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리단길 전철밟는 '샤로수길'..관악구, "모니터링 지속 할 것"

김서온 입력 2019. 9. 30. 14:13 수정 2019. 9. 30.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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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구청, 지난 24일 샤로수길 지역상권 상생협력 조례 제정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골목상권 '샤로수길' 영세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과거 시장골목에 불과했던 골목이 저렴한 임대료에 특색있는 소규모 음식점들이 생겨났지만 최근 유명세를 떨치면서 몇 년 새 임대료가 폭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샤로수길이 위치한 관할구청인 관악구에 따르면 최근 샤로수길 상인들을 대상으로 '젠트리피케이션' 관련 설문조사를 시행하고, 상인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그러나 샤로수길 영세상인들은 이미 오를데로 오른 임대료에 악화되는 젠트리피케이션(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활성화돼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유입되면서 저소득층 원주민을 대체하는 현상)으로 '뒷북행정'이라고 목소리 높이고 있다.

샤로수길은 서울 관악구 관악로14길에 있는 골목상권으로 지하철 서울대입구역 1,2번 출구에서부터 낙성대 인헌초등학교 방면의 이면도로를 말한다.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과 서울대학교의 상징인 '샤'를 따와 '샤로수길'이라고 명명했다.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샤로수길 전경. [사진=김서온 기자]

기존 샤로수길은 동네시장 골목에 불과했다. 그러나 대학가 상권이라는 이점과 대학생, 사회초년생 등의 1인 가구 수요를 배후로 두고, 저렴한 임대료에 개성있는 음식점들이 하나 둘 생기면서 지난 2010년 중반 이후 급부상했다. 관악구 역시 지난 2014년부터 '샤로수길'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홍보에 나섰다.

샤로수길이 유명세를 탄 이후부터 최근까지 급등하는 임대료에 초창기 자리를 잡은 상인들 대다수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샤로수길 상권에서 나가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실제 샤로수길에서 6년 동안 장사를 해온 A씨는 "처음 샤로수길에 들어왔을 때보다 임대료가 4배 이상 올랐다"며 "한창 샤로수길이 뜨기 시작한 4~5년 전부터 해마다 10%이상 임대료를 올려받더니, 최근 2~3년 전부터는 매년 2배 이상씩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입지나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2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 4개정도 들어간 상가의 월 임대료가 300만원이 훌쩍 넘는다"고 덧붙였다.

특히, 초창기 맛과 가격 모두 잡은 소규모 식당을 대체한 새로운 상가들의 수준이 샤로수길의 명성에 한 참 못미친다는 평이 이어지면서 남아있는 상인들은 쇄락하고 있는 '경리단길'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또 이미 장벽이 높아진 덕에 기존 관악구 지역 부동산 시장이 아닌 강남권까지 매물이 퍼져 나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샤로수길에서 10여년 동안 유통업을 해온 B씨는 "가성비 좋은 터줏대감 음식점들이 이미 많이 빠져나간 상태"라며 "높은 임대료에 들어온 식당들이 최근 기존 식당들보다 못하다는 평을 받고 있어 원래 자리를 지키고 있던 상인들 역시 실망하는 방문객들이 늘어나 샤로수길의 평판이 나빠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또 시장 골목에 불과했을 때에는 관악구 지역 내에서 대다수의 상가 임대거래가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강남권 부동산까지 손을 뻗쳐와 오히려 강남에서 매물을 알아보고 거래하러 오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덧붙였다.

치솟은 임대료에 특색없는 프렌차이즈 상점들의 입점, '핫플레이스'를 찾는 외부인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높은 가격대에 좋지 못한 음식의 질로 권리금을 받고 이전을 고려하는 기존 상인들 역시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샤로수길 인근 H부동산 관계자는 "2년 전 샤로수길 초입 정육점이 권리금 1억5천만원에 자리를 뺐고, 10년 전부터 자리를 잡고 있던 분식집 역시 최근 권리금 1억원을 받고 나갔다"며 "제일 적게 임대료가 오른 곳이 2배, 평균 4~5배가 올라 저렇게 권리금을 받을 수 있을 때 받고 나가려는 움직임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샤로수길 전경. [사진=김서온 기자]

샤로수길에서 상가를 운영한지 5년 차를 맞이한 C씨는 "샤로수길 임대업자들끼리 단합해 매년 임대료를 올리고 있다. 임대료를 올리지 않는 주인이 있으며 찾아가 왜 올리지 않느냐고 따지기도 한다"며 "그 중에는 권리금도 중간에서 편취하는 등 영세상인들을 피말리게 하는 임대인들도 여럿"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뒤늦게 들어온 상인들 중에는 여러명이 돈을 모아 상점을 늘려가고 있는 것도 문제"라며 "한 토속음식전문점 사장의 경우 샤로수길에만 10개가 넘는 세계각국의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관할구청인 관악구는 샤로수길 임차인들을 대상으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뒤늦게 지역상권 상생협력 조례 제정에 나섰다.

관악구청 관계자는 "샤로수길이 많이 뜨고 있다보니 젠트리피케이션이 문제가 되고 있다. 임대료가 급격하게 오른다는 이야기가 있어 상반기에 상인들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며 "설문조사 이후에는 이달 24일자로 지역상권 상생협력 조례를 제정했다. 임대인과 임차인간의 상생협약을 맺고, 상가임대차보호법상에 따라 계약 갱신기간을 10년으로 준수하면 이에 대해 관할구청이 행정적, 재정적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담았다"고 말했다.

이어 "상가상생협력위원회를 추진하는 등 샤로수길 젠트리피케이션과 관련해 지속적 모니터링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서온기자 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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