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中 급소 '홍콩 민주주의' 건드린 美..보복 예고한 中 (종합)

김인경 2019. 10. 1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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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하원,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 가결..상원도 통과할듯
"매해 홍콩 자치 수준 평가해 특별지위 유지할지 판단"
中 6시간 만에 성명 내놓고 "단호한 반격 나설 것" 경고
미중 갈등 불거질까..中 상하이지수 0.41% 하락 마감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미국 의회가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홍콩’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렸다. 중국은 바로 “강력하게 분개한다”면서 “반격하겠다”고 답했다. 그나마 합의점을 찾은 미·중 무역협상도 다시 어그러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美 하원 통과한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미국 의회 하원은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와 함께 홍콩으로 최루탄과 같은 시위 진압 장비를 수출하지 못하도록 한 법안도 가결했다.

지난 6월 공화당의 크리스 스미스 하원 의원과 마르코 루비오(공화·플로리다), 벤 카딘(민주·메릴랜드) 상원의원 등이 공동 발의한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은 미국이 매년 홍콩의 자치 수준을 평가해 홍콩의 특별지위 지속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콩은 중국의 일부지만, 관세나 투자, 무역, 비자발급에서 중국과 다른 특별 대우를 받고 있다.

또 홍콩의 기본적 자유를 억압한 사람들에 대해 미국 비자 발급을 금지하고 자산을 동결하는 내용도 있다.

하원이 이 법안을 통과시킨 만큼, 법안은 이제 상원에서 표결된다. 이미 상원 의원 23명이 이 법안에 찬성하고 있어 무난히 통과할 전망이다.

홍콩 시위대는 법안 통과 직후 “민주주의의 승리로 자유와 민주주의를 향한 홍콩시민의 어려운 투쟁에 전 세계가 화답했다”고 자평했다.

실제로 홍콩 시위대는 이 법안을 ‘동아줄’로 삼으며 미국 의회에 관심을 호소해왔다. 지난 14일 밤엔 13만명(경찰 추산 2만5000명)의 시위대가 홍콩 도심 차터가든에 모여 성조기를 들고 법안 통과를 촉구했을 정도다. 국제 금융과 무역의 중심인 홍콩은 중국의 대표적인 금융 수익원이기도 한데, 미국이 부여하는 특별지위에서 홍콩이 이탈하게 되면 홍콩의 위상도 흔들리고 중국 정부의 금전적 이득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홍콩 시민들은 미국이 매년 홍콩의 자치 수준을 평가하게 되면 중국의 노골적인 ‘홍콩의 중국화’가 멈출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보복 예고한 中…“미국 이익 훼손될 것”

중국은 바로 반발했다. 중국 중앙정부와 홍콩 정부는 법안이 발의됐을 때부터 이는 내정간섭이라며 반대를 표명해왔기 때문이다.

하원에서 법안이 통과한 지 여섯 시간 채 되지 않아 중국 외교부는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놓았다. 중국 외교부는 “강하게 분노하며 결연히 반대한다”면서 “미국 하원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중국은 홍콩의 문제는 폭력과 혼란이지, 민주주의나 인권의 훼손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겅솽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 하원은 시위대가) 함부로 방화하고 상가를 부수고, 경찰에 폭력을 행사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를 인권과 민주주의 문제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이는 명백히 이중잣대이자 일부 미국 인사가 인권과 민주주의 문제에 있어서 극단적으로 위선적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 법안이 최종적으로 통과된다면 중국의 이익뿐 아니라 미·중 관계 더 나아가 미국 자신의 이익도 훼손할 것”이라면서 “미국의 잘못된 결정에 대해 단호하게 반격에 나설 것”이라고 보복을 시사하기도 했다.

특히 겅 대변인은 “미국이 정세를 분명히 보고 ‘낭떠러지에 이르러 말 고삐를 잡아채길 바란다((懸崖勒馬·현애늑마)”라고 말했는데, 이 현애늑마는 중국 외교부가 보복 조치에 나서기 직전에 사용하는 표현이다.

이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역시 지난 13일 네팔을 방문한 자리에서 “중국의 어떤 영토라도 분열시키려는 이가 있다면 몸이 부서지고 뼛가루로 산산조각 나는 결과(粉身碎骨·분골쇄신)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무역갈등 불거질까…中 상하이지수 0.41% 하락

중국이 보복을 언급한 만큼, 한숨 돌렸던 미국과 중국의 통상갈등도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 11일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협상단이 만나 ‘1단계 합의’에 도달했다며 15일부터 예정됐던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관세율 추가인상(기존 25%→30%)을 보류하고, 중국은 400억~5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미 미·중 간 추가 전화접촉 계획이 확인되고 추가 대면 협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일각에선 미·중 1단계 합의가 단순히 절차적 문제를 넘어선 추가 협상이 필요한 ‘미완의 합의’가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 상황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41% 내린 2978.71로 거래를 마쳤다. 선전성분지수 역시 0.31% 하락했다. 양국의 무역 갈등이 불거질 것이라 판단한 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홍콩 시위대가 14일(현지시간) 홍콩 도심 채터가든에서 성조기를 흔들며 미국 하원의 ‘홍콩 인권 민주주의법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AFP제공]

김인경 (5too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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