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학종' 문제 있다고 정시확대 밀어붙일 일 아니다

2019. 11. 5.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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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교육부가 5일 대입제도 가운데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여러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2007년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돼 학종으로 발전한 지 12년 만에 처음으로 시행된 조사다. 교육부는 조사단을 꾸려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학종 선발 비율이 높거나 특정 고교 출신 선발이 많은 13개 대학의 2016~2019학년도 대입 전형 자료를 분석했다. 이번 조사는 정부가 정시 확대 방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끈다.

실태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고교 유형별 서열구조의 고착화다. 고교 유형별 합격률을 보면 과학고·영재고가 26.1%로 가장 높았으며 외국어고·국제고가 13.9%, 자사고 10.2%, 일반고 9.1% 순이다. 과학고·영재고의 학종 합격률이 일반고보다 무려 3배 가까이 높게 나타난 것이다. 고교 소재지별로는 서울 지역 학생들이 지방 학생보다 학종 선발 비율이 훨씬 높았다. 일부 고교가 편법으로 과거 졸업자의 대학진학실적이나 학생 어학 성적 등을 대학 측에 제공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러나 학교에 등급을 매겨 학생을 평가하는 이른바 고교등급제는 이번 조사에서 확인되지 않아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자기소개서, 추천서에서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드러나는 내용이 들어간 게재 위반사항이 366건, 표절로 추정되는 자소서도 228건에 달했다. 특기자 전형에서 어학 능력 등을 자격·평가요소로 설정해 특정 고교 학생이 일부 계열에서 합격자의 70%를 차지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실태조사를 통해 학종의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지만, 이를 이유로 정시 확대를 마냥 밀어붙일 일은 아니다. 대입의 공정성을 명목으로 섣불리 정시를 확대하면 고교 교육과정을 파행으로 몰고 가 공교육 정상화의 발목을 잡게 된다. 과거 뼈저리게 경험했던 입시 위주의 교육이 불러온 부작용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정시 확대의 가장 큰 역기능은 사교육을 조장해 교육 불평등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정시가 고소득층 자녀에게 유리한 제도라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월평균 가구소득과 수험생의 수능 평균 점수를 비교해보면 소득과 점수가 비례한다는 여러 교육 관련 기관의 조사 결과가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실시한 '2018 교육여론조사'에서 월 600만원 이상의 고소득층이 수능 위주의 정시를 압도적으로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학교 현장에서는 발표·토론 대신 문제풀이식 수업이 늘어날 거라는 우려가 크다.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미래 교육은 뒷전으로 밀리게 된다.

대입 제도는 학생·학부모·교사는 물론 교육 관련 기구나 기관마다 관점이 다르고 이해관계마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섣불리 손댈 일이 아니다. 특히 조변석개(朝變夕改)하다가는 교육을 근본에서부터 흔들리게 할 수 있다. 최근 각계 인사 1천400여명은 "조국 사태로 뜻밖에 불거진 한국 교육의 문제를 수능 위주의 정시 확대를 통해 해결하려 하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고 우려스러운 일"이라는 시국선언문을 냈다. 교육감협의회도 정시 확대를 즉각 중단하라는 성명을 냈다. 교육부는 이런 비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달 중 발표할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에는 국민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정시 확대 비중과 학종 개선 방안을 내놓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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