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헌재 '지소미아 종료 위헌' 헌법소원 각하
한·일 지소미아 종료까지 20일도 채 안 남은 상황에서 미국과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에 연장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어 최종적으로 어떤 결론이 내려질지 주목된다.
◆헌재, '지소미아 종료 위헌' 헌법소원 각하
3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 9월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대수장) 등 보수 단체들이 “문재인정부의 한·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위헌임을 확인해달라”며 낸 헌법소원을 최근 각하했다.
각하란 헌법소원 제기에 필요한 법률적 조건을 충분히 갖추지 못해 헌법소원 자체가 성립하지 않으므로 위헌 여부를 더 깊이 따질 것도 없이 그냥 심리를 끝낸다는 뜻이다.
하지만 헌재는 “한·일 지소미아 종료 과정에서 헌법이나 국회법 등에 규정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청구인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떠한 자유의 제한이나 의무의 부과, 권리 또는 법적 지위의 박탈이 발생한다고 할 수 없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한·일 지소미아 협정의 종료로 인한 선거권 등 기본권 침해의 가능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국민 생존권·행복추구권 침해 인정 안돼"
사실 법조계에서 관심을 모은 것은 두번째 쟁점인 생명권 및 행복추구권 침해 주장에 관한 헌재 판단이었다. 한변과 대수장은 “한·일 지소미아 종료 시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놓고서 한국이 일본 측 군사정보를 받아 안보에 활용할 길이 차단됨으로써 결과적으로 북한의 침략 위협으로부터 한국 국민의 생존권과 행복추구권을 지킬 수 없게 된다”는 논리를 폈다.
헌재는 이 또한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일 지소미아 종료가 곧 북한의 남침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재판관들은 “한·일 지소미아는 한·일 양국 간의 군사비밀정보를 직접적으로, 신속하게 교환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제한 뒤 “이 협정이 종료한다고 해서 장차 한국이 침략적 전쟁에 휩싸이게 된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현재의 시점에서 한·일 지소미아 종료 행위로 인하여 청구인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떠한 자유의 제한이나 의무의 부과, 권리 또는 법적 지위의 박탈이 발생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따라서 이 협정의 종료로 인하여 청구인들의 생명권, 행복추구권의 침해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가 종료를 선언한 한·일 지소미아의 효력이 정식으로 사라지는 시점은 오는 23일 0시다. 한국과 일본 간 군사협력의 끈이 끊어질 날이 이제 20일도 채 남지 않은 것이다.
일단 미·일 양국은 마지막까지 한국 설득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당장 오는 5일 데이비스 스틸웰 미 국무부 차관보가 방한해 우리 외교안보 당국자들과 북한 비핵화, 한·미 동맹 강화 등 안건을 논의할 예정인데 이 자리에서 미국측이 한·일 지소미아 종료 방침 철회를 한국측에 재차 강력히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방위상은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한·일 지소미아 연장 문제와 관련해 “한국 측의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고 말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북·미 협상 난항으로 북한이 연말까지 미사일 등 시험 발사의 강도를 계속 높여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일 지소미아 종료 시 관련 군사정보 공백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한·일 관계 역시 더욱 나빠질 수도 있다”는 견해가 다수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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