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 흔들' 기성 언론사, 안팎의 공격에 직면하다
"기성 언론 신뢰 급락..정해진 수익 나눠먹기 속 갈등 심화"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송은경 기자 = 기성 언론들이 밀물처럼 밀려드는 안팎의 공격을 방어하면서 동시에 더 센 수위로 맞서느라 분주하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최근 언론계 전쟁 양상은 크게 기성 언론과 '대안 플랫폼' 간 투쟁, 그리고 기성 방송사 간 갈등으로 구분된다.
먼저 기성 언론과 대안 플랫폼 간 공방은 최근 불거진 KBS와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 간 설전을 대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알릴레오'는 방송에서 KBS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의 자산관리사 인터뷰를 검찰에 유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가 KBS 기자들로부터 큰 반발에 직면했다. 이 이슈는 KBS가 자체 조사위원회 구성 방침을 밝히면서 내부 갈등으로도 비화했다. 여기에 '알릴레오' 패널이 KBS 여기자 성희롱 발언을 하면서 논쟁이 장기화했다.
KBS로서는 '알릴레오'의 '공격'이 큰 충격으로 다가온 분위기다. 내부적으로도 사과와 해명, 반격의 입장을 번복하는 게 그렇다. 가뜩이나 기성 방송, 특히 지상파 방송에 대한 신뢰도 하락과 외부 위협이 장기화한 상황에서 유튜브를 위시한 1인 미디어까지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 꽤 버거운 모양새다.
'알릴레오'는 KBS를 공격하고, 그에 대한 KBS측 반응 혹은 대응을 이끌어냄으로써 당당히 KBS와 같은 반열에 선 언론임을 부각하는 홍보효과도 톡톡히 봤다.
KBS와 '알릴레오' 간 사례 외에도 기성 언론은 최근 유튜브의 거센 물결에 부딪히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에서부터 서서히 시작돼 최순실 게이트, 조국 국면 등 정치적으로 굵직한 이슈를 거치면서 가속화 했다. 1인 미디어들은 온라인 방송의 자유로운 틀을 활용해 거침없이 기성 언론을 비판하고 있다.
기성 언론들은 최근 내부 투쟁에도 직면했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지상파 방송사와 종합편성채널 간 제로섬 게임이다.
내년 4월부터 본격화할 종편 재허가 국면을 앞두고 지상파들은 종편이 탄생 시절부터 부당한 특혜를 받아왔다고 주장한다. 반면, 지난 수년 간 지상파를 위협할 정도로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 영향력을 확보한 종편은 지상파와 '동등한 대우'를 강조하며 맞서고 있다.
과거 기성 언론 입지가 안정적이었던 시절에는 언론사 간 공격은 삼가는 것이 '불문율'처럼 여겨졌으나, 광고시장 수익 면에서든 뉴스 영향력 면에서든 누구 하나 자리를 보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서로 공격하는 일도 늘었다.
특히 MBC TV 시사 프로그램 '스트레이트'는 지난 28일 방송에서 종편 문제를 정조준했다.
제작진은 최근 출범 시 자본금 불법 충당 논란에 휩싸인 MBN 외에도 TV조선, 채널A까지 기형적으로 탄생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구체적으로 채널A가 2011년 한 건축 자재 시공업체를 활용해 차명 투자를 했고, 조선일보는 수원대와 비정상적인 주식거래를 했다고 주장했다.
진행자들은 "내년 초 종편 4사 재심사 때 이러한 불법 의혹을 면밀하게 심사해야 한다"고 직접적으로 강조하기도 했다.
종편의 역습도 만만치는 않다. 특히 다양한 드라마와 예능으로 지상파 시청률을 압도 중인 TV조선 등은 최근 유료방송 사업자들에 채널 사용료를 현행 50원에서 3배 올려달라고 압박한다. '지상파와 시청률은 비슷한데 왜 사용료는 지상파의 8분의 1 수준이냐'는 게 주된 논리다.
현실적으로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사용료 전체 파이를 키우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사용료 전쟁은 결국 지상파와 비지상파 간 제로섬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도 최근 언론사 간 투쟁 양상에 주목한다.
정미정 언론인권센터 정책위원은 2일 통화에서 "유튜브의 경우 예전에는 개인 생각을 표현하는 미디어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구독자가 100만명에 이르는 여러 채널이 등장하면서 영향력이 강해져 여러 문제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알릴레오'의 경우 기성 언론에 대해 대중이 지닌 불신을 표현해 호응을 얻었다. '오피니언 리더' 격인 유시민 이사장의 말이 다 맞다고는 할 수 없으나 그런 사람이 기성 언론을 지적해서 더 효과적이지 않았나 싶다"며 "최근 언론 신뢰도가 급락한 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요즘은 언론사 간에도 적극적으로 서로의 문제를 이슈화하는 경우가 늘었다"며 "물론 상호 감시와 비평 측면에서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짚었다.
또 다른 방송가 관계자는 지상파와 종편, 종편 내부 갈등에 대해 "광고시장 등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전체 파이는 한정적인데 종편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면서 기존 지상파, 그리고 종편들끼리의 경쟁도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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