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한 척후병들..두산 통합우승 숨은 주역, 전력분석팀

정명의 기자 2019. 10. 28.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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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명으로 구성, 데이터·영상 분석 등 역할 분담
상대 약점 파악해 우승에 일조 "우리도 팀워크"
두산 베어스 전력분석팀. 왼쪽부터 김영재, 이종원, 김대진, 박정환. (두산 베어스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정명의 기자 = 프로야구는 그라운드 안에서 펼쳐지는 전쟁이다. 감독을 뜻하는 사령탑은 군함의 가장 높은 곳을 이른다. 이 밖에도 전략, 전술, 전력, 공격과 방어 등 야구의 근간을 설명하는 단어들은 모두 전쟁 용어로 봐도 무방하다.

지피지기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 중국 전국시대의 병법서 손자병법에 나오는 말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싸워서 지지 않는다는 뜻으로 이 역시 전쟁터인 야구장에서 통용된다. 야구단의 '척후병' 전력분석팀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말이기도 하다.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통합우승에 성공한 두산 베어스도 든든한 척후병들을 보유하고 있다. 통합우승의 숨은 주역, 7명으로 구성된 전력분석팀이다. 이들은 시즌 내내 두산 선수들과 상대 선수들을 지켜보며 각종 정보를 수집한다.

유필선 차장과 김준수 분석원이 원정 전력분석을 맡아 한 시즌 내내 집을 비운 채 전국을 돌아다닌다. 김영재, 박정환 분석원은 각각 타자와 투수 파트의 정보를 취합해 코칭스태프에게 간단명료하게 전달한다. 박대혁 과장과 김대진 대리는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며, 이종원 분석원은 영상 분석을 담당하고 있다.

두산 선수들은 전력분석 자료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외국인 투수 조쉬 린드블럼과 세스 후랭코프가 특히 데이터에 관심이 높다고 한다. 4번타자 김재환, 포수 박세혁도 자주 데이터를 요구하는 편이다.

유필선 차장은 "전력분석팀이 제공하는 자료들을 토대로 선수들이 타석에서 노림수를 갖기도, 볼배합을 달리 하기도 한다"며 "전력분석팀과 신뢰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선수들이 잘 받아들이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전력분석팀 팀원들도 끈끈한 팀워크를 자랑한다. 김대진 대리는 "7명의 팀워크가 우리의 장점"이라며 "선후배를 떠나 서로 존중하며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다. 현장 막내인 박정환 분석원 역시 "선배들도 지위를 내세우지 않고, 직급에 상관없이 분업이 잘 돼 있다"고 자평했다.

전력분석팀의 일과는 고되다. 야간경기가 끝난 뒤 자료를 정리하면 새벽 3~4시가 되는 것이 기본. 야간경기 다음날 낮경기가 열리는 시기에는 하루에 한두 시간도 제대로 자지 못한다.

쌓인 피로는 선수들의 한마디에 사르르 녹는다. 김대진 대리는 "우리의 할 일은 감독님, 코치님들, 선수들이 보다 나은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며 "힘든 일이긴 하지만 '고생했다',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 뿌듯함을 느낀다"고 한 시즌을 돌아봤다.

우승의 기쁨도 선수들과 똑같이 느낀다. 박정환 분석원은 "2015년 SK에서 전력분석 일을 시작했고, 2017년부터 두산으로 팀을 옮겼는데 이번이 한국시리즈 첫 우승"이라며 "첫 우승이라 개인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다"고 흐뭇해 했다.

한국시리즈에서 키움 히어로즈를 4경기만에 물리친 데에도 전력분석팀이 일조했다. 이종원 분석원이 영상을 통해 상대 투수들의 약점을 파악했고, 박정환 분석원은 박병호 봉쇄에 힘을 보탰다.

26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한국시리즈 4차전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한 두산 선수 등이 시상식에서 팬들을 향해 손인사를 하고 있다. 2019.10.26/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박정환 분석원은 "박병호 선수의 경우 몸쪽이 위험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오히려 바깥쪽 코스에서 장타가 많이 이루어졌다. 굳이 바깥쪽 승부를 하는 것보다 몸쪽을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박세혁 선수가 도움이 많이 됐다는 말을 해줘서 뿌듯했고, 전력분석팀이 신뢰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전력분석팀이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은 결국 두산 프런트의 힘이 강하다는 뜻이다. 선수들만 야구를 잘해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시대는 이미 한참 지났다. 선수들을 지원하는 프런트가 강해야 우승할 수 있는 시대다.

김대진 대리는 "감히 얘기하자면, 두산 프런트는 직원들을 믿어주고 길을 알려준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책임감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그 말에 두산이 어떻게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3차례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는지가 담겨 있다.

doctor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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