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관 체험기③]"사실 무섭죠"..나날이 증가하는 정신질환범죄

오문영 기자 2019. 11. 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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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매끼마다 '약 먹이기' 전쟁.."전문의 인력 늘려야"

[편집자주] 교도소는 영화나 드라마 등을 통해 가끔 내부 모습이 소개된다. 하지만 '보안·폐쇄성'으로 인해 진정한 모습인지 확인하기는 어렵다. 본지 기자는 10월 28일 교정의 날을 맞이해 법무부가 마련한 '교도관 1박2일 체험근무' 기회를 가졌다. 미디어에 비춰진 것과는 다른 교도소의 모습을 소개한다.

의정부교도소 수용동 복도/사진=의정부교도소 제공

"사실 무섭죠"

지난 23일 오후 7시 의정부교도소 중앙통제실. 한 교도관은 "2004년에 대전교도소에서 한 교도관이 정신질환을 앓는 수용자에게 둔기로 맞아 사망한 일이 있었다"며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두려움만 느낄 뿐"이라고 했다.

중앙통제실에선 교도소 내에 설치된 약 113개의 CCTV화면을 24시간 감시한다. 교도관 2인이 상시 근무한다. 40여개의 스크린 중 2개의 화면엔 '집중관리대상'으로 지정된 수용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교도관은 식사 시간이나 TV시청 시간 등 사소한 움직임까지 꼼꼼히 기록하고 있었다.
한 수용자는 엽기적인 살인을 저지른 미결수, 다른 한 명은 혼거실(3인 이상)에 적응을 못하고 계속해서 말썽을 일으키는 수용자였다. 두 수용자의 공통점은 정신질환을 앓는다는 점이다.

◇'숨기는 자 vs 찾으려는 자'…약 먹이기 전쟁=수용자들이 매끼 식사를 마치면 늘 벌어지는 광경이 있다. 수용동 담당 교도관이 약통을 들고 돌아다니며 수용자들에게 약을 먹이는 모습이다.

지난 24일 오전 8시 10분쯤 의정부교도소 7수용동. 교도관은 약 비닐이 수북히 쌓인 통을 챙겨 자리를 나섰다. 정신질환 약에는 '빨간 줄'이 그어져 있다. 일종의 주의표시다. 교도관은 "정신질환 약은 숨겼다가 모아 먹는 경우가 있어 먹었는지 확실히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정신질환 약은 과다복용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정신질환 약 모으기'는 수용자 사이에서 자살방법으로 통한다. 또 정신질환 약을 모아서 먹으면 환각 증세가 일어날 수 있다. 이 때문에 마약사범들은 약을 곧이곧대로 먹지 않는다. 약을 숨겼다가 가루로 만들어 코로 흡입하기 위함이다.

교도관은 수용자가 약을 삼킬 때까지 눈을 떼지 않았다. 수용자가 약을 복용하면 '입 안을 보여달라'고 지시했다. 혀 아래까지 입 안 곳곳을 확인한 이후에야 다음 사람에게 약을 건넨다.

의정부교도소 심리치료센터/사진=의정부교도소 제공

◇나날이 증가하는 정신질환 수용자…변하는 교도소=정신질환 수용자는 꾸준히 증가해왔다. '2019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2009년 1391명(전체의 13.1%)이었던 정신질환 수용자는 2018년 3665명(15.1%)로 늘었다. 이에 교도소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먼저 교도소 시스템 중점이 '야간'에서 '주간'으로 변했다. 본래 교도소는 '보안통제' 목적을 일순위로 둬 야간 중 탈옥행위 등을 방지하는 데 힘을 쏟았다. 하지만 정신질환을 앓는 수용자들을 주간에 외부병원에 데려가 진단을 받도록 돕는 업무가 중요해졌다. 현재 의정부교도소는 주간에 300여명, 야간에 30여명이 근무한다.

정신질환 약의 위험성 탓에 약물 통제 방식도 변했다. 예전에는 수용자 또는 수용자의 가족이 약을 직접 반입하기도 했다. 약이 오용되는 일이 발생하자 현재는 교도관이 약사와 접촉한다. 수용자나 수용자 가족이 진단서와 처방전, 의사소견서를 제출하면 교도관이 약사에게 약을 직접 받아와 통제 하에 제공한다.

의정부교도소엔 심리치료센터도 설립돼있다. 심리치료센터에서는 정신질환자 등을 대상으로 3단계(기본·집중·심화과정) 심리치료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심리치료센터는 전국 52개 교정기관 중 12곳(서울남부·의정부·안양·진주·포항·천안·청주·청주여자·목포(교), 군산(교)1·2, 밀양(구))에서 설치돼있다.

의정부교도소 심리치료센터/사진=교정본부 홈페이지

지난 23일 오전11시쯤 방문한 심리치료센터에선 오전 교육을 마친 수용자들이 복귀를 서두르고 있었다. 교육은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뤄진다. 의정부백병원, 힐리스 병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원격진단도 시행한다.

의정부교도소 심리치료센터 소속의 직원은 "전과 10범인 수용자도 치료를 받으면 재범을 저지르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다만 "정신과 전문의가 1명이고 전담팀이 6명"이라며 "인력 보충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심리치료담당관들이 보안과 소속인 것도 문제다. 보안 관련 업무와 예산을 나눠 써야 해 인원 증원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법무부 교정본부의 지시를 일사분란하게 이행하는데도 한계가 따른다.

인력부족으로 인해 비전문 인력이 심리치료를 수행하기도 한다. 심리치료에 흥미가 있는 교도관들의 지원을 받은 후 해당 인원에 대해 교육을 실시해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이다.

법무부는 내년 중 교정시설 일선에 심리치료과를 신설할 방침이다. 한 교도관은 "심리치료과가 개설된다면 재범률을 낮추는데 더욱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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