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고 1등급=외고 3등급..학종 평가때 '고교 후광효과' 뚜렷

고민서,문광민,신혜림 2019. 11. 5.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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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13개大 학종 실태조사
고교가 내는 '학교 프로파일'
진학실적·성적분포 등 첨부
스펙 제출 꼼수 창구로 활용
교육당국 "고교 서열화 확인"
올 학종 평가부터 엄격해지면
現 외고 학생들 불이익 우려
A고교는 고교 프로파일(공통고교정보)에 텝스(TEPS) 영어시험에서 고득점 학생이 교내에 몇 명 있는지, 그 학생들의 실명까지 적어가며 소개했다.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 기재 요령'이 바뀌면서 2011학년도부터 생기부에 공인 어학시험 성적을 기재할 수 없지만, 이 학교는 교묘히 학생 개인의 '스펙'을 만들어줬던 셈이다.

학생 개인을 언급하지 않으면서 학교의 '후광효과'를 볼 수 있도록 고교 프로파일을 작성한 고교도 있었다. B고교는 최근 6년간 특정 대학에 몇 명의 학생을 진학시켰는지 고교 프로파일에 기입해 각 대학이 볼 수 있게 했다. C고교는 아예 모의고사 성적과 교과과정별 내신성적 분포자료를 첨부해, 학생들의 모의고사 성적은 높지만 치열한 경쟁으로 내신 점수는 낮게 나오고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교육부가 5일 공개한 13개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실태 조사 결과에서는 사실상 고교서열이 존재했다는 정황은 물론, 학생부에 기재할 수 없는 항목을 고교 프로파일에 끼워넣는 등 다수의 부정 사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고교 프로파일은 고등학교들이 학종을 위해 대학에 제출하는 고교별 정보 사항(학교 자기소개)을 말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공통 양식대로만 작성할 경우 학교 위치와 규모 등 기본 정보부터 교육 목표, 교육과정상 특징, 동아리 및 교내 시상 현황 등의 구체적인 정보가 담긴다.

실태조사 결과 일부 고등학교들은 어학성적이나 소논문 등 학생부에 기재할 수 없는 항목을 고교 프로파일에 반영하는 등 금지된 스펙을 제출하는 간접 창구로 활용했다. 이 과정에서 몇몇 대학들은 고교 프로파일 정보를 바탕으로 학교별 차등을 두는 고교 등급제를 한 것으로 보이는 움직임까지 포착됐다. 실제로 이번 실태조사 대상 대학 가운데 5곳은 특정 고교 이름을 입력하면 '원클릭'으로 해당 고교 졸업생이 대학에서 어떤 성적을 거두고 있는지까지도 살펴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 시스템에서는 '○○고등학교'라고 입력하면 해당 학교 출신 재학생이 몇 명인지, 이 학생들의 평균 학점(GPA)은 어느 정도인지, 반수·재수 등으로 중도에 빠져나간 학생은 몇 명인지까지도 한눈에 볼 수 있다. 특히 5개 대학 중 2곳은 아예 지원자의 내신 등급과 같은 고교 또는 동일 유형 출신 재학생들의 과거 내신까지도 비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고 있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런 시스템에서는 자사고인지 외국어고인지 일반고인지에 따라 유불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13개 대학에서 지난 4년간 고교 유형별 평균 내신등급은 일반고, 자사고, 외국어고·국제고, 과학고 순이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고교 유형별로 서열화된 평균 내신등급 순서는 지원단계부터 최종등록까지 대부분의 경우 일관되게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D대학의 2019학년도 ○○전형 △△학과(계열)에서 학종 지원자의 평균 내신등급은 일반고 출신이 평균 1.98등급이었던 반면, 자사고(3.44등급)와 외국어고·국제고(3.62등급)는 3등급대였다. 합격자 역시 일반고가 1.30등급인 가운데 자사고(2.26등급)와 외국어고·국제고(2.86등급)는 2등급대로 낮았다. 일반고 1등급이 외국어고 3등급과 동일하다는 세간의 분석이 교육부 조사 결과 어느 정도 확인됐음을 알 수 있다. 다만 박 차관은 "13개 대학으로 국한했을 때 고교서열화 현상이 있는 것은 수치적으로 확실하게 파악됐다"면서도 "그러나 서열화는 결과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일 뿐일 수 있으니 '고교등급제' 여부는 속을 파봐야 알 수 있다"고 했다.

이 밖에도 자기소개서와 추천서에는 기재 불가한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드러나는 내용이 들어가는 등 위반 사항이 366건 발견됐으며, 자소서에도 표절로 추정되는 경우가 228건이나 있었다. 또 특기자 전형에선 어학 능력 등을 자격·평가요소로 설정해 특정 유형 고교 출신이 일부 계열에서 합격자의 70%를 차지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설상가상으로 기재금지 위반이나 표절에 대한 대학들의 대처 역시 미흡했다. 일부 대학은 기재금지 위반이나 표절을 확인하고도 지원자 점수를 깎는 등 불이익을 주지 않았던 반면, 어떤 대학은 불합격 처리하는 등 대학 간 판단 기준도 제각각이었다. 대학별로 평가자 1명이 지원자 1명을 평가하는 평균시간도 최소 8.66분에서 최대 21.23분으로 크게 차이가 났다. 이 같은 교육부의 발표에 특수목적고 학부모들 사이에선 당장 올해 입시에서 학종 평가를 두고 '심사가 엄격해지는 것 아니냐'며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교육부의 조사 및 특별감사로 대학이 특목고 내신을 앞으로 일반고와 동일한 기준에서 평가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 특목고 학부모는 "외국어고 내신 2~3등급과 일반고 2~3등급을 동일 잣대로 보는 게 과연 맞는 건지 의문이 든다"면서 "정시로 갈아타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학부모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민서 기자 / 문광민 기자 /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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