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합의 막판진통 원인은 '북아일랜드'..국경지역 동요

입력 2019. 10. 17.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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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관세동맹에 북아일랜드 남길지 놓고 줄다리기
'피의 일요일' 상처 남은 국경 주민들 물리적 국경 설치 반대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 유럽연합(EU) 정상회의를 앞두고 영국과 EU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재협상이 북아일랜드 문제를 풀지 못한 채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브렉시트 협상이 북아일랜드의 지위를 정하는 문제에 달려있다면서, 브렉시트 후 아일랜드와 영국령 북아일랜드의 국경 운영 문제에서 양측이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는 이날 EU 회원국 대사들에게 협상 결과를 설명하면서 '한 가지 중요한 이슈'를 제외하고는 초안 문구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EU는 북아일랜드를 EU의 상품·서비스 관세동맹에 남기는 방안을 고수하고 있으나 영국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아일랜드 국경 지역에서 16일 열린 브렉시트 반대 시위 [AFP=연합뉴스]

양측의 협상은 16일 밤에도 계속됐지만, 복수의 관계자들은 일러도 정상회의가 열리기 직전인 17일 오전까지 합의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U와 영국은 영국 집권 보수당의 연립정부 파트너인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이 브렉시트 합의안에 반대할 것이라는 우려를 지우지 못하고 있다. '강경 브렉시트' 성향의 DUP는 북아일랜드의 EU 관세동맹 잔류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부가가치세 문제도 브렉시트 협상에서 쟁점으로 남아 있다.

테리사 메이 전 영국 총리는 북아일랜드를 영국의 부가가치세 체계에 두되 EU 규정을 따르도록 해 국경에서 세금을 내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EU와 합의했으나, 의회에서 메이 전 총리의 합의안을 세 차례 부결하면서 무산됐다.

물리적 국경이 없으면 부가가치세 회피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이론상 북아일랜드 기업들은 EU에서 상품을 수입할 때 부가가치세를 회피해 이득을 볼 수 있다.

EU와 영국의 부가가치세 갈등 문제는 이미 존재했다. EU는 영국에서 일어나는 대규모 부가가치세 포탈 문제를 제소하기도 했다.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시위자들이 16일 저녁 아일랜드 북아일랜드 국경 지역에서 아일랜드 통합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사이에 다시 국경을 긋는 문제는 단순히 관세, 부가가치세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1972년 1월 벌어진 '피의 일요일' 사건을 기억하는 EU와 아일랜드는 브렉시트로 인해 물리적 국경이 들어서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

'피의 일요일'은 북아일랜드 런던데리에서 영국군이 비무장 아일랜드계 주민에게 실탄 사격을 해 14명이 숨진 사건이다.

아일랜드 독립, 가톨릭과 신교의 갈등이라는 역사적 맥락과 닿아 있는 이 사건은 1998년 평화협정 체결 이후에도 여전히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사이에 현재형으로 남아 있다.

'피의 일요일' 사건으로 열아홉살 남동생을 잃은 케이트 내시(70)는 AP통신에 "국경에 사람을 배치하게 된다면 다시 폭력이 시작될 것"이라며 "국경 초소는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이든 뭐든 누군가의 목표물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평화협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법 무장단체들이 존재하고 작은 규모의 폭력이 지역 사회를 괴롭히고 있다고 말했다.

벨파스트 퀸스 대학 역사학자인 이몬 피닉스는 "브렉시트는 25년 동안 유지되어온 평화에 가장 큰 현실적 위협이 되고 있다"며 "아일랜드는 3천500명이 숨지는 폭력의 역사 이후 평화를 누려왔으나 최근 3년 만에 다시 위험에 노출됐다"고 말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국경 지역인 아마, 다운, 퍼매너, 티론, 데리 등 40여곳에서는 브렉시트 반대 시위도 벌어졌다.

집회에는 민족주의 정당인 신페인당 의원들과 지역사회 기업인들 환경단체 회원들이 참석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의회를 통과한 법률에 따라 19일까지 EU와 브렉시트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브렉시트 시한을 내년 1월 31일로 3개월 추가 연기 해야 하지만 합의 없는 '노딜' 브렉시트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mino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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