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권 "치열하게 준비했습니다, 신나게 놀아주세요"

이윤주 기자 2019. 10. 9.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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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내달 3일 ‘달빛, 추억 들국화’ 콘서트 여는 전인권씨

한국 록의 대부 전인권씨가 지난 7일 인터뷰를 마치고 손으로 V자를 그려 보이고 있다. 전씨는 내달 3일 대전에서 열리는 전인권밴드 공연에 대해 ‘들국화’ 시절 동고동락한 고 허성욱씨에 대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요즘은 ‘입말’이 모두 멜로디

마지막 보고서라는 느낌으로

3년간 30곳 무대에 설 계획대

전 무대는 고 허성욱에 헌정

시작처럼 멋진 밴드로 마무리

은퇴 후엔 화가로서 제2인생

“앞으로 3년, 30개 도시에서 공연하는 것으로 제 노래의 마지막 보고서를 멋지게 장식하고 무대를 내려오는 게 목표예요. 노래하는 동안 힘 떨어지지 않으려고 정말 치열하게 노력하는 중입니다.”

한국 록의 대부 전인권씨(65)의 표정과 목소리는 밝았다. 언제라도 힘차게 고음을 내지를 것 같은 그도, 이제 가수생활을 멋지게 마무리하는 날을 그리는 나이가 됐다.

오는 11월 공연을 앞두고 지난 7일 만난 그는 “은퇴라는 표현을 하고 싶지는 않고,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게 내 마지막 노래를 완성하고 싶다”며 “밴드로 음악을 시작했으니 밴드로 멋지게 끝내고 싶은 것이 소망”이라고 했다. 전인권밴드는 내달 3일 대전에서 ‘달빛, 추억 들국화’ 콘서트를 연다.

그는 요즘 “정말 열심히, 치열하게 살고 있다”고 했다.

“새벽 3시에 일어나 노래 연습을 하고, 산에 올라 판소리로 소리를 질러보기도 해요. 어떤 땐 입에서 나오는 말에 멜로디를 붙여보기도 하고요(웃음).”

누군가 그의 주소를 물어보면 “삼청동 동사무소 지나, CU편의점을 지나, 버스 종점 그 앞에서 기다릴게요”라 답하는 말에 음정과 리듬을 싣는 식이다. 칠순을 바라보는 노장 로커지만 레드제플린의 명곡을 카피할 때는 밴드를 처음 시작할 때보다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발성과 체력 유지를 위해 운동도 쉬지 않는다.

전씨의 지난날은 찬란한 영광 못지않게 시련도 컸다. 특히 5번의 마약전과는 그의 전성기에 깊은 흠집을 냈다. 전씨는 “마약에 손댄 것을 생각하면 내가 나를 도와준 사람들을 배신한 것이구나 하는 후회가 크다”면서 “그 당시 어느 순간 ‘내가 마약을 하려고 음악을 하나, 음악을 하려고 마약을 하나’ 할 정도로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 대한 반성과 후회는 내가 현재를 더 열심히 살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덧붙였다. 전씨는 2017년 대선 때 안철수 후보 지지 발언을 했다가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그는 “내달 3일 열리는 콘서트 제목에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들국화’의 건반 고 허성욱씨에 대한 추모의 뜻이 담겨 있다”고 했다.

“함께했던 때를 돌아보면 이 친구가 달빛처럼 나를 따뜻하게 지켜줬구나 싶어요. 마침 성욱이랑 둘이 만들었던 앨범이 <추억 들국화>예요. 이번 공연은 성욱이랑 같이하는 것으로 생각해요.”

그는 “멤버들 간의 합이 중요한 밴드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쉼없이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멤버들에게 자주하는 당부요? 거짓말하지 말아라. 약속은 지켜라. 짜증내지 말아라예요(웃음).”

그가 무대를 떠난 후 70대가 되면 제2의 삶으로 몰입하고 싶은 일은 ‘그림’이다. 전씨는 “원래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 미대에 가고 싶었는데, 집안 형편이 어려워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했다. 앨범에 자화상을 직접 그려 넣은 적이 있다는 그는 “너른 집에 벽화를 그리고 싶다”면서 “화가로서의 꿈을 꾸는 것이 요즘의 새로운 행복”이라고 말했다.

‘그대 슬픈 얘기들 모두 그대여/ 그대 탓으로 훌훌 털어 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중략)/ 우리 다 함께 노래합시다.’ 누군가에게는 삶의 고단함을 위로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2016~2017 촛불혁명을 상기시키는 노래이기도 한 ‘걱정말아요 그대’의 한 구절이다. 표절 시비에 얽히기도 했던 이 노래는 표절 대상으로 지목된 독일 밴드 ‘블랙 푀스’ 측에서 ‘의도적이지 않은 것으로, 표절로 보기 어렵다’는 메시지를 보내오면서 일단락됐다. 굴곡진 지난날을 털고 노래하는 전인권씨의 모습이 이 곡의 가사와 중첩된다.

“열심히 준비해서 잘할 테니까 많이 와서 격려하고 놀아주세요.” 전인권씨가 팬들에게 드리는 초대장이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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