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조국 일가, 캠코의 100여차례 빚독촉 18년간 뭉갰다

김형원 기자 2019. 10. 21.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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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게이트]
전화 16회·우편안내 68회·재산조사 17회·실거주지 확인 5회 등
조국 모친 "갚을 능력없다".. 7개월 뒤 前며느리 이름으로 집 사
조국 동생, 25번 독촉에 아예 응답 안해.. "빚 몰랐다" 거짓해명
/조선 DB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족이 2001년 이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로부터 100차례 넘게 채무 독촉 등을 받았지만, 거의 응답도 하지 않은 채 변제 의사 한 번 밝히지 않았던 것으로 20일 드러났다. 조 전 장관 일가와 웅동학원이 캠코에 진 빚은 현재 128억원에 이른다. 조 전 장관 모친은 캠코의 채무 독촉 전화에 "능력이 없어서 못 갚는다"고 말한 뒤 7개월 만에 부산 해운대 빌라를 차명(借名)으로 구입했다. 야당은 "앞에서는 정의로운 척하면서 뒤로는 나랏빚을 떼어먹은 조 전 장관 일가족의 이중적인 행태가 드러났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성일종 의원실이 캠코로부터 입수한 '채권회수·채무조정 안내 내역'에 따르면 캠코는 2001~2019년까지 조 전 장관 일가족과 웅동학원에 도합 113차례 변제 독촉, 재산 조사, 상환 안내 등을 했다. 이 가운데 전화 통화 시도는 16회, 우편 안내 68회, 재산 조사 17회, 실거주지 확인 5회 등이었다.

18년간 조 전 장관 일가족은 캠코 측에 한 번도 변제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조 전 장관 부친 고(故) 조변현씨는 2010년과 2011년 캠코와의 두 차례 전화에서 "학교 부지를 매각 추진 중이지만 해결 실마리가 보이지 않으니 여유를 가지고 해결책을 찾자"고 답했다. 그런데 이듬해인 2012년 캠코에 팩스를 보내 "캠코가 가압류한 학교 부지를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캠코가 압류한 땅은 교육청 허가가 없으면 매각할 수 없으니 (어차피) 빚 회수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도 댔다. 캠코는 조변현씨의 요청을 거절했다.

조 전 장관의 모친인 박정숙 웅동학원 이사장은 2014년 5월, 캠코와 딱 한 번 통화한 이후 지금까지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 첫 통화에서 그는 남편 조변현씨의 사망 사실을 통보한 뒤 "능력이 없어서 빚은 못 갚는다"고 했다. 이후 캠코는 2014년 9월, 2016년 2월, 2016년 6월, 2017년 11월, 2019년 7월 박 이사장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다시는 받지 않았다.

그런데 박 이사장은 캠코로부터 첫 독촉 전화를 받은 지 7개월 만에 부산 해운대 빌라를 이혼한 차남의 아내(전 며느리) 명의로 2억7000만원에 매입했다. 부동산 매입 자금을 댄 사람은 조 전 장관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였다. 조 전 장관 측은 "박 이사장이 전 며느리의 딱한 사정이 안타까워서 빌라를 사준 것"이라고 해명했었다. 그러나 야당은 "캠코의 압류를 피할 목적으로 '위장 이혼'한 전 며느리 명의로 재산을 은닉한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캠코는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조 전 장관의 동생 조모(52)씨와 그의 회사에도 우편 독촉장 등을 25번 보내 부채 상환 독촉을 했다. 이에 응하지 않던 조씨는 조 전 장관 인사청문회 직전인 지난 8월 20일 입장문을 통해 "예전에 운영하던 회사가 빚이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게 됐는데, 진작에 알았더라면 달리 했을 것"이라며 "웅동학원으로부터 받아야 할 공사 대금 채권은 캠코의 빚을 갚는 데 모두 내놓겠다"고 했다. 캠코가 수십 차례나 빚 독촉을 했는데도 빚이 있는지조차 몰랐다는 거짓 해명을 한 것이다.

조 전 장관 모친인 박 이사장도 지난 8월 23일 입장문에서 "허위 보도로 재정 상태가 어려운 학교를 인수한 제 남편의 선의(善意)가 왜곡되어 억장이 무너진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은 계좌 추적 과정에서 웅동학원이 수십억대 비자금을 만든 정황을 잡고, 자금의 일부가 '조국 펀드'에 유입됐는지 수사 중이다. 성 의원은 "100억원이 넘는 나랏빚을 지게 되면 보통 사람들은 밤잠도 이루지 못할 텐데 조 전 장관 일가족은 합심해서 차명 부동산을 매입했다"며 "겉으로 도덕적인 척, 피해자인 척했지만 실상은 나랏빚을 떼어먹은 악성 채무자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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