 문 의장을 선뜻 받아들일지 불분명한 상황이라서다.
강제징용 소송에서 피해자를 대리한 임재성 변호사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피해자들과 아무런 의사소통 없이 외국에 나가 그런 제안을 한 것은 다소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임 변호사는 "이미 판결이 확정된 사안이고, 피해자들이 받아야 할 채권"이라면서 "문 의장이 어떤 마음인지는 알겠지만, 최소한 피해자에게 미리 통지는 해야 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기업이나 한일 양국국민의 자발적 기부를 기금의 재원으로 한 데 대해서도 "이는 한국 기업이나 국민의 기금을 통해 일본 기업의 책임을 줄여주는 것"이라며 "의아하다"고 말했다.
현재와 같은 냉랭한 한일관계 하에서 우리 국민의 반응이 호의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주일대사는 "대법원이 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하라고 한 것은 일본 기업인데, 왜 우리 국민이 성금을 내야 하는지 납득할만한 설명이 없다"고 지적했다.
일본 측 역시 이 제안에 적극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문 의장이 지난 2월 일왕을 '전범의 아들'이라고 지칭한 데 대한 앙금이 여전한 상태라 어떤 여론이 형성될지 미지수다.
이날 강연에서도 문 의장은 해당 발언에 대해 사과하자 한 청중이 고성으로 "천황폐하에게 머리 숙여 사과하라"고 소리를 지르며 경호원이 제지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 청중은 극우 정치인인 일본 국민당 대표 스즈키 노부유키(鈴木信行)의 비서로 알려졌다.
다만, 문 의장은 3일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일한의원연맹 간사장, 이날 집권 자민당의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과 비공개로 면담하면서 일본 정치권의 물밑여론 형성에 주력했다.
문 의장은 이날 특강에서 "물론 양국 국민의 눈높이에 못 미쳐 모두에게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누군가는 제안하고 말해야 한다. 이 또한 나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문 의장의 이번 제안에 대해 "청와대와 상의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bang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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