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컬처] '생쥐와 인간' 민준호 연출 "시대상 충실히 반영하려 주변인물 확장"
[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당시 사회상이나 지금과 다른 사상이 더 많이 비쳐야 이 공연의 원래 의미를 살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민준호 연출은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열린 연극 ‘생쥐와 인간’ 프레스콜에서 재연에 중점을 둔 부분을 밝히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초연과 달리 이번엔 크룩스 신을 추가하고 컬리부인의 사연을 강화했다”며 “주변사람들을 좀 더 확장해서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극 ‘생쥐와 인간’은 노벨 문학상과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 작가 존 스타인벡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미국 대공황시대를 배경으로 일자리를 찾아 점점 사회의 변두리로 밀려난 사회적 약자들의 좌절과 방황, 이루지 못한 꿈을 담고 있다.
초연은 농장주와 농장 노동자의 관계를 담은 반면 재연에서는 다른 농장 노동자들과 숙소조차 함께 쓰지 못하고 마구간에서 생활하는 약자 속의 약자 크룩스가 추가돼 또 다른 차별과 상처를 다룬다.
또 남자들의 시선으로 규정됐던 컬리부인이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장면들을 더해 그의 다양한 내면을 보여준다.
민 연출은 “대공황시대 다 노동자인데 그 안에서 계급이 나뉜 것처럼 지내는 원작의 흐름에 따라 주인공 둘의 갈등만으로 가는 걸 바꿔보고자 했다”며 “그래서 크룩스를 꼭 넣어야겠다고 말씀드렸고 인종 문제를 의식하기에는 오래된 얘기라서 그렇게 보실 분들이 계실까 싶었다. 여기서 흑인을 강조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컬리부인의 경우 결혼했다고 남자랑 말도 하면 안 된다는 그 당시 인식을 보여주고 싶었다. 현재는 그런 생각을 하는 남자가 이상한 거지 않나”며 “‘지금은 괜찮은 것들이 그 당시엔 저랬구나’ 등 많은 생각을 하게 해드리고 싶었다”고 의견을 전했다.

친구 레니를 무심한 듯 살뜰하게 챙기는 영민한 ‘조지’ 역은 문태유와 고상호가 맡았다. 지능이 낮지만 선하고 순수한 ‘레니’ 역으로는 최대훈과 서경수가 출연한다.
유일한 여성 캐릭터이자 극의 서사를 고조시키는 ‘컬리부인’은 한보라와 김보정이 연기한다. 서로 상반되는 두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는 ‘캔디&칼슨’ 역과 ‘컬리&슬림’ 역에는 각각 김대곤·김종현과 차용학·송광일이 이름을 올렸다.
초연에 이어 재연에도 참여하는 최대훈은 “제안을 받았을 때 주저주저도 했다”며 “좋은 작품인지는 알았으나 ‘과연 내가 큰 변화를 줄 수 있을까’ ‘그때보다 잘해낼 수 있을까’ 하는 개인적인 부담이 좀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워낙 명작이고 오차가 없는 훌륭한 작품이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잘 전달만 해도 좋은 공연일 될 거라는 믿음을 갖고 다시 임하게 됐다”며 “더 찾아보고 변화시킬 부분도 물론 노력했지만 놓치거나 발견하지 못한 것을 찾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문태유는 “초반에 테이블작업을 하고 대본분석을 다 같이 하는 시기에 연출님이 조지로서 레니라는 친구와 함께 보내온 세월의 시간만큼 분명히 지침이 있을 것이라는 얘길 해주셨다”며 “그게 나한테 큰 변화 포인트가 됐다”고 말했다.
또 “초연 때는 레니를 챙겨야 하는 예민함·날섬에 집중됐는데 이번엔 그때 이후로 그렇게 예민하게 지키다보니까 생긴 지침, 더 이상 피로하다 못해 한계의 끝까지 다다른 인내심에서 오는 레니와의 관계가 중요할 것 같았다”며 “그 부분에 초점을 두고 연기하다보니 되게 많은 변화가 나 스스로에게 왔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예전엔 다른 인물들이 보는 앞에서도 레니의 손을 털어준다거나 더러운 걸 못 만지게 한다거나 눈치를 바로바로 주곤 했는데 ‘그것도 하다보면 얼마나 더 간결해질까’ 싶더라”며 “꼭 관객들이 ‘쟤 눈치준다’고 딱 느낄 만큼이 아니라 고개를 한번 싹 돌린다든지 이런 것만으로도 레니가 알아듣는 상황일 것”이라고 예를 들었다.
그는 “‘챙겨주는 걸 자꾸 들키는 게 과연 이 농장 안에서 레니가 안 쫓겨나게 하는 데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을 했다”며 “이런 점을 혹시 초연을 보고 재연을 보시는 분들이 비교해서 보시면 재밌는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연극 ‘생쥐와 인간’은 지난달 24일 유니플렉스 2관에서 개막해 다음달 17일까지 관객과 만난다.
박은희기자 ehpark@inews24.com▶네이버 채널에서 '아이뉴스24'를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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