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지고 피 흘리고' CJ오디션, 조작만큼 충격적인 인권침해[이슈와치]

뉴스엔 2019. 10. 16.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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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이민지 기자]

MBC 'PD수첩'이 CJ 오디션 프로그램의 조작 의혹을 파헤쳤다. 이와 함께 참가 연습생들이 당해야 했던 부당한 인권 침해 사례도 공개돼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했다.

10월 15일 방송된 MBC 'PD수첩'은 워너원, 아이오아이, 아이즈원, 엑스원 등을 배출한 Mnet '프로듀스' 시리즈와 프로미스 나인을 배출한 '아이돌학교' 등 CJ ENM에서 제작한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의 순위 조작 의혹을 집중 취재했다. 합숙 과정에서 겪은 부당한 과정에 대한 참가자들의 증언도 다수 공개됐다.

이전부터 여러 비판을 받아왔지만 CJ 오디션이 이번처럼 극심한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조작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제작진은 조작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고 국정감사에서도 이 사건이 논의됐다.

이날 'PD수첩'에서는 '아이돌학교'에서 내내 최상위권을 달리던 이해인의 탈락과 투표수 조작 의혹, '프로듀스X101' 촬영 당시 갑작스럽게 첫 센터가 변경된 정황, 미션곡 유출, 이미 탈락여부를 알고 있었다는 연습생의 발언, 스타쉽엔터테인먼트 등 특정 기획사 연습생들의 방송분량 등 국민 프로듀서가 아니라 제작진이 결과에 관여한 여러 정황들이 증언으로 등장했다. 여기에 최종회 생방송 당일 문자투표를 집계하는 PD가 부조정실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휴대전화를 통해 결과를 보내왔다는 제작진의 발언도 나왔다.

그런데 투표 조작 의혹보다 시청자들을 더 경악하게 한 부분이 있다. 인권 침해 내용들이다. 연습생들이 열약한 환경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채 오디션에 임해야 했다는 여러 증언들이 나와 충격을 안긴 것.

걸그룹 선발 프로그램이었던 '아이돌학교'의 경우 공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 페인트 냄새가 나고 환기도 되지 않는 곳을 숙소로 사용해 피부병이 난 연습생이 있었다. 12살 어린 나이의 연습생도 있었고 대부분 성장기의 청소년들이었지만 밥을 제대로 주지 않고 잠도 제대로 못 자며 감금돼 제작진이 지시하는 스케줄을 따라야 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스트레를 받아 창문을 깨고 탈출을 시도하는 연습생이 있었을 정도라고. 연습생들은 "건강도 안 좋아지고 생리도 안했다", "난 하혈을 두달 동안 했다", "생리를 안하거나 하혈하거나 다 그랬다"고 밝혔다.

'프로듀스X101' 역시 마찬가지. 한 출연자는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춤만 추고 그러다 쓰러져 이마 박아서 피 나고 병원에 가기도 했다"며 "그런데 제작진은 우리한테 '절대 말하면 안된다'고 했다. 쓰러진 애들이 진짜 많다. 무조건 한두명씩 쓰러졌다"고 밝혔다. 새벽까지 연습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한 연습생이 아침에 화내며 깨우는 스태프에게 항의했다 이후 방송에서 거의 등장할 수 없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 증언들이 사실이라면 CJ가 절실한 연습생들을 배려하기는 커녕 철저하게 연습생들에게 기회를 주는 갑의 입장에서 통제하고 착취한 것이다. 아이돌이 되고 싶은 연습생들의 꿈을 소재로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연습생들을 향한 갑질, 인권침해가 심각했다는 증언은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지금까지 나온 여러 정황상 CJ 오디션은 과정부터 결과까지 공정한 부분이 거의 없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연습생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편집이 PD의 고유 권한인 만큼 방송 분량이 특정 연습생들에 쏠리는 일명 '피디픽'을 어느 정도 납득한다 하더라도 연습생들을 충분히 배려했어야 한다. 꿈을 이루고자 CJ의 손을 잡은 잘못 밖에 없는 연습생들이다.

CJ는 오디션이 끝나고 데뷔한 이들에 대한 케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팬들의 원성을 듣고 있다.

'프로듀스101 시즌2'를 통해 탄생한 프로젝트 그룹 워너원은 데뷔와 동시에 초특급 아이돌이 됐다. 워너원은 CJ ENM과 계약기간 동안 혹사 논란이 일 정도로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CJ는 어차피 계약이 끝나면 원 소속사로 돌아갈 이들을 제대로 매니지먼트 하는 것보다 계약기간 내 최대한의 수익을 만들어내는 것에 더 초점을 맞췄다.

'프로듀스X101'이 생방송 직후 조작 논란에 휩싸였지만 CJ는 엑스원의 데뷔를 강행했고 경찰 수사가 한창인 지금도 엑스원은 예정대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조작 논란의 비판은 CJ 보다 엑스원 멤버들이 고스란히 받아내고 있는 모양새이다. 오디션 과정부터 결과, 이후 데뷔조 매니지먼트 행태까지 철저히 수익을 먼저 생각한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사진=MBC 'PD수첩' 캡처)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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