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지하 예배당, 폭 7m 메우고 다시 짓나?
신축 사랑의교회 대법원 판결 파장
400억원짜리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대형 교회 '사랑의교회'가 예배당 건물을 짓기 위해 받은 공공도로 점용 허가는 위법이라고 확정판결을 내렸다. 23일 서초구는 이 판결에 따라 도로 점용 허가를 취소하고 원상 복구 명령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원상 복구를 위해 점유한 도로를 토해내고 건물을 개축(改築)하는 데 드는 비용만 400억원에 달한다는 게 교회 측 설명이다. 문제의 공공도로 및 그 지하를 활용해 지은 사랑의교회 예배당은 지하 2~4층에 걸쳐 있고, 면적은 8418㎡(약 2550평)에 달한다. 총 9380석 규모의 세계에서 가장 큰 지하 예배당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원상 복구를 위해 허물어야 할 면적은 1077㎡(약 326평). 설교하는 강단과 대형 스크린 등이 걸려 있는 예배당 전면부 벽면 전체가 포함된다. 면적만 따지면 예배당 전체의 12% 정도지만, 공사를 하려면 결국 예배당 전체를 거의 새로 짓는 수준의 시공이 필요하다. 이 정도로 큰 규모의 건축물을 허물고 원상 복구를 명령하는 일도 전례 없는 일이다. 게다가 사랑의교회 주일 예배에는 매주 3만명 이상이 몰린다. 공사 기간 이 교인들이 마땅히 예배 드릴 곳도 없는 실정이다. 사랑의교회는 "판결을 존중하며 가능한 법적·행정적 대안을 찾겠다"면서도 "원상회복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랑의교회가 애초에 무리한 허가를 받았고, 건축 과정에서 특혜 논란이 많았는데도 공사를 밀어붙이다 일을 크게 만들었다는 비판 여론도 만만찮다. 일부 신자는 새 예배당 건축을 주도한 오정현 담임목사 등 교회 지도부에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교회 측에서도 구청의 원상 복구 명령에 불복해 또 다른 법정 소송을 제기하는 등 혼란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 문제를 둘러싼 소송전이 7년을 끌었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이 논란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청와대까지 올라갔던 사랑의교회 허가 문제
문제의 발단은 지난 2010년 4월 사랑의교회가 서초동 도로와 그 지하 공간을 쓰도록 서초구가 도로 점용 허가를 내준 것이었다. 사랑의교회는 2009년 6월 새 예배당 건물을 짓기 위해 지하철 2호선 서초역 3·4번 출구 바로 옆에 있는 부지를 대림산업에서 1175억원에 사들였다. 하지만 확보한 건축 부지가 예상보다 작아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교회 지도부는 주말마다 몰리는 교인들을 수용할 수 있도록 예배당을 지으려면 부지에 인접한 공공도로 일부를 점용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처음에 사랑의교회가 서초구에 가능한지 문의했을 때 구의 입장은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서울시가 교회의 손을 들어줬다. 2010년 1월 서울시는 사랑의교회 예배당 부지를 포함한 그 일대의 도시계획을 확정하면서 교회에 도로 점용 허가를 내주는 안을 포함했다. 당시 서초구청장이었던 자유한국당 박성중 의원은 "도로 점용 허가는 형식적으로는 구청장 권한이지만, 서울시에서 결정한 도시계획에 이미 교회에 도로 점용 허가를 내주는 내용이 포함되어서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며 "시와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에 항의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허가 과정에 관여했던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A 전 의원이 사랑의교회 교인인데 그때 청와대 특보로 일하고 있었다"며 "사랑의교회 허가 문제가 청와대까지 올라갔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허가가 나오면서 본격적인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교회 건물 건축을 위해 공공도로 점용 허가를 내준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황일근 당시 서초구의원 등 주민 6명이 문제의 허가가 위법이라며 예배당 공사가 진행 중이던 2011년 12월 서울시에 감사를 청구했다. 시가 도시계획에 허가 문제를 포함해줬을 때는 자유한국당(당시 한나라당) 오세훈 시장이었으나, 이 시점에선 오 시장이 무상 급식 문제로 사퇴하고 박원순 시장이 들어온 상황이었다. 감사 결과는 허가를 내줄 때와 정반대였다. 서울시는 도로 점용 허가가 위법이니 취소하라고 명령했고, 서초구는 이 결과에 불복했다. 사랑의교회 역시 공사를 강행했고 2013년 지금의 건물이 완공됐다. 그 사이 이 문제는 행정소송으로 이어졌고 7년간 법정 공방 끝에 대법원은 주민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법원이 해당 허가를 위법으로 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①허가를 받아 지은 건축물이 유지 및 안전관리에 상당한 위험이 따르는 데다 원상회복이 어렵고 ②한번 이런 허가를 내주면 이후에도 같은 허가를 계속 내줘야 하기 때문에 공공도로의 무분별한 점용을 조장할 우려가 있으며 ③교회 건물은 사실상 영구 건축물이기 때문에 주변 환경 변화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랑의교회는 이 판결이 나온 후 "법적으로 보면 도로 점용 허가가 취소된다고 해도 반드시 원상회복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지만, 대법원은 판결 의의를 설명하는 보도자료를 내면서 "서초구는 사랑의교회에 대해 도로 점용을 중지하고 원상회복할 것을 명령해야 한다"고 부연 설명을 했다.
원상 복구냐 기부 채납이냐
대법원 판결문과 서울시 및 서초구의 관련 자료에 따르면 사랑의교회는 도로 점용 허가를 받는 조건으로 200억원이 넘는 재산을 서초구에 기부했다. 먼저 교회 건물 중 325㎡(약 100평)를 어린이집으로 조성해 구청에 넘겼다. 또 점용 허가를 받은 도로에 대한 보상으로 교회 부지 인근 땅 1200㎡(약 360평)를 사들여 추가로 구청에 기부 채납했다. 서초구는 이 땅을 활용해 교회 인근에 이면도로를 조성했다. 이때 사랑의교회가 조성한 어린이집과 기부 채납한 땅을 현재 시가로 평가하면 약 200억원에 달한다. 거기에 매년 도로 점용료로 4억원씩 총 36억원을 구청에 납부했다. 서초구 관계자는 "구에서도 특혜 논란이 불거질 것을 의식해 최대한 노력했다"며 "교회로부터 '너무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허가가 취소되면 서초구는 기부 채납받은 재산들을 교회에 돌려줘야 한다. 이에 대해 서초구 관계자는 "공유재산법 제 7조와 사랑의 교회가 제출한 기부채납서에 따르면 교회가 기부 채납을 할 때 거기에 조건을 붙이지 않았기 때문에 도로 점용 허가가 취소되더라도 해당 재산들은 여전히 서초구의 재산으로 남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구청에서 원상회복 명령을 내리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라 교회 측에서 "가능한 법적·행정적 대안"을 찾는 것도 어려운 실정이다. 명령에 불복해 소송을 벌이는 방법은 이미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상황이라 승소 가능성이 희박하다. 명령에 따라 원상 복구 공사를 벌인 뒤, 서울시와 서초구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방법도 있다. 시와 구청이 위법한 허가를 내준 책임이 있으니 그 책임만큼 공사비를 분담하라는 논리다. 하지만 2010년 서초구가 사랑의교회에 발급한 도로 점용 허가증에는 "허가가 취소되었을 때에는 허가받은 자의 부담으로 도로를 원상회복해야 한다"며 "허가받은 자는 도로의 점용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민형사상 모든 책임을 진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게다가 위법한 허가가 나오게 된 원인을 제공한 쪽에서 다른 쪽에 책임을 전가하려 한다는 비판을 면하기도 어렵다.
일각에선 아예 사랑의교회가 도로를 점용해서 지은 예배당 전체를 구에 기부 채납한 뒤 교회가 그를 임차하는 형식으로 취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기부 채납을 하게 되면 문제의 점용 부분을 포함한 예배당이 법적으로 공공재산이 되기 때문에 원상 복구 공사를 할 필요가 없어진다. 경제적으로 보면 기존에 매년 내던 도로 점용료 4억원에 더해 교회가 추가적인 부담을 지는 해법이다. 사랑의교회 집사로 수년째 사역 중이라는 김모씨는 "사실 교회가 새 예배당을 짓는 과정에서 여론의 지탄을 많이 받았고 등 돌린 교인도 많았다"며 "우리가 먼저 통 큰 결단을 내려서 교회의 심장이나 마찬가지인 예배당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사람들도 우리의 진정성을 믿고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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