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통방통] 북한은 왜 '깜깜이 경기'를 결정했나?

조국현 jojo@mbc.co.kr 2019. 10. 16.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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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앞에서 싸우지들 마! 아, 근데 오늘 여기 아무도 없지."

요아킴 베리스트룀 평양 주재 스웨덴 대사가 어제 평양에서 열린 축구 남북대결을 관람하고 올린 트위터입니다.

말 그대로 '무관중 경기', 어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는 북한 주민조차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경기감독관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AFC 본부에 상황을 알리면, AFC가 현장 상황을 추가해 대한축구협회에 전달하고, 포털사이트 문자중계로 전파되는 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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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앞에서 싸우지들 마! 아, 근데 오늘 여기 아무도 없지."

요아킴 베리스트룀 평양 주재 스웨덴 대사가 어제 평양에서 열린 축구 남북대결을 관람하고 올린 트위터입니다. 말 그대로 '무관중 경기', 어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는 북한 주민조차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관중도 중계도 없는 '깜깜이' 경기

경기 전날만 해도 무관중 경기가 될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전날 남북 매니저 미팅에서 북측은 "북한 관중 4만 여 명이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아시아축구연맹 AFC는 "사전조율된 상황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경기 실황 역시 21세기에 보기 어려운, 희한한 방식으로 남측에 전달됐습니다. 경기감독관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AFC 본부에 상황을 알리면, AFC가 현장 상황을 추가해 대한축구협회에 전달하고, 포털사이트 문자중계로 전파되는 식입니다. 어제 문자중계에 올라온 중계 실황 속보는 10개. 그마저 교체선수 정보와 옐로카드를 받은 선수 이름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축구경기가 열리더라도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보는데 익숙한 축구팬들은 생경함을 느꼈을 겁니다.

왜 그랬을까?

북한이 '무관중 경기'를 결정한 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향후 국제적 비난을 의식한 것일 수 있습니다. '생중계와 응원단 허용하지 않았으니 우리 관중이 없으면 공평하지 않느냐'라는 취지입니다.

북한이 패배할 경우를 대비한 조치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평양 한복판에서, 그것도 ‘남조선’에 지는 모습을 수많은 북한 주민들이 '직관'하는 게 정권 차원에서 좋을 게 없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습니다.

북한 대표팀은 지난달 5일 열린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예선 1차전에서 레바논을 2대0으로 가볍게 꺾었습니다. 5만 관중의 일방적 응원 속에서 거둔 완승이었습니다. 북한 당국은 주민들이 볼 수 있는 조선중앙TV에 경기 바로 다음날 녹화중계 했습니다. 북한의 우수함을 선전하려는 의도겠죠. '깜깜이 경기'를 결정한 배경에는 '패배 가능성'도 있었다는 겁니다.

▶ 관련 영상 보기 [뉴스데스크] 평양서 뛰는 손흥민 못 본다?…"중계·응원 무산"

축구는 막았지만 역도는 와라?

사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악화된 남북관계입니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직전 열린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소장회의 이후 남북관계는 8개월 동안 사실상 단절됐습니다.

정부는 10월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결과에 내심 기대를 가졌지만, 이것도 결렬됐습니다.

북측이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이 원하는 것을 곧이곧대로 들어주기 싫었을 것'이라는 분석은 그래서 나옵니다.

나흘 뒤인 20일 평양에서는 아시아주니어 역도선수권대회가 열립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대회에는 한국 선수와 취재진이 갑니다. 통일부는 "한국 역도 선수단 70여명이 북한으로부터 공식 초청장을 받았다"며 방북을 승인했습니다. 일부 언론은 "자신들이 질 것 같은 축구는 막고, 자신 있는 역도는 개방하는 이중성을 보인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건 좀 달리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역도 대회는 전체 아시아에서 400여 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국제행사입니다. 아시아 다른 나라 선수들이 다 참석하는데 한국 선수들에게만 방북을 불허할 수는 없습니다. 다시 말해 개최국이 권한을 갖는 월드컵 지역예선과 달리, 북한이 한국의 방북을 막을 권한이 없습니다.

조국현 기자 (jojo@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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