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수사가 불러온 검찰개혁, 어디로 갈까?

신동욱 2019. 10. 4.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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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지난 7월25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검찰 수사가 끝난 뒤에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됐던 ‘검찰개혁’이 이번주부터 정국의 전면에 등장했다. 지난 주말(9월28일) 서울 서초동에서 열린 100만(주최 쪽 추산) ‘촛불’ 집회가 도화선이 됐다.

집회 이틀 뒤인 지난달 30일 조 장관 수사를 관망하던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지목해 “신뢰받는 권력기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하루 뒤 윤 총장은 “전국 특수부를 3개 청으로 줄이겠다”는 자체 개혁안을 냈고, 뒤질세라 더불어민주당도 직접 수사하는 검사 수를 전국에 수십여명만 두자는 방안을 제시하고 나섰다.

검찰개혁에 가장 열심인 사람은 검찰 수사를 받는 조 장관이다. 지난달 9일 헌정 사상 최초로 검찰 수사를 받는 법무부 장관이 된 조 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많은 권한을 통제장치 없이 보유한” 검찰을 “되돌릴 수 없게” 개혁하겠다고 했다. 조 장관은 곧바로 “제2기 검찰개혁추진위원회를 꾸리라”는 ‘1호 지시’를 냈고, 이틀 뒤에는 ‘검찰에 대한 감찰 강화’를 지시했다. 그 뒤로도 조 장관은 검사와 수사관 등을 모아 ‘조국표 검사와의 대화’를 하고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를 막을 방안을 추진하는 등 검찰개혁에 집중하고 있다.

검찰 수사를 받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개혁을 부르짖는 풍경은 상당히 어색하지만, 조 장관으로서는 본인의 존재 의의를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 장관 수사를 결정한 윤 총장도 검찰개혁 흐름에 내몰렸다. 문 대통령의 지시가 발단이 됐지만, 윤 총장은 본인이 시작한 조 장관 수사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검찰개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조 장관에 대한 수사가 검찰개혁을 좌초시키기 위한 정치적 수사라는 의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결국 윤 총장은 전국 검찰청 7곳에 있는 특수부를 당장 3곳으로 줄이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이 정도로도 총장의 관심 사안을 수사하는 데 충분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평생 특수통 검사로 살았던 그로서는 상당한 결단이었을 것이다.

그동안 좀처럼 궤도에 오르지 못했던 검찰개혁이 공교롭게도 조 장관 수사를 계기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조 장관은 앞으로도 계속 검찰개혁을 외칠 것이고, 윤 총장도 곧 있을 국정감사 등에서 의원들에게 검찰개혁 압박을 받을 것이다. 조국 수사가 불러온 긍정적인 ‘나비 효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는 것일까? 최근 급하게 진행되는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는 그동안 문재인 정부, 더 구체적으로는 조국 전 민정수석이 추진해온 검찰개혁 방안과는 꽤 거리가 멀다. 애초 문재인 정부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검찰과 경찰이 서로 견제”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경찰이 수사를 하고, 검찰은 이를 검토해 재판에 넘기는 구실을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검찰이 직접 수사하고 기소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정치적 수사’ ‘봐주기 수사’ 등을 바로잡겠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정부·여당이 지난 4월 말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린 검찰개혁 법안은 검찰의 직접수사 능력은 그대로 두고, 경찰 수사에 대한 검사의 지휘권한을 줄이도록 했다. 애초 공약과도 다르고, 현재 조 장관이 추진하는 ‘특수부(직접수사) 축소, 형사부(수사지휘 권한) 확대’ 방안과도 다르다. 이에 대해 청와대 쪽은 ‘경찰 수사력이 아직 검찰에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하지만,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수사 등에서 특수부 검사들이 보여준 성과도 무시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이다.

만약 이대로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 지휘가 느슨해지고, 검찰의 직접수사 능력도 축소된다면 어떻게 될까. 단언하긴 어렵지만, 그다지 긍정적인 상황은 아닐 것 같다. 조 장관 수사로 급하게 진행되는 검찰개혁의 호흡을 가다듬고 꼬인 실타래를 풀어가야 한다.

4일 검찰이 내놓은 ‘공개소환 전면 폐지’ 방안도 고민이 필요하다. 윤 총장은 지난 3일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비공개 소환했다가 ‘특혜 논란’이 일자, 하루 만에 “모든 피의자의 공개소환을 폐지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고위공직자나 국회의원, 대기업 대표 등 이른바 ‘공인’의 경우 예외적으로 소환 내용이 공개됐는데, 이들 또한 공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인권보호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만, 권력형 비리를 저지를 수 있는 이들이 반길 만한 내용이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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