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양자컴 '우월성' 논란에 경쟁사 IBM "기존 슈퍼컴 완전히 뛰어넘은 것 아냐" 반박

윤신영 기자 2019. 10. 23.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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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슈퍼컴 성능 과소평가했다" 주장..전문가들 "구글 칩 최고 성능 낸 건 사실"
구글이 새롭게 개발한 최신 양자컴퓨터 칩인 ′시커모어′의 모습이다. 최근 미국항공우주국(NASA) 홈페이지에 시커모어 칩이 슈퍼컴퓨터로 1만 년 걸리는 과제를 3분 20초 만에 풀었다는 문서가 게시됐다 사라져 논란이 있었다. 최대 경쟁자인 IBM은 21일 ″구글이 기존 슈퍼컴의 성능을 너무 낮춰 잡았다″며 반박에 나섰다. 하지만 구글의 양자컴퓨터 칩이 최고 성능을 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구글 제공

지난 9월, 구글이 새로 개발한 양자컴퓨터 칩 ‘시커모어’가 특정 과제를 푸는 임무에서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슈퍼컴퓨터를 완전히 압도해, 양자컴퓨터가 기존 디지털 컴퓨터의 성능을 일부 넘어서는 ‘양자우월성(양자우위)’을 최초로 달성했다는 내용을 담은 문건이 미국항공우주국(NASA) 사이트에 게시됐다 삭제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구글은 현존 최고 슈퍼컴퓨터로 1만 년 걸릴 문제를 양자컴퓨터로 3분 20초(200초)만에 풀었다고 밝혀 파장을 일으켰다. 

(관련기사 : 구글 양자컴퓨터, 슈퍼컴 능가했나 '양자우월성 달성' 논란)

이 사건에 대해 구글의 가장 큰 경쟁사인 IBM이 처음으로 공식적인 논평을 내놨다. 당시 사건을 가장 먼저 보도했던 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IBM 연구소장이 “구글의 주장을 믿기 어렵다”고 평한 적은 있지만, 연구소가 공식적인 글과 증거를 바탕으로 상세한 논평을 밝힌 적은 없었다. 이번 논평에서 IBM은 “구글의 결과는 양자우월성과 관련이 없다”며 다시 한 번 연구 결과를 일축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IBM의 주장과 상관없이 구글의 양자컴퓨터칩이 최고의 성능을 보인 것만은 사실”이라고 말하고 있다.

IBM 연구소는 21일(현지시간) 연구개발 관련 소식을 전하는 자체 블로그의 양자컴퓨터 코너에 ‘양자우월성에 관하여(On ‘Quantum Supremacy')’라는 글을, 물리학 분야 논문 초안 게시 사이트인 ‘아카이브’에 ’2차 저장장치를 이용한 54큐비트(양자비트. 양자컴퓨터의 정보 최소 단위) 시커모어 회로 시뮬레이션 구현’이라는 논문을 각각 게시했다.

에드윈 페드노 IBM연구소 석좌연구원과 제이 감베타 IBM 연구소 부소장 등 세 명의 전문가는 이 글과 논문에서 “구글 문건은 기존 슈퍼컴퓨터로 1만 년이 걸리는 문제를 새로 개발한 양자컴퓨터 칩으로 3분 20초만에 풀었다고 밝히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가 다시 살펴본 결과 그 문제는 현존 슈퍼컴퓨터로 이틀 반이면 훨씬 높은 신뢰성으로 풀 수 있는 문제였다”며 구글이 기존 컴퓨터도 도저히 불가능한 성능을 보인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IBM은 “이 계산도 아주 보수적으로 잡은 결과이고, 성능을 최적화하면 계산에 드는 자원을 더 줄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IBM은 “구글은 기존 슈퍼컴퓨터가 해당 과제 수행을 위해 랜덤액세스메모리(RAM)에 슈뢰딩거 상태벡터(양자역학에서 상태를 나타내는 일종의 변수)를 모두 저장해야 하지만, 그럴 수 없어 공간을 시간으로 치환한 다른 시뮬레이션(슈뢰딩거-파인만 시뮬레이션)에 의존해야 한다고 보고 푸는 데 1만 년이 걸린다고 추정했다”며 “하지만 구글은 기존 컴퓨터에 외부 저장장치가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이 기존 슈퍼컴퓨터의 잠재성을 고려하지 않고 양자우월성 달성을 주장했다고 밝히고 나선 IBM 연구소 블로그의 글이다. 최고의 양자컴퓨터 이론가 등이 참여해 집필했다. IBM연구소 블로그 캡쳐

이들은 “기존 컴퓨터는 램과 하드디스크를 이용해 상태벡터를 다루고 저장할 수 있으며, 다양한 기법으로 성능을 높이고 신뢰성까지 확보할 수 있다”며 “구글의 결과는 초전도 회로를 사용하는 53큐비트 장치의 최신 성과를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지만, 양자 ‘우월’과는 거리가 멀다”고 결론 내렸다.

IBM은 “이번 사태와 ‘양자우월성에 도달했다’는 보도로 양자우월성이라는 말이 대중에게도 잘못 알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페드노 연구원은 “이번 구글의 결과가 양자우월성의 엄밀한 의미를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지만, 근본적으로는 양자컴퓨터는 절대 기존 컴퓨터를 ‘우월한 위치에서’ 지배할 수 없는데 압도하고 우위에 서는 것처럼 묘사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양자컴퓨터와 기존 컴퓨터는 각자의 고유한 강점이 있기에 한쪽이 다른 쪽의 우위에 서는 관계가 아니라 오히려 협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IBM의 주장이 사실이라도 구글이 보인 양자컴퓨터 칩의 성과가 축소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IBM이 초전도 회로를 사용해 구현한 양자컴퓨터다. IBM은 관련 연구 성과를 꾸준히 홍보해 왔다. 이번에 갑작스럽게 구글에서 성과가 유출되자 관련 분석을 진행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IBM 연구소 제공

정연욱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양자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구글 시커모어가 해당 과제를 수행하는 알고리즘에서 문서에 언급된 높은 성능을 보였다는 것은 이미 학계에 알려져 있던 사실”이라며 “다만 해당 알고리즘을 기존 컴퓨터로 풀었을 때 양자컴퓨터보다 좋은 성능을 낼 수 없다고 수학적으로 증명된 게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기술을 총동원하면 기존 컴퓨터로도 양자컴퓨터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좋은 성능을 낼 가능성은 언제든 존재한다. 이번에 IBM은 이렇게 기존 컴퓨터의 성능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양자우월성의 기준을 높여) 구글이 양자우월성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책임연구원은 “양자우월성은 정의하기 나름이기 때문에 구글이 양자우월성에 도달했는지 여부는 논란이 될 수도 있다”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구글의 시커모어가 현존 최고의 양자컴퓨터 칩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신영 기자 ashil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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