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기관포 단 공격헬기 도입..'악으로 깡으로' 해병대 변했다

이철재 2019. 10. 20.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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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재의 밀담]
미 해병 개발 포기한 장갑차 탄다
공격헬기 도입해 힘·기동력 키워
다양한 주변국 위협에도 대응해
'안보 위협은 북한' 기본 임무 충실

20일까지 경기도 성남의 서울공항에서 열리는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19’에서 한화디펜스가 신형 상륙돌격장갑차를 선보였다. ‘상륙돌격장갑차(KAAV)-Ⅱ’라 불리는 이 장갑차는 2028년까지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 KAAV-Ⅱ는 현재 해병대가 보유하고 있는 상륙돌격장갑차(KAAV)보다 성능이 훨씬 뛰어나다.

해병대원들이 전투사격훈련을 하고 있다. 해병대의 모든 부대원은 사로에서 엎드려 쏘지만 않고, 이동 중 사격하는 전투사격훈련도 한다. [국방부 유튜브 계정 캡처]

전투 중량이 35t 규모로 KAAV(23t)보다 무겁지만 엔진 출력이 1500마력(KAAV는 400마력)으로 높아졌다. 이 때문에 수상 속도가 KAAV의 시속 13.2㎞에서 20㎞ 이상으로 올라갈 전망이다. 무장은 탄두내장형 탄약(CTA) 기술을 이용한 40㎜ 기관포로 선정할 가능성이 크다. CTA는 탄피 안에 탄두가 들어 있어 탄약의 길이와 부피를 줄이면서도 화력을 키울 수 있다.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19’에서 한화디펜스가 선보인 상륙돌격장갑차(KAAV)-Ⅱ. [사진 디펜스타임즈]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19’에서 한화디펜스가 선보인 상륙돌격장갑차(KAAV)-Ⅱ. 박용한 기자

군사 전문지인 디펜스타임즈의 안승범 대표는 “미국 해병대가 개발하다 그만둔 원정전투차량(EFV)과 모양이 비슷하다”면서 “개발에 성공한다면 중국 해병대의 ZBD-05(시속 28㎞)에 이어 수상 속도로 시속 20㎞대의 장갑차를 보유하게 된다”고 말했다.


'총' 떼고 '포' 달아 더 강하게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전시장엔 상륙공격헬기의 모형을 볼 수 있다. 이 헬기는 해병대의 상륙기동헬기는 수리온 계열인 마린온(MUH-1)을 공격헬기로 개조한 모양이다. 마린온에다 전술항법장치(TACAN)와 표적획득지시체계(TADS)를 탑재한다. 또 20㎜ 기관포를 동체 아래에 단다. 양쪽엔 무장을 장착할 수 있는 스터브 윙((Stub Wing)이 보인다. KAI는 공대지 유도 미사일, 공대공 유도 미사일 등을 운용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19’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가 선보인 상륙기동헬기. [사진 밀리돔]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19’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가 선보인 상륙기동헬기. [사진 밀리돔]

해병대는 2023년까지 36대의 상륙기동헬기를 도입한 뒤 24대의 상륙공격헬기를 사들이려고 한다. 해병대는 상륙공격헬기의 국내 개발과 해외 도입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상륙공격헬기를 국내개발로 결정한다면 마린온과 같은 계열인 수리온 상륙기동헬기형이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상륙공격헬기 도입하며 기동성 강화
해병대가 21세기의 전장 환경에 맞게 변신하고 있다. 지금까지 ‘악으로 깡으로’를 앞세운 군대에서 ‘스마트 마린(Smart Marine)’으로 탈바꿈하고자 하는 것이다. 시속 20㎞가 넘는 신형 상륙돌격장갑차와 다양한 무장을 갖춘 상륙공격헬기는 미래 해병의 첨병이다.

해병대원이 낙하산을 메고 뛰어내리고 있다. 해병대는 공중 전력을 갖추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사진 해병대]
해병대의 미래상은 지난 15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해병대 국정감사에서 나타났다. 이날 국감은 6년 만에 해군과는 별도로 해병대 단독으로 치렀다. 해병대는 업무보고에서 앞으로 해병대는 ‘전방위 위협에 신속대응 가능한 국가전략기동군’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언제(Any Time), 어디서(Any Where), 어떤 위협(Any Crisis)에도 즉각 대응하도록 부대를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불확실하고 다양한 미래의 위협을 고려해 유연성 있는 부대구조로 개편할 방침이다. 현재 해병사단의 연대를 여단으로 바꾼다. 여단은 일정 기간 독자 작전을 할 수 있도록 지휘ㆍ지상ㆍ항공ㆍ군수 등 다양한 제대를 편조한 공지기동형 부대로 꾸려진다. 미 해병대의 원정부대(MEU)를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표규 단국대 해병대군사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해병대는 유사시 북한의 후방에 상륙하는 임무만을 바라봤는데, 이제는 다양한 임무도 맡을 수 있도록 체질개선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병대원이 자연재해 피해를 입은 민가를 청소하고 있다. 해병대는 이같은 인도적 지원과 재난 구조의 역량을 키우려고 한다. [사진 해병대]

새롭게 거듭 난 공지기동형 부대는 입체고속상륙작전과 신속대응작전을 모두 수행할 수 있다. 입체고속상륙작전은 미 해병대의 초수평선 상륙작전(OTH)의 한국판이다. 초수평선 상륙작전은 적의 강력한 방어망을 뚫기 위해 수평선 너머 먼바다에서 발진한 뒤 해상과 공중을 통해 육지로 신속히 이동하는 작전이다. 이 작전을 한반도 전구에 맞도록 재해석한 게 입체고속상륙작전이다. 신형 상륙돌격장갑차와 상륙공격헬기를 도입하려는 배경엔 입체고속상륙작전이 있다. 해병대는 국방개혁 2.0에 따라 유사시 서해와 동해를 통해 북한 후방에 상륙작전을 벌인다.

언제·어디서·어떤 위협이라도 신속 대응
신속대응작전은 역내 갈등, 주변국 대응, 비군사적 위협에 대응하는 작전이다. 해병대는 군사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48시간 안에 출동할 수 있는 1신속기동부대(연대급)와 최단 시간 준비를 마쳐 비군사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2신속기동부대를 운용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ㆍ일본과 섬을 둘러싼 영유권 분쟁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일본은 한국의 독도 영유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중국은 이어도 인근의 한국 배타적경제수역(EEZ) 확정을 두고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중국과 일본은 해병대를 키우고 있다. 해병대가 중국ㆍ일본 해병대를 상대하는 게 제격이다.
적진 침투 훈련에 나선 해병대 수색대원들. [사진 해병대]

비군사 상황은 해병대가 ‘블루 오션’으로 생각하는 분야다. 홍규덕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해병대는 작지만 빠르다. 바다와 하늘을 통해 전 세계 어느 곳이라도 급히 전개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미 해병대를 비롯해 각국이 해병대를 인도적 지원과 재난 구조에 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해병대는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당시 미 해군과 함께 도모다치(친구) 작전을 통해 식수, 식량, 연료, 구호물자를 피해 지역에 지원했다. 정부가 동남아시아 국가와의 우호를 다지는 신남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해병대는 인도적 지원과 재난 구조를 통해 신남방정책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군 당국은 선박 호송과 해적 퇴치 임무를 맡아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으로 떠나는 해군 청해부대에 해병대도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군 소식통은 “청해부대의 해상작전헬기는 대잠수함 전력의 일부를 보내는 것”이라며 “해병대의 상륙작전헬기인 마린온을 대신 동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병대의 K1 전차가 주포를 쏘고 있다. [사진 해병대]
해병대는 자국민 보호와 인도적 지원, 재난 구조의 실력을 쌓으면서 동맹ㆍ우방국과 관계를 다지기 위해 해외 연합훈련 참가를 늘리려 한다. 해병대는 현재 매년 태국에서 열리는 코브라골드, 격년제(짝수 해) 몽골에서 열리는 칸 퀘스트와 하와이에서 열리는 림팩에 참가하고 있다. 여기에 홀수 해 호주에서 열리는 탈리즈만 세이버, 매년 필리핀에서 열리는 카만닥에도 해병대를 더 보내려는 것이다. 미 태평양해병대 사령관인 루이스 크라파로타 중장은 지난 4월 해병대 창설 70주년 국제 심포지엄에서 “칼리즈만 세이버 등 해외 다국적군 훈련 참가를 늘리라”고 주문했다.


말과 행동으로 해병대의 결기를 보여줘
물론 형제 관계라 부르는 미 해병대와 연합훈련에도 열심이다. 양국의 해병대는 “전장에서 함께 피 흘리며 긴 시간 동안 강력한 유대감을 형성한”(크라파로타 사령관) 관계다. 올해 한ㆍ미 해병대의 소규모 연합훈련인 한국 내 훈련프로그램(KMEP)이 24회 열린 데 이어 내년 22회 실시할 계획이다. 해병대 관계자는 “유사시 한ㆍ미 해병대는 어깨를 맞대며 함께 싸우도록 작전계획이 짜여있다”며 “비핵화 협상을 지원하기 위해 대규모 한미 연합 상륙작전을 계획할 수 없지만, 대신 대대 단위 이하로 연합훈련을 더 많이 늘렸다”고 말했다. 홍규덕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을 내세워 한ㆍ미 연합훈련을 잇따라 종료한 상황에서 KMEP은 한ㆍ미 연합방위태세를 단단하게 해주는 접착제”라고 평가했다.

이승도 해병대사령관이 15일 경기도 화성시 해병대사령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해병대사령부와 서북도서방위사령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는 것 못잖게 해병대는 해병대의 전통에도 충실히 하려고 한다. 지난 15일 국감에서 이승도 해병대 사령관은 ‘우리 안보를 위협하는 적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북한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북한이 2017년 5월부터 서해 북방한계선(NLL) 바로 위 함박도에 군사기지를 세우자 “유사시 초토화할 수 있도록 해병 2사단의 화력을 계획했다”고 밝혔다. 이승도 사령관은 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때 연평부대장(대령)이었다. 당시 연평부대는 북한의 포격에 맞서 신속하게 대응사격에 나섰다. 그러나 2명의 해병대원이 목숨을 잃었다. 관련 사정을 잘 아는 정부 소식통은 “이 사령관은 당시 전사한 2명의 부하를 아직도 생각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해병대6여단은 15~16일 백령도ㆍ대청도ㆍ소청도 일대에서 도서방어종합훈련을 벌였다. 해병대는 3000명을 투입해 서해 도서를 지키는 능력을 점검했다. 말뿐만 아니라 행동으로 결연한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16일 백령도 해안에서 벌어진 해병대6여단 도서방어종합훈련에서 상륙돌격장갑차인 KAAV-7가 가상의 적 기습강점에 대응하기 위해 작전지역으로 기동하고 있다. [사진 해병6여단]

그러자 북한의 대남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TV는 19일 홈페이지에 올린 ‘연평도를 벌써 잊었는가?’ 제목의 영상에서 이 사령관의 발언에 대해 “지금 남조선 군부에서 또다시 터져 나온 대결 망언이 사람들을 아연케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병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장밋빛 미래가 기다리고 있지는 않다. 특히 병력 문제 때문에 해병대는 고심하고 있다. 군복무기간이 단축하고 인구가 줄면서 ,군에 입대할 ‘장정’의 숫자도 내려가면서다. 물론 국방개혁 2.0에서 해병대의 병력은 변함이 없다. 그러나 가까운 미래 2만 8500명의 현재 병력 수준을 지키기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앞으로 거세질 군 구조 개편에서 세가 약한 해병대가 제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북한의 대남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TV가 19일 '연평도를 벌써 잊었는가?' 제목의 영상에서 2010년 연평도 포격을 거론하며 '유사시 함박도를 초토화할 계획을 세웠다'고 밝힌 이승도 해병대사령관을 비난했다. [연합]

이표규 교수는 “쓰임새가 많고 다양한 해병대를 생각하면 병력을 더 늘려야 하지만 여건이 어렵다”면서 “현재 병력을 유지하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다. 홍규덕 교수는 “2020~24 국방중기계획에서 해병대의 전력 보강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며 “해병대는 투자대비 효과가 가장 좋은 군대이기 때문에 국방부와 합참에서 좀 더 신경을 썼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seajay@joongang.co.kr

■ 해병대는 왜 한 성깔하는가

「 ‘흘러가는 물결 그늘아래 편지를 띄우고,

흘러가는 물결 그늘아래 춤을 춥니다.’

해안에 상륙한 해병대원이 조준하고 있다. 눈매가 예사롭지 않다. [사진 해병대]

군가 ‘브라보 해병’을 개사한 싸가(비공식 군가)인 ‘곤조가’의 첫 구절이다. 곤조는 근성(根性)을 뜻하는 일본어에서 온 속어로, 보통 성깔을 의미한다. ‘곤조’가 왜 해병대의 상징이 됐을까.

우선 해병대의 임무 특성 때문이다. 적 후방에 상륙하는 임무가 해병대로선 가장 우선이다. 영화 ‘라이언 일병’에서 보듯 상륙작전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로 한다. 사방엔 적이며, 총탄과 포탄이 쉼 없이 날아온다. 결국 믿을 것은 전우밖에 없다. 단결력과 결집력을 다른 군보다 더 강조할 수밖에 없다.

또 해병대는 소수다. 육군에 비교하면 해병대의 병력은 한 줌에 불과하다. 해군은 해병대의 뿌리이지만, 해군은 자군을 챙길 여유가 많잖다. 해병대는 존재감을 스스로 드러내야 하는 이유다. 그래서 해병대는 팔각모, 세무화, 빨간 명찰과 같은 특유의 상징을 고집하고 있다. 정체성을 지키려는 몸부림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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