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 여권 표지..당장 바꿀 수 없는 이유
국내 중소기업 제품은 납품 이뤄진 적 없어
조폐공사 "개선 기회 줬지만 일부 기준 못 미쳐"
[앵커]
국내 전자여권 표지는 일본의 한 기업이 수년째 독점 공급하고 있습니다.
국산화가 시도되긴 했지만, 사실상 납품이 무산되면서 전자여권 표지는 한동안 일본 제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상곤 기자입니다.
[기자]
대한민국 전자여권 표지에는 개인정보 등을 암호화한 전자 칩과 안테나 등이 들어갑니다.
여권 보안의 핵심 소재인데 지난 2012년부터 일본의 한 기업이 만든 제품만 사용되고 있습니다.
국내의 한 중소기업이 3년 전부터 단수 여권 등 5% 정도의 물량을 공급하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납품은 이뤄진 적이 없습니다.
한국조폐공사가 진행한 적합성 시험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국내 업체는 조폐공사가 일본 제품을 기준으로 적합성 시험을 진행해 문제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자신들이 만든 여권 표지가 공인된 시험기관에서 보안성과 기술 규격을 충족했음에도 조폐공사의 적합성 평가 기준을 제대로 안내받지 못해 차별을 당했다고 말했습니다.
[정성환 / 국산화 시도 업체 대표이사 : 이번에 조폐공사의 불공정한 제조 적합성 시험으로 인해서 해외 진출 및 전자 여권 국산화 등을 포기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해당 업체는 전자여권 표지 국산화를 위해 40억 원을 투입해 장비를 도입하고 기술을 개발해왔습니다.
한국조폐공사는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국내 제품의 품질이 기존 일본 것보다 성능이 뛰어나거나 동등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겁니다.
또, 수차례 개선 기회가 제공됐는데도 일부 시험을 통과하지 못해 국내 기업이 개발했다고 하더라도 사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조폐공사 관계자 : 전자여권은 10년 동안 품질이 보증되어야 하고 해외에서 우리 국민의 신분상 재산상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수단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엄격히 규정된 절차에 의해서 입찰을 진행하고 품질시험을 진행했습니다.]
내년 하반기에 도입되는 차세대 전자 여권은 제작 방식이 모두 바뀝니다.
조폐공사가 새로운 업체 선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에서 우리 국민의 얼굴 역할을 할 여권에 일본산 표지가 당분간 계속 쓰일 수밖에 없는 상태입니다.
YTN 이상곤[sklee1@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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