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한 조연으로 기억되길" 롯데 문규현, 은퇴 후 지도자 수업 준비

조형래 입력 2019. 10. 15. 06:48 수정 2019. 10. 15.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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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롯데 문규현 /OSEN DB

[OSEN=조형래 기자] “묵묵한 조연이었던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다.”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문규현이 현역에서 물러나 제2의 야구 인생을 설계한다. 문규현은 최근 구단과 합의 하에 은퇴를 결정했고, 구단의 코치 제안을 받아들이며 지도자로서 생활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군산상고를 졸업하고 지난 2002년 신인 2차 10라운드 전체 78순위로 지명을 받은 문규현은 통산 1025경기 타율 2할5푼1리(2425타수 608안타) 26홈런 269타점의 기록을 남겼다. 공격보다는 수비에 중점을 둔 선수였고, 건실한 수비와 함께 작전수행능력이 좋았던 선수로 지도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아울러 매 시즌 ‘아름다운 한 달’로 폭발력을 보여준 시기들이 있었고, 임팩트 있는 장면들도 많이 남겼다. 팬들은 이런 모습을 두고 팀 내 동료이자 강타자인 이대호를 빗대어 ‘문대호’로 불리기도 했다. 지난 2017시즌이 끝나고는 생애 첫 프리에이전트 자격을 행사하며 친정팀 롯데와 2+1년 총액 10억원에 계약을 맺기도 했다. 그러나 ‘+1년’의 계약 기간이 남았지만 문규현은 고민 끝에 17년 간의 프로생활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 

지도자 수업을 시작한 문규현은 팀의 마무리캠프 훈련 시작과 함께 김해 상동구장으로 출근해 지도자 수업을 차근차근 밟고 있다. 그는 “구단으로부터 확실하게 코치로 보장을 받은 것은 아니다. 그래도 구단에서 제의를 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고 밝혔다.

아직 계약기간이 남았고, 수술을 받은 어깨 상태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구단이 제의하기 전에 먼저 은퇴를 고민했다. 그는 “더 해볼수도 있었고, 욕심도 있었다. 어깨 상태도 문제 없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을 했다. 후반기부터 구단에서 코치 제의를 하기 전까지 정말 많은 고민과 생각을 했다”면서 “현역에 대한 욕심도 있지만 코치라는 자리가 미래를 위해서도 투자가치가 있지 않나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하며 은퇴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리고 문규현은 구단의 코치 제의를 받아들이고 올 시즌 최종전을 앞두고 사직구장을 다시 밟을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구단에 요청을 했고, 구단도 흔쾌히 수락했다. 문규현은 지난 1일 시즌 최종전인 사직 키움전을 앞두고 1군 엔트리에 등록돼 선발 출장했다. 그리고 수비 1이닝과 한 타석 소화를 하고 교체됐다. 문규현의 마지막 현역생활 자리였다. 그는 “그래도 2군에서 마무리 하는 게 아쉽다고 생각했다. 스타플레이어는 아니어서 조심스럽긴 했지만 가족들도 1군에서 마지막 모습을 보기를 원했고, 구단도 허락을 해주셨다”면서 “많이 아쉽기도 하고 좋기도 했다. 시원섭섭하더라”고 말했다.

프로 생활 동안 뒷바라지를 해준 가족들에게도 이번 결정은 중대사였다. 그는 “와이프가 고민하는 기간 동안 정말 많이 힘들어했다. 저보다 고민을 더 많이 했던 것 같다”면서 “옆에서 많이 위로를 해줬고 제가 좀 더 잘 선택할 수 있도록 ‘선수 때나 또 다른 인생을 살 때나 똑같다’는 말로 힘을 주려고 했다.지금도 미안하다”고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했다.  

아직 구단의 코칭스태프 개편이 마무리 되지 않았기에 문규현이 아직 어떤 보직을 맡을 지는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구단 내부에서 선수들과의 어울림, 그리고 소통 능력에 대해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기존 구단 프론트 구성원들은 물론, 성민규 단장을 비롯한 새로운 프런트 인원들도 평가가 같았다. 그는 “아무래도 선수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런 부분을 좋게 봐주시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은 보직이 정해지지 않았고, 하는 일도 많이 없지만 그래도 많이 배우고 있고, 앞으로 외국인 인스트럭터분들이 오신다고 하는데 그 때도 많이 배우고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을지를 공부하려고 한다”면서 “아직 젊기 때문에 소통이 잘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평상시처럼 선수들이 다가올 수 있는, 선수들을 존중할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말하며 바람을 전했다.

프로 생활을 되돌아보며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단연 끝내기 순간들이었다. “2016년에 이틀 연속 끝내기를 쳤을 때, 그리고 지난해 시즌 막판 KIA와 동률이 됐을 때 만나서 끝내기를 쳤던 순간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현역 생활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문규현은 과연 팬들에게 자신은 어떤 선수로 기억이 되고 싶은지에 대해 “뒤에서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해준 조연이었던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다. 작전이면 작전대로 수비면 수비대로 뒤에서 역할을 해준 선수로 팬들이 기억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하며 팬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jhrae@osen.co.kr

[사진] 롯데 문규현/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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