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에서 필연으로[오늘과 내일/문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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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행운(幸運)을 꿈꾼다.
무성영화 시절엔 수시로 주인공에게 행운이 다가오고 우연이 되풀이됐다.
그는 행운은 결코 우연의 산물이 아니며, 행운은 바람처럼 어디에나 있지만 기회를 잡아내는 능력에는 차이가 있다고 역설한다.
그리고 만약 행운을 만났다면 그 우연을 가져다준 필연을 다시 한번 되새겨봐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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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꿈을 대변하는 소설, 영화 등 창작물에서도 우연은 빠지지 않는 요소다. 무성영화 시절엔 수시로 주인공에게 행운이 다가오고 우연이 되풀이됐다. 옛 연인이 주인공 소생인 아이와 함께 그의 일터(주유소)에 찾아왔던 ‘쉘부르의 우산’(1964년)을 기억하는가. 영화 산업이 본궤도에 오른 이 시절엔 ‘세련되게 다듬어진’ 우연이 관객의 심금을 울렸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 창작물, 특히 스토리텔링에서 운이나 우연은 독약과 비슷한 것이 됐다. 온갖 콘텐츠를 섭렵해 웬만한 스토리라인은 바로 넘겨짚는 요즘 관객들에게 우연이란 건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게다가 어지간한 스토리라인은 복잡한 현대를 살아가는 관객들의 인생 역정조차 넘어서지 못한다.
문화예술에 있어 21세기는 필연의 시대다. 지난 세기 말미만 해도 수사극에서 형사가 범인을 우연히 마주쳐 검거하는 장면이 많았다. 그렇지만 요즘엔 휴대전화 위치추적이나 폐쇄회로(CC)TV 분석 없이 운만으로 범인을 잡는 장면이 거의 없다. 옛날 영화 주인공은 옛사랑과 우연히 마주칠 수밖에 없었지만, 요즘 영화 주인공은 인터넷에서 옛 연인의 모든 것을 순식간에 알아낼 수 있다. 이런 흐름은 콘텐츠 산업 진화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엔 이야기가 점점 세밀하고 완벽해져,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관을 이뤄야 관객들의 몰입을 이끌어낼 수 있다.
가상의 세계를 다루는 판타지나 SF에서도 이제 필연은 필수다. 물론 마법이나 용(龍), 우주제국, 광선검 같은 것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교한 세계관과 허구라는 것을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그럴듯한 디테일이 덧붙여지면 마치 진짜인 것 같은 사실성이 생긴다.
사실감을 만들어내기 위해 영화 ‘아바타’는 외계 행성 나비의 언어를, 드라마 ‘왕좌의 게임’은 중세 유럽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무언가 다른, 그 자체로 온전한 세계를 창조해냈다. 심지어 배 속의 박테리아가 음식을 분해해 만들어낸 가연성 기체 덕분에 용이 하늘을 날고 화염을 뿜을 수 있었다는 내용의 설정 다큐멘터리도 있다. 이런 콘텐츠를 보면 위화감이나 어색함을 느끼기가 힘들다.
요즘 미디어 업계를 보면 우연에서 필연으로의 흐름이 점점 더 강해지는 느낌이다. 아무리 신선한 아이디어라도 디테일에서 아귀가 맞지 않으면 조롱과 비난의 대상이 된다. 나는 인생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50년 가까이 살고 보니 ‘우리는 뿌린 대로 거둔다’란 명제가 점점 더 명확하게 다가온다.
이런 맥락에서 흔히들 성공의 요인으로 꼽는 행운에 대해서도 좀 따져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베스트셀러 ‘인지니어스(inGenius)’의 저자 티나 실리그 스탠퍼드대 교수는 신경과학을 기반으로 기업가 정신과 창의성, 혁신에 대해 강의하는 사람이다. 그는 행운은 결코 우연의 산물이 아니며, 행운은 바람처럼 어디에나 있지만 기회를 잡아내는 능력에는 차이가 있다고 역설한다.
실리그 교수는 위험 감수, 감사하는 습관, 아이디어에 대한 새로운 시각·접근을 행운을 잡아내는 3가지 방법으로 소개했다. 단순히 운이 좋아 성공한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사실은 이런 ‘필연의 비결’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론 우연을 바라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는 동시에, 삶에 대한 기대치의 디폴트 값(기본값)을 높지 않게 설정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작은 것에 감사할 수 있고, 만족도와 행복감이 더 높아지지 않겠는가. 그리고 만약 행운을 만났다면 그 우연을 가져다준 필연을 다시 한번 되새겨봐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문권모 채널A콘텐츠편성전략팀장 mike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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