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화재 '배터리결함' 아니라면서..선제 대책 내놓은 까닭은

입력 2019. 10. 14. 15:04 수정 2019. 10. 14.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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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원인 몰라도 논란 장기화에 실적 직격탄..시장 전체 위기감
삼성SDI 특수 소방시스템 전면 도입..LG화학도 화재 방지 제품 출시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원인이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는데도 선제적으로 추가 안전 대책을 내놓은 데에는 ESS 시장 전체가 무너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최근 2년여간 연이어 발생한 ESS 설비의 배터리 제조사인 삼성SDI와 LG화학은 14일 일제히 ESS 추가 화재 방지를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 기업들이 발생하지 않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대책을 내놓은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삼성SDI는 자사 ESS에 '특수 소화시스템'을 전면 도입하기로 했다. 첨단 약품과 신개념 열확산 차단재로 구성한 특수 소화시스템은 특정 셀에서 발화해도 바로 소화하고, 인근 셀로 확산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삼성SDI는 설명했다.

삼성SDI, ESS 안전성 강화 대책 설명회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14일 서울 중구 삼성본관에서 열린 에너지저장장치(ESS) 안전성 강화 대책 설명회에서 허은기 삼성SDI 전무가 ESS 모듈과 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19.10.14

이달 초부터 신규 ESS에는 특수 소화시스템을 적용해 출시하고, 이미 설치·운영 중인 국내 1천여개 ESS에는 삼성SDI가 비용을 부담해 적용하기로 했다. 기존 제품에 대해 삼성SDI가 부담하는 금액은 1천500억∼2천억원으로, 이는 분기 영업이익에 맞먹는 규모다. 특수 시스템을 적용한 신규 ESS의 단가는 기존보다 3∼4% 인상된다.

삼성SDI는 지난 1년여간 국내 전 사이트를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기존 안전 대책(충격 감지 센서 등)도 관련 비용을 전부 자체 부담해 이달 안에 마무리할 예정이다.

LG화학 역시 '제품 교체'를 포함한 방안을 이날 발표했다. LG화학은 화재 확산 위험성을 차단하는 제품을 개발하고 조만간 출시한다. 선제적인 조치로 중국 난징(南京) 공장에서 2017년 생산된 배터리를 포함한 사이트는 70%로 제한 가동하고, 이에 따른 손실비용은 자사가 전부 부담하기로 했다.

연내에 정밀 분석을 통해 앞선 화재들의 원인을 규명하고, 명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더라도 제품 교체를 포함한 적극적인 대안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LG화학 김준호 부사장은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2017년 중국 난징 공장에서 생산한 배터리가 해외에서도 문제가 되면 제품 교체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17년 8월부터 1년9개월 간 ESS 설비에서 연이어 발생한 화재 23건 중 14건은 배터리 제조사가 LG화학, 9건이 삼성SDI다. 지난 6월 정부·민간 합동 조사 결과 발표 이후 발생한 추가 화재 3건 중 2건은 LG화학, 1건은 삼성SDI 배터리다.

현재까지 이들 업체가 생산한 배터리가 결함이라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6월 발표 당시 구체적 원인을 특정하지 못한 채 배터리 보호 시스템 및 운영 환경 관리 미흡 등이 복합적 원인으로 지목됐다.

삼성SDI와 LG화학 입장에서는 배터리 자체 결함으로 판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책임 추궁을 당하다 보니 억울한 셈이다. 특히 두 회사 모두 같은 배터리를 출하했는데 국내에서만 화재가 잇따르고, 같은 배터리를 쓰는 해외 ESS에서는 화재가 현재까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은 점을 들어 업계에서는 화재 원인을 배터리 자체 결함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잇단 화재에 멈춰 선 ESS…업계 피해 확산 (CG) [연합뉴스TV 제공]

한 관계자는 "ESS에는 배터리, 전력변환장치(PCS) 등 여러 장치가 있는데 화재 원인이 특정 장치인지, 시공·관리 부실 등 외부적 요인인지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다"며 "해외는 설치·운영과 법규 등이 국내보다 철저한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완전히 원인 규명이 될 때까지 기다리자니 추가 화재가 잇따르며 회사들이 직격탄을 맞은 게 이번 추가 대책이 나온 결정적 배경이 됐다. 이번달 말 발표될 LG화학과 삼성SDI 3분기 실적에 대해 증권업계는 ESS 악재를 주 이유로 비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ESS 화재 논란이 불거진 후 두 회사의 ESS 신규 수주도 이전보다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ESS 신(新)시장이 제대로 커지기도 전에 화재 논란으로 산업 자체가 위축되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배터리 업체들에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부 발표 이후 발생한 최근 3건을 기점으로 두 회사 최고 경영층에서 "이제 화재가 또 나면 구체적 원인과 무관하게 회사 전체 이미지까지 타격을 입는다"는 위기감이 불거진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SDI 임영호 부사장은 "기존 대책으로 앞선 화재와 같은 유형의 화재는 충분히 막을 수 있으나 시장과 사회의 불안감을 완전히 해소하기 불충분하다는 판단에 따라 고민을 해왔다"며 "책임 소재와 별개로 위기에 직면한 ESS 생태계를 회복시키기 위한 결단"이라고 밝혔다.

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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