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이효리에게 유재석이 던진 말.. 그는 알고 있었다

김종성 입력 2019. 10. 22.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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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유재석, 즐겁게 일하는 그에게 빠져든다

[오마이뉴스 김종성 기자]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tvN
 
요즘에는 유재석을 보는 게 기분 좋다. 아니, 정확히는 TV에 나오는 유재석이 그 어느 때보다 즐거워 보여서 (그런 그를 보는 게) 기분 좋다. 한동안은 MBC <무한도전>과 '국민 MC'라는 타이틀의 무게에 짓눌린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젠 그런 짐들로부터 한결 홀가분해진 것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 한마디로 가볍고 자유로워졌다. 운신의 폭도, 캐릭터의 방향성도. 

최근 유재석의 행보를 보면 종횡무진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그만큼 다양하고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유재석에게도 정체됐던 시기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는 안주하지 않았다. 오히려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내 반전의 계기를 잡아 나갔다. '유재석의 위기'는 인력 자원이 종편과 케블로 넘어간 상황에서도 지상파만을 고집했던 시기와 일치한다. 

MBC <무한도전>이 종영한 뒤에 유재석은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JTBC <요즘 애들>, tvN <일로 만난 사이>을 잇따라 맡으며 자신의 보폭을 넓혀 나갔다. <요즘 애들>의 경우에는 소리 소문 없이 종영했을 정도로 별다른 임팩트를 주지 못했지만(최고 시청률 : 2.296%, 마지막 회 시청률 : 1.099%),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일로 만난 사이>는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거리'를 배경으로 시민들과 진솔하게 소통하는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게스트들과 함께 고된 노동 현장을 찾아 땀흘려 일하는 <일로 만난 사이>는 기존의 식상하고 뻔한 예능들과 완전히 다른 결을 보여주며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두 프로그램은 유재석의 장점을 드러내기에 매우 적합했고, 무엇보다 유재석은 그 프로그램에서 즐거워 보였다. 역시 유재석은 '밖'에서 빛났다. 

누구보다 대중이 좋아하는 유재석을 꿰뚫고 있는 김태호
 
 tvN 예능 <일로 만난 사이>의 한 장면
ⓒ tvN
게다가 유재석은 끊임없이 발전하는 중이다. <놀면 뭐하니?>에서 이적은 유재석에게 '성장판이 닫히지 않는다'고 농담을 던질 만큼 유재석의 변화는 매우 인상적이다. 불혹을 훌쩍 넘겼음에도, 이미 최고의 자리에 올랐음에도, 기존의 이미지를 활용한 프로그램을 할 수 있음에도 유재석은 계속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예능인' 유재석은 이제부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흐름에 기름을 들이부은 건 아무래도 김태호 PD였다. 누구보다 유재석을 잘 알고 있고, 누구보다 대중이 좋아하는 유재석을 꿰뚫고 있는 김PD는 <놀면 뭐하니?>에서 유재석을 완전히 해부하는 데 성공했다. 난데없이 드럼 스틱을 쥐어주더니 드럼 천재로 만들어 독주회까지 열었고('위플래쉬'), 어느새 트로트 가수로 데뷔시켜 무대 위에 올려 버렸다('뽕포유'). 

유재석을 허허벌판에 세워두고 어쩔 줄 몰라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런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도 (불평을 하긴 하지만) 의연하게 돌파해내는 (성장) 드라마는 김태호 PD만에 만들어 낼 수 있는 그림이었다. <무한도전>을 통해 동고동락했던 두 사람은 <무한도전>의 빈자리를 채우고, 새로운 형태(무정형)의 예능을 만들어 나가며 함께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일각에서는 오로지 '시청률'을 근거로 유재석의 위기를 논하기도 한다. 실제로 <해피투게더4>는 2~4% 시청률에 그치며 지상파 골든 타임에 방영되는 예능이라기엔 민망한 수준이고, <유 퀴즈 온 더 블럭>도 3%를 넘기기 어려운 실정이다. <일로 만나 사이>는 첫회 최고 시청률(4.933%)을 기록한 뒤 상승세를 타지 못하고 한 회만을 남기고 있다. 그나마 SBS <런닝맨>은 6.2%로 체면치레 중이다. 

유재석은 그 어느 때보다 즐겁게 일하고 있다

단순히 숫자만 보면 그리 말할 수 있다. 시청률은 방송계에서 중요한 지표지만, 플랫폼이 다양화된 현재 모든 평가의 기준을 시청률로 단일화해서 접근하는 건 현상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아니다. 게다가 (<해피투게더4>의 경우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지만) 그가 새롭게 시작한 프로그램들은 최근 예능의 안일한 트렌드(관찰, 가족, 먹방)에 갇히지 않은 신선한 기획들란 점도 평가에 반영돼야 마땅하다. 

시청률만으로 본다면 유재석의 성적표는 실망스러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유재석은 <일로 만난 사이> 첫 번째 게스트로 출연한 이효리에게 "너랑 스튜디오에서 토크만 해도 시청률이 어느 정도 나올 텐데 그건 너무 뻔하잖아"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유재석은 이미 알고 있다. 그는 단순히 시청률을 추구하는 성과주의에 갇혀 있지 않다. 좀더 새로운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기 위해 유재석은 새로운 형식을 고민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찾는 데 열중하고 있다. 예능의 선구자로서 그가 추구하는 성과물은 대체로 만족스럽다. 유재석은 그 어느 때보다 즐겁게 일하고 있다. 그런 그를 지켜보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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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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