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독]'친환경 연료'인 줄 알았는데..천연가스 수소차의 '배신'

남지원 기자 2019. 10. 2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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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수소 1㎏ 만들 때 이산화탄소 8.6㎏ 배출
ㆍ탄소배출량, 휘발유차보다 겨우 16% 절감 ‘낙제점’
ㆍ2030년까지 전체 공급 절반이 ‘천연가스 추출수소’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정책에 따라 친환경 수소차 보급이 늘고 있지만 지금처럼 천연가스에서 뽑아낸 수소를 주로 사용한다면 실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효과는 미미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주행 중 온실가스를 내뿜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수소차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지만,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해내는 과정에서 추출된 수소 양의 8배가 넘는 이산화탄소가 나오기 때문이다. ‘탈탄소’를 위해서는 천연가스 추출수소 대신 재생에너지로 만든 수소 등 친환경수소를 위주로 계획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이 한국에너지공단과 에너지경제연구원 등의 자료를 통해 휘발유차와 수소차의 탄소배출량을 분석한 결과 천연가스 추출수소를 연료로 쓴 수소차의 경우 비슷한 급의 휘발유차에 비해 연간 탄소배출량을 16%밖에 줄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소차 자체는 주행 중 탄소나 유해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지만, 천연가스를 개질해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최근 상용화된 천연가스 수소추출기를 활용할 경우 수소 1㎏을 생산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8.6㎏가량 된다.

이 때문에 수소차 자체가 탄소를 배출하지 않더라도 천연가스 추출수소를 사용할 경우 휘발유차에 비해 탄소배출량은 많이 줄어들지 않는다. 한국 운전자들의 연평균 주행거리인 1만5000㎞를 기준으로 휘발유차인 현대 아반떼는 이산화탄소를 연간 1620㎏ 배출한다. 수소차인 현대 넥쏘가 같은 거리를 달리기 위해서는 수소 158.25㎏이 필요한데, 천연가스에서 이 정도 분량의 수소를 추출해내려면 이산화탄소가 1361㎏ 배출된다. 결과적으로 넥쏘가 추출수소를 활용해 주행할 경우 아반떼보다 탄소배출량을 약 16%밖에 절감하지 못하는 셈이다.

문제는 비교적 저렴하고 대량으로 만들기 쉬운 추출수소가 향후 수소 공급계획의 핵심 축이라는 데 있다. 수소를 공급받는 방법은 석유화학 공정 부산물로 나오는 부생수소, 천연가스를 개질해 만드는 추출수소, 재생에너지 잉여전력으로 물을 분해해 만드는 수전해 수소, 해외에서 들여온 해외생산수소 등 크게 4가지다.

추출수소는 천연가스 공급망을 이용해 수소생산기지와 운송시설을 쉽게 구축할 수 있고 대량으로 생산하기도 쉬워 초기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가장 중요한 공급원이다. 정부는 지난 1월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서 장기적으로 부생수소와 추출수소를 줄이고 수전해 수소와 해외생산수소 등 친환경 수소를 늘려가겠다고 했지만 2030년까지도 전체 수소 공급량의 50%는 추출수소로 채워질 계획이다. 추출수소 비중은 2040년에도 30%까지밖에 떨어지지 않는다. 수전해 수소 가격이 ㎏당 9000~1만원인 반면 추출수소는 ㎏당 2700~5100원선으로 저렴해 정부의 2040년 수소가격 목표(㎏당 3000원)를 맞추려면 추출수소 비중이 계획보다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김 의원은 “초반 산업 육성을 위해 한시적으로 천연가스 추출수소를 활용하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추출수소 위주로 수소경제를 추진하면 탄소절감 효과를 거둘 수 없다”며 “독일은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그린수소 연구에 2023년까지 3억유로를 투자하기로 했는데, 한국도 그린수소 생산과 운송·저장 방법을 개발하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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