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 확대하면 공정해질까..'정시파' vs '학종파' 팽팽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국민들께서 가장 가슴 아파하는 것이 교육에서의 불공정"이라며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교육부는 서울 주요 대학을 위주로 수능 비율 확대를 권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교육계에선 논쟁이 불붙고 있다. 학종파는 "수능이야말로 금수저 전형"이라고 주장하고 나섰고, 정시파는 "수능이 사교육비가 덜 들고 더 공정하다"는 입장이다.
◇ 학종파 "정시 확대, 금수저에 유리해"
학종을 지지하는 측은 정시 확대가 교육 불공정을 오히려 심화시킬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승환 정북도교육감은 28일 "정시 확대는 특정 지역, 특정 유형의 학교에 다니는 학생에게 유리한 조치다. 현 정부는 교육 기득권 세력을 보호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며 정부의 방침을 강하게 비판했다.
부모의 소득 수준이 자녀의 수능성적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기회의 형평성의 관점에서 더 불공정하다는 게 학종파의 주장이다.
최필선 건국대 교수와 민인식 경희대 교수의 2015년 논문 '부모의 교육과 소득 수준이 세대 간 이동성과 기회불균등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부모의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자녀의 수능성적 1~2등급 비율이 뚜렷하게 높아진다. 가장 고소득층인 소득 5분위의 경우 자녀의 수능성적 1~2등급 비율이 11%로, 소득 1분위(2.3%)에 비해 5배 높았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올해 2월 발표한 '대입제도개선연구단 보고서'도 정시가 고소득층 가구의 자녀에게 더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6~2018학년도 서울대 정시모집 입학생 중 사교육 밀집 지역인 서울 강남 3구와 양천구 학생은 24.5%에 이른다. 특히 강남구에서는 지난 3년간 347명이 서울대학교에 정시로 입학했는데, 이는 4대 광역시 합격생(325명)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숫자다.
정시 확대가 공교육 정상화에 역행하는 조치라는 비판도 나온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좋은교사운동,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진보 성향의 69개 교육단체는 지난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수능 중심의 정시를 확대하면 주입·문제풀이식 수업을 하던 과거로 돌아가게 된다"면서 "공교육 정상화에 역행하는 정시 확대 방침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정시파는 학종이 부모의 소득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입장이다.
'정시 확대 불가피론'을 주장하는 이범 교육평론가는 "수능 성적뿐 아니라 내신 성적이나 비교과도 부모의 소득에 비례한다"고 밝혔다. 이 평론가는 "수능 성적이 부모의 소득에 비례하기 때문에 불공정하다고 주장하는 측은 내신 성적과 비교과도 부모의 소득에 비례한다는 점을 간과한다"며 "학종은 여러 가지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사교육 유발 요소가 더 크다. 2016년부터 연속 3년 동안 사교육비가 가파르게 늘었는데, 확증할 순 없지만 학종 증가와 관련 있을 것이라고 본다. 내신 성적과 비교과는 정량화가 어려워 부모 소득과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가 없을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평론가는 또 "대중이 정시 확대를 선호하는 데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며 공정의 두 가지 의미를 설명했다. 첫 번째는 형평성이다. 형평성은 '결과의 평등'을 의미한다. 고소득층 자녀가 명문대 입학 기회를 독점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의미는 비례성이다. 비례성은 평가 결과가 실력에 비례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평론가는 "대중은 비례성을 더 강하게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학종에 들어가는 내신이나 비교과, 세특(고등학교 생활기록부에 쓰이는 '세부능력'과 '특기사항'의 줄임말) 등은 비례성이 떨어진다. 내신은 각 학교의 수준에 따라 다르고, 세특도 교사마다 편차가 있을 수 있다. 비례성을 확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한날한시에 같은 시험을 보는 거다. 이것이 대중의 정의 감각에는 부합한다. 대부분 선진국들에도 어떤 형태로든 학교에서 출제하지 않는 외부 시험, 즉 입시가 있다. 비례성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시 확대가 바람직하다는 게 아니라 불가피하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선회 중부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더 나아가 "정시 확대가 공정성을 회복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안 교수는 "학종이 확대된 2015년 이후 고등학생 사교육비 증가율은 경이로울 정도"라며 "정시가 확대되면 사교육비가 증가할 것이란 주장은 틀렸다"고 말했다. 그는 "학종과 수능 중 학생의 능력과 노력, 학업 성취에 따라 합격이 좌우되는 쪽은 명백히 수능이다. 정시는 부모나 학교가 간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형태지만, 학종은 이들이 직접적으로 개입이 가능하다. 심지어 입시 부정까지 드러나고 있다. 정시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주장했다.
안 교수는 이어 "단지 정시를 확대하자는 게 아니다. 부의 대물림 수단이 되고 있는 일반 학종을 줄이고 수시에 속하는 학생부 교과 전형과 정시 전형을 함께 확대하자는 얘기다. 거기에 사회적 약자를 우대하는 고른기회 특별전형까지 늘리는 방향으로 간다면 형평성과 비례성 모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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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고은 기자] igo@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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