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혐오표현 리포트'.. 혐오표현은 어떤 것일까?

탁지영 기자 2019. 10. 28.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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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국가인권위원회. 경향신문 자료사진

국가인권위원회가 혐오표현에 대한 개념과 유형을 정리한 연구물을 펴냈다. 국가기관이 혐오표현을 정의하고 혐오현상에 대응하는 체계를 정리한 것은 처음이다.

인권위는 28일 ‘혐오표현 리포트’를 공개했다. 최영애 인권위원장은 발간사에서 “2016년 강남역 여성살인 사건, 2018년 제주도 예멘인 난민신청, 퀴어문화축제 등 한국 사회에서 혐오표현은 일상화됐다”며 “우리 사회는 아직 혐오표현 문제에 대항하는 장치를 마련하지 못한 상태”라고 했다.

리포트에 따르면 혐오표현은 “특정 집단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과 고정관념을 바탕으로 대상 집단이나 구성원을 모욕·비하·멸시·위협하거나 그에 대한 차별·폭력을 선전·선동하는 행위”이다. 혐오표현은 통상적인 욕설이나 비난 발언과는 구분된다.

혐오표현의 유형에는 모욕형 혐오표현과 선동형 혐오표현이 있다. 모욕형 혐오표현은 집단에 모욕적인 욕설을 하거나 편견을 드러낸다. 김치녀, 된장녀가 대표적이다. 여성 일반이 과소비를 일삼고 허영심이 있는 것처럼 규정해 부정적인 이미지로 일반화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활동하는 손흥민 선수에게 “그는 래브라도(개의 품종)를 잡아먹는다”는 식으로 발언한 것은 동양인 편견이 담긴 혐오표현이다. 난민을 ‘가짜 난민’이라 부르고 재일조선인에게 “김치 냄새난다”고 하거나 동성애자를 “유전적 돌연변이”로 규정짓는 것도 마찬가지다. 2009년 국내에서 한 회사원이 버스에서 인도인에게 “시끄러워, 더러운 XX야! 너 어디서 왔어?” “냄새나는 XX, 너 아랍에서 왔어”라고 욕설한 경우도 해당한다.

모욕형 혐오표현은 대상 집단을 동물 등에 비유해 기피·제거돼야 할 대상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히틀러는 유대인을 ‘해충’, ‘쥐’로 묘사했다. 일본에서는 재일조선인을 비하할 때 ‘바퀴벌레’, ‘기생충’이라고 부른다.

선동형 혐오표현은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선전·선동하는 표현이다. 재일조선인들을 향해 “바퀴벌레 조선인을 몰아내자!”고 외치거나 “정부는 즉시 난민들을 모두 추방하라”고 하는 게 대표적이다. ‘5·18 망언’도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을 정당화함으로써 피해자들에 대한 차별을 선동하기 때문에 혐오표현이 될 수 있다.

인권위는 지난 3월과 5월 각각 국민인식조사와 청소년인식조사를 진행했다. 인권위 ‘혐오표현 리포트’ 갈무리.

인권위는 지난 3월 성인 1200명을 대상으로(국민인식조사), 지난 5월에는 청소년 500명을 대상으로(청소년인식조사) 혐오표현에 대한 시민 경험과 인식을 조사했다.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혐오표현을 접한 사람은 10명 중 6명 정도(64.2%)이다. 특정 지역 출신을 이유로 한 혐오표현 경험이 74.6%로 가장 많았다. 여성(68.7%), 노인(67.8%), 성소수자(67.7%), 이주민(66.0%), 장애인(58.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청소년은 10명 중 7명(68.3%)이 혐오표현을 접한 경험이 있었다. 여성(63.0%)에 대한 혐오표현을 가장 많이 접했다.

혐오표현의 대응방안으로 명예훼손죄와 모욕죄 등 형법을 통한 규제, 국가인권위원회법 등을 통한 행정 규제, 각 기관에서 자율적으로 혐오표현에 대한 가이드라인 만들기 등이 담겼다.

인권위는 발간된 리포트를 바탕으로 혐오표현에 대응하는 범정부적인 대책 수립을 촉구하고 공공기관이나 언론, 온라인 플랫폼 등 자율 규제 체제를 마련할 방침이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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