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보다 직업 따른 차별 많더라" 한국 모스크들 찾아다니는 이수정 박사 [인터뷰]

박효재 기자 2019. 9. 29.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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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수정 한국외대 아랍어통번역학과 강사는 “한국은 더 많은 무슬림들과 살게 될 것”이라며 “그들에 대한 편견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철훈 선임기자

한국에서는 지난해 예멘 내전을 피해 제주도로 몰려든 예멘 난민신청자 500여 명을 두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낯선 얼굴에 이슬람이라는 낯선 종교를 믿는 이들은 존재 자체로 두려움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이미 많은 무슬림 이주민들이 살고 있다.

추산기관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약 15만명 내외의 무슬림 이주민들이 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이들이 종교생활을 영위하는 사원인 모스크나 무살라(예배실)도 최대 200개에 달한다. 어쩌면 한국인들은 진짜로 무슬림이 낯설었던 게 아니라 알려고 하지 않았고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로 밀어내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아직도 낯선 한국의 모스크, 무살라를 찾아 다닌 학자가 있다. 이수정 한국외국어대학교 아랍어통번역학과 강사는 지난해 여름부터 지금까지 전국 각지의 모스크와 무살라 70여개를 찾아다녔다. 처음에는 한국 내 모스크 건축 양식의 건축 양식의 특징에 대해 연구하는 논문을 쓰려고 했다가 사람 사는 얘기에 더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한국 내 모스크 분포와 이용에 대한 현황 연구’라는 논문을 발표했고, 후속 연구를 바탕으로 오는 30일 ‘국내 파키스탄 무슬림 현황과 모스크’라는 논문을 낸다. 모스크에서 그는 무엇을 보았을까.

-연구를 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나요?

“이미 논문이나 통계를 통해서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 무슬림들이 많이 살고 있구나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됐죠. 특히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국가 출신 무슬림들이 많아요. 이 사람들이 커뮤니티를 잘 조직해서 이만큼 종교생활을 하고 있었다는 것도 새롭게 다가왔고요.”

-아시아 국가 출신 무슬림들이 얼마나 많죠?

“우즈베키스탄 출신이 5만명으로 제일 많고요. 그 다음이 인도네시아 3만7000명, 방글라데시아 1만5000명, 파키스탄 1만1000명 순이에요. 아랍 국가 중에는 이집트가 제일 순위가 앞서는데 3200명이고, 그 다음이 시리아 1400명 정도죠.”

-아랍 국가 출신들이 생각보다 많이 적네요?

“아랍 국가 출신이 적은 이유보다는 왜 아시아 국가 출신들이 많은지 생각해보는 게 더 합당한 거 같아요. 국내 무슬림들은 주로 이주 노동자들로 유입이 되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은 아시아 국가 출신들이 많은 거죠. 아랍 국가들은 그 지역 내부에서 노동자들이 많이 움직이기 때문에 굳이 한국까지 들어올 필요성을 못 느끼는 거고요.”

-주로 어느 지역에 무슬림들이 많이 살고 있나요?

“이분들은 주로 공장 노동자거나 농공단지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그런 곳이 많은 서울, 경기도, 경상도에 많이 사시죠. 제가 조사한 모스크의 70%가 이 지역에 몰려 있기도 하고요.”

-출신 국가별로 한국에서 종교생활을 하고 살아가는 방식에 차이점이 있나요?

“일단 외양에서 느껴지는 차이점이 제일 크죠.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치마같은 옷을 입고 조그만 모자를 쓰고 다녀요. 파키스탄 사람들은 제일 이국적으로 보이는데 하얀색 의상을 통일해서 입고 녹색 터번을 두르는 경우가 많아요. 우즈벡 사람들은 거의 백인에 가깝게 보이고 이슬람적인 색채를 잘 드러내지 않고요. 본국이 구소련 국가였잖아요. 이슬람 색채를 강조하거나 신실함을 강요하지 않는 세속주의 무슬림 국가 특성이 그대로 한국에도 건너온 거라고 보시면 돼요. 굳이 먼저 물어보지 않는 이상에는 무슬림이라고 드러내지 않는 거죠. 그게 한국에서 취업하고 정착하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되기도 하고요.”

-일부 한국인들이 무슬림들을 하대하는 게 무슬림들이 종사하는 직업하고도 상관이 있을까요?

“무슬림 이주 노동자분들 인터뷰하면서 많이 물어봤는데 무슬림이어서 차별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대답을 했어요.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서 차별이 드러나는 것 같아요. 이 분들은 주로 한국인들이 꺼리는 3D 업종에 종사를 하고 있잖아요. 인터뷰하시면서 우스갯소리로 ‘우리 다 빠져나가버리면 한국의 산업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을 거다’ 얘기하시더라고요.”

-한국 이주 무슬림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한국으로 온 무슬림들은 대부분 생업을 위해서 온 분들이지 뭔가 나쁜 일을 저지르려고 들어오신 분들이 아니에요. 같이 공존하고 융화해서 살아가야 하는 존재지 무조건적으로 배격하고 두려워할 존재가 아니라는 게 제일 중요한 거 같아요. 이슬람의 본질 자체는 악하지 않아요. 굉장히 나쁜 소수의 세력들이 이슬람을 이용하는 거죠. 그런 단편적인 사례만 보고 같이 살아가야 할 사람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이주 무슬림들과 한국인들이 잘 공존한 사례를 꼽아주실 수 있나요?

“서울에서 자리잡은 모스크들은 이미 아주 잘 된 모범사례라고 할 수 있고요. 소규모 모스크 커뮤니티 중에서는 대전 서산, 그리고 경남 통영이 잘 융화가 됐어요. 무슬림 노동자 분들이 처음에는 모스크에서 예배만 보다가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한 거죠. 길거리 청소를 하는 걸로 시작을 했고, 모스크를 구심점으로 삼아서 주변에 있는 이주 무슬림들을 모아서 다른 선행활동도 했죠. 무슬림 중에 힘든 사람들이 있으면 모스크에 와서 쉬거나 묵게 하고, 혹여 한국 법절차를 몰라서 법을 위반하는 일이 없도록 알려주기도 하고요. 이를테면 오토바이로 이동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제대로 절차 밟아서 면허를 발급받도록 도와주게 하는 것 같은 것들이죠. 경기도 연천은 무슬림들이 많이 유입되면서 죽어 있던 소비상권이 살아나기도 했고요. 대구 죽전동은 빈집이 많았었는데 무슬림들이 채워주면서 집주인 분들도 덕을 봤죠. 상권도 살아났고요.”

-한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무슬림 이주자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불편한 점은 뭐가 있나요?

“회식문화를 많이 꼽죠. 무슬림들은 음식에 제약이 많으니까요. 이 분들은 돼지고기를 안 먹는데 한국은 음식을 권하는 문화가 있잖아요. 금식기간인 라마단 때 단식을 할 때 그거에 대해서 고용주가 이해를 못하는 경우도 많고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무슬림들을 자주 고용하시는 분들은 그런 문화를 알게 되면서 강요를 하지 않고 음식을 피해준다든지 술을 강권하지 않는다든지 태도가 변한다고 해요. 사실 무슬림 이주 노동자들이 술을 마시지도 않고 깔끔한 생활을 하니까 고용주들 입장에서는 고마운 거죠. 할랄푸드가 있다는 것도 최근에서야 대중들한테 알려지기 시작한 거잖아요. 그 전에 한국에 오셔서 살았던 무슬림들은 더 불편하게 살았죠. 파키스탄 무슬림들은 직접 닭을 키우고 할랄 방식으로 도축해서 먹기도 했고요.”

-결국 외국인 노동자들과 어떻게 잘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해봐야 하는 것 같아요. 글로벌 노동시장 수요에 따라서 한국으로 오는 외국인 노동자는 점차 더 많아질 거고요.

“앞으로 무슬림 이주 노동자들이 더 늘어날 거에요. 중국 노동자들은 줄고 있고,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 유입되는 인구는 늘고 있거든요. 분명히 마찰이 생길 일도 많아질 거고요. 그래서 다문화 가정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주해서 사시는 분들 중에는 홀로 왔다가 본국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정을 꾸리고 이민 2세대, 3세대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단 말이에요. 이런 사람들이 한국에서 소외되지 않게. 우리나라의 일원으로서 융화돼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 하니깐요.”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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